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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May 07. 2024

신화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태공주묘 박물관>

<위성무덤 박물관>에서 삼국지 '동탁'과 여전사 '뮬란'을 만나다

<영태공주묘>에 있는 박물관에서 본 부장품들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신화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무척 즐거운 공간이었다.


영태공주는 당 고종과 측천무후의 손녀로 측천무후의 명령으로 십 대 때 죽은 비운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박물관의 영문명은 <Essence Exhibition of Cultural Relics From the Satellite Tombs of Qianling Mausoleum>이다. ‘건릉의 위성 무덤에서 출토된 문화 유적의 정수를 전시함’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박물관의 현판


앞에서도 말했듯이 건릉은 당 고종과 측천무후를 합장한 무덤으로 산 전체가 무덤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는 황제와 황후뿐만 아니라 여러 황실 일원이 함께 잠들어 있고, 영어로 위성 무덤이라고 해석되는 영태공주묘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즉, 셔틀버스를 타고 건릉에 속하는 여러 묘를 돌아볼 수 있는데, 우리 답사 일행은 영태공주 묘실과 박물관을 살펴보고,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건릉에서 내려서 그 능원을 둘러보았다.


영태공주묘는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지하로 연결되는 시원한 묘실에서 ’궁녀도’와 석관, 그 석관 뒤편으로 위쪽에 벽화로 그려진 ‘삼족오’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자세한 사진은 이 링크에서 닉네임 ‘宁静致远-qd’가 2017년 3월에 작성한 리뷰를 참고할 수 있다.

영태공주묘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걸린 현판




다시 영태공주묘 근처에 세워진 박물관으로 돌아오면,


- 박물관에 들어가자마자 난쟁이처럼 생긴 이국적인 조각품을 보고 임 박사님은 장비를 닮았다고 했는데, 나는 마음속으로 ‘눈이 부리부리하고 얼굴이 입체적인 게 꼭 삼국지에 나오는 동탁인데?’ 싶었다.


시안(옛날의 장안)은 실크로드가 시작하는 곳이라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 등 오늘날의 이슬람 문화권의 흔적도 남아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부장품 가운데 낙타를 타고 있는 토용도 흔히 볼 수 있다.

(내가 주장하기로) 동탁을 닮은 조각품
낙타가 얼마나 지쳤는지 괴로워 보인다.


- 강인해 보이는 여성들도 상당수 말을 타고 있다. 한 여성은 등 뒤에 강아지를 태우고 있는데, 당나라 시기에도 개를 가족이나 친구처럼 여긴 건지, 아니면 지나가던 강아지가 몰래 잠깐 올라타고 있는 건지 사건의 전말이 궁금했다.

말을 타고 있는 이슬람 복장의 여성
한 여성은 등 뒤에 개를 태우고 있다.


- 말고삐는 사라져서 인물들의 자세가 하나 같이 엉거주춤한데, 말들 또한 공통적으로 하나 같이 매우 지쳐 보인다. 낙타도 고통스러운 표정이다. 아마도 이들의 여정이 결코 만만하지 않은 모양이다.

중앙아시아 또는 서아시아 사람을 닮은 토용과 매우 지쳐보이는 말
말고삐는 부식돼 사라져 토용들의 자세가 엉거주춤해 보인다.


- 동탁인지, 이슬람 사람인지, 그도 아니면 민간 전설에 등장하는 도깨비인지, 눈은 부리부리하고 코는 크고 높은 입체적인 얼굴에, 다리와 자세는 이집트 스핑크스와 비슷하고, 날개와 몸짓은 인도(힌두) 신화에 등장하는 불사조 가루다가 연상되는 신비롭고 독특한 색감의 조각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러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색감의 조각품


융합의 총체라고 해야 할까. 타 문화를 ‘틀리다’고 선 긋고 배타적으로 거부하기보다, ‘다르다’고 인정하고 수용하며 융화했을 때 어떤 독특한 문화(결과물)가 탄생할 수 있는지 증명하고 있었다.


여러 신화를 아우르며 열린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색다른 조각품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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