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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May 06. 2024

당 고종과 측천무후가 합장된 경이로운 규모의 <건릉>

가장 완벽한 조경과 설계를 자랑하는 중국 황제릉

중국에서는 규모 때문에 놀라고 또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 그 유명한 측천무후와 당 고종이 합장된 ‘건릉(乾陵)’도 마찬가지였다. 무덤에 잠들어 있는 황제를 보호하고 안녕을 기원하는 듯한 양 옆에 늘어선 석상 사이로 잘 포장된 널따란 경사로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그 뒤로는 웅장한 양산(梁山)이 버티고 있다. 흙을 둥글게 쌓아 올린 봉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산 하나 전체를 통으로 무덤으로 삼고 있다…… 중국의 황제릉 가운데 가장 완벽한 조경과 설계를 자랑한다는 건릉의 첫인상은 경이로움이었다. 시안에서 서북쪽으로 80km 떨어진 고즈넉한 지역에 자리잡은 좌우대칭의 비례와 균형의 원칙이 잘 적용된 광대한 규모의 조화로운 황제릉을 마주하면 ‘우와’라는 감탄사만 연이어 절로 나오고, 차마 말을 잇지 못하게 된다.

아래에서 올려다 본 건릉의 전경
당 고종의 능이라고 알 수 있는 비석


건릉은 당나라 황제의 18개 능 가운데 유일하게 도굴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옛날부터 셀 수 없을 만큼의 도굴 시도가 있었지만 전부 실패했다. 건릉의 묘도는 고속도로 공사에 필요한 석재를 구하고자 농민 몇 명이 양산에서 폭파 작업을 하던 중 우연히 발견됐다. 돌에 인공을 가한 흔적이 있고 철까지 붙어 있었던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건릉의 묘도 입구를 돌로 막고 철을 녹여 부어서 돌과 철이 한 덩어리가 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제는 일부 사람이 묘도의 위치를 알고 있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섣부른 발굴이 오히려 능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그냥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보존이라는 이유로 당장은 발굴 계획이 없다. 최근 들어 건릉 발굴의 가능성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언제 발굴에 착수할지는 알 수 없다.


사진처럼 정상으로 갈수록 표면이 비교적 매끈한 울퉁불퉁한 돌밭이 펼쳐진다.


건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잘 닦여 있지만, 마지막 몇십 미터 급경사 구간은 돌밭을 헤집고 온몸으로 올라가야 한다. 표면이 맨질맨질한 돌덩이가 제법 미끄럽고 경사가 험하므로 가급적 등산화를 신기를 권하며, 조심해야 한다. 바로 이 단단히 박힌 바위들 사이 어딘가에 지금은 봉인된 지하궁전으로 향하는 입구가 있겠지? 이 아래에는 또 어떤 광활하고 신비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산 아래로 펼쳐진 가슴이 확 트이는 드넓은 평야와 구릉 지대를 바라보며 제멋대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능 아래로 펼쳐진 평야 지대
능 정상에서 바라본 구릉 지대




건릉의 입구에는 중국과 조공·책봉 관계에 있는 주변나라의 왕과 신하들을 조각한 61개의 석인상이 있다. 석인상 본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당나라와 황제의 위대함을 과시하고자 세운 것인데, 현재는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머리가 잘린 채 몸통만 남아있다. 여기에는 석인상이 민가에 재난을 불러온다며 백성(농민)들이 부쉈다는 이야기부터 이민족이 자신들을 모욕한다며 잘랐다는 설까지 여러 추측이 난무한다. 대지진 때 목이 부러졌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자연재해로 이유를 돌리기에는 너무 머리만 일괄적으로 잘려 있어서 분명히 어떤 인위적인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목이 잘린 채 몸통만 남아있는 석인상들
의복 양식으로 미루어 우리나라 삼국시대 인물로 추정하는 석인상(뒤쪽)


61개의 석인상 가운데 다른 석인상과 달리 옷의 소매가 매우 넓고, 세 겹의 옷이 층층으로 드리워져 있으며, 손에는 활까지 쥔 독특한 차림새를 한 석인상은 한반도의 의복 양식으로 미루어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인물 가운데 한 명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위의 사진의 좁은 소매에 한겹으로 된 옷을 입고 있는 석인상들과 비교하면 확연한 의상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시안 시내에서 건릉까지는 버스로 편도 약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포장된 비탈길을 올라와 뒤돌아 바라본 건릉의 내리막 풍경



참고 자료

[이유진의 중국 도읍지 기행-시안] 건릉의 61개 석인상, 본인들은 자랑스러워할까, 주간경향, 201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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