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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갑자기 이상해졌을 때

부모가 해야 하는 행동

by 스마일펄

10대 청소년의 정신질환을 단순한 사춘기라고 치부해서 대수롭지 여겨 방치하면 안 된다. 아이가공부를 잘하면 ‘학업 스트레스가 심해서 잠시 우울하고 의기소침하고 의욕이 없겠’거니 ‘시간이 지나면 나아져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겠’거니 착각하기 쉬운데,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도 의사의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나을 수 있다. 절대로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주변에서 정신질환을 직접 접해본 적이 없는 부모라면 아이의 정신질환 초기 증상을 사춘기의 일반적인 특징과 헷갈릴 수 있는데, 여러 정신질환 초기의 구체적인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사춘기라서 예민하고 짜증이 많고 우울하고 감정기복이 심한 특징과 정신질환 초기 증상은 결코 같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내가 알던 우리 아이가 아닌 것 같다. 애가 좀 이상해진 것 같다’ 이런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오래 지속되었다면 서둘러 정신과를 방문하기를 권하고 싶다.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면 정신질환자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편견을 갖기 쉬운데, 이미 오래전이지만 동생이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을 때, 그곳에서 만난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공부를 매우 잘하는 학생이었고, 입원환자 가운데 대학교수처럼 머리 좋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도 흔하다고 말해주었다. 생각해 보면 뛰어난 예술가(작가)나 천재 가운데 우울증이나 양극성 장애(조울증), 조현병, 강박 장애나 불안 장애 같은 신경증적 장애를 앓거나 평생 안고 산 사람은 무수히 많다.


심리상담 선생님이 정신질환자의 예술성과 천재성 경향에 대해 말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들에게 그림 그리는 과제를 제시하면 조현병인 환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롭고 기발한 그림을 그리고, 양극성 장애인 환자는 어느 정도 상식 선에서 독창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세상에 통용되는 틀에 기반한 천재성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어떤 병이든 발병 원인을 명확히 규명할 수는 없지만, 기질적으로 예민하고(섬세하고) 순응적인(평화주의자) 한편, 머리가 너무 좋아서 어렸을 때부터 가정, 학교, 사회 등 세상의 온갖 부조리를 온몸으로 맞닥뜨린 자유로운 영혼들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다가, 학교에 부적응하고 극심한 스트레스가 한계치를 넘었을 때 결국 자기분열적이고 자기파괴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청소년의 정신질환이 아닌가 싶다. 특히, 극심한 경쟁으로 인간성을 상실한 우리 교육 환경을 사실,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견딜 수 있는 있는가 싶다. 이곳에서 튕겨져 나간 부적응자들이 정상이고, 안간힘을 쓰며 적응하려 버티는 이들이 비정상은 아닐는지.




자식이 정신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치료를 미루거나 심하면 거부해서 아이의 병을 경증에서 중증으로 키우는 경우도 있는데, 감히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다. 부모 입장에서 내 자식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자식을 잘못 키운 결과인 것 같아서 현실을 부정하고 감추고 싶어 하는데, (매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생로병사는 인간의 통제영역 밖이다. 소리소문 없이 찾아오는 여느 질병처럼 아이는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저 ‘병’에 걸린 것이다. 오히려 이를 방치해 아이의 병을 키운다면 이야말로 부모로서 책임을 방기하고 자기 욕심과 주위 시선에 사로잡혀 자식을 망치고 있는 셈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도 정상적으로 다니고, 예전처럼 공부도 잘하기를 바라지만 일단 정신질환이 발병한 아이는 이제는 이조차 전부 버거울 수 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해서 아이를 정상인처럼 보이도록 다그치고 위장하려고 한다면 이는 정말 미련한 짓이다. 병이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되지만, 실은 오랜 시간 안 좋은 습관이나 스트레스 등이 쌓여서 나타난 결과이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우선 아이가 정신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도록 지원하고, 그동안 과도한 스트레스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해서 제거해 아이의 스트레스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고, 여력이 된다면 심리상담 치료도 병행하면서 아이의 다친 마음을 보살피고 사회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치료 시기를 놓친 뒤에 ‘그 시점에서 병을 치료하는 게 최우선이었지, 공부나 대학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 회복된 다음에 나중에 생각해도 될 일이었다’라는 후회를 평생 안고 사는 부모들이 더는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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