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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Apr 29. 2024

시안성벽과 대륙의 스케일

거대한 인구에서 비롯한 ‘대륙의 스케일’

시안성벽은 폭이 거의 4차선 도로만큼 넓다. 실제 폭은 약 20~25m이다. 중국에는 시안과 남경성 두 곳의 도시 성벽이 남아 있는데, 시안 성벽이 더 잘 보존돼 있다. 원래는 당나라 시대에 장안을 수도로 건설하면서 세운 곳이지만, 계속 보강해서 현재의 성벽은 명나라 시대의 성벽이다.

4차선 도로만큼 폭이 넓은 시안성벽
시안성벽의 동문인 장락문(長樂門)
시안성벽을 오르는 계단
시안성벽을 오르면 나타나는 광경




‘대륙의 스케일’이라고 단정 짓고 싶지 않지만, 중국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일반 건물, 문화재와 유적지, 공연 문화, 사람들의 규모에 거듭 놀라다 보면 대륙의 스케일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공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대략 3천 명~5천 명 규모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경희대 평화의 전당이 4,500석, 올림픽홀이 3,000석 규모에 4,000명까지 수용 가능,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약 3,800석이다. 코엑스 컨벤션홀이 7,000석, 일산 킨텍스가 최대 1만 명, 올림픽 체조경기장이 15,000석이지만 연중 손에 꼽는 큰 행사나 공연이 개최되는 예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하루에 2~4회 연속 공연하는 <실크로드 쇼(관련 글: https://brunch.co.kr/@smilepearlll/382)>는 특별 공연이 아니라 상설 공연인데도 무려 3천 명을 한번에 수용하고 있었다. 공연장의 입구가 넓게 트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입장객 수가 너무 많다 보니 줄 서서 건물로 진입하는 데만 거의 30분은 걸렸다. 같은 색 모자를 쓴 (아마도 다른 지역에서 온듯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똘똘 뭉쳐 몸으로 밀어붙여서 새치기를 하며 길을 트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국인은 시끄럽고 곧잘 새치기를 한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예전에 자식이 5~6명이 되는 식구 많은 집에서 특별한 날 치킨이나 피자를 시켰을 때 양보하거나 방심하면 내 몫을 챙길 수 없어서 전투적으로 음식을 선점해야 했던 것처럼 중국인의 새치기도 수많은 사람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한 오랜 습관이 굳어진 결과는 아닐까 싶었다.




대륙의 스케일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거대한 인구수에서 비롯되었다고 실감했다. 1,000만 명이 사는 나라와 2,000만 명이 사는 나라, 3,000만 명이 사는 나라와 5,000만 명이 사는 나라, 1억 명이 사는 나라와 3억 명이 사는 나라, 5억 명이 사는 나라와 10억 명이 사는 나라, 그리고 14억 명이 살아가는 나라는 도시 계획이나 국가 정책, 세상을 바라보는 틀인 ‘사고방식(세계관)’이 다를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글로벌 시대임에도 이것이 5,000만 명이 살고 있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는 내가, 결코 할 수 없는 생각을 14억 명과 부딪치며 살고 있는 중국인은 하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싶은 일들이 실제 중국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이유였다.


많은 인구수는 강력한 국가를 유지하는 동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사람이 흔하다는 것은 사람의 가치를 낮잡아 보기도 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체제가 충분하기에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고 쓰고 버리는 물건처럼 인간을 쉽게 도구적으로 이용하고, 쓰고 버리는 존재로써 함부로 취급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영광(Glory) 뒤로 언론에서도 다뤄지지 않는 얼마나 짙은 어둠(인권 유린)이 도사리고 있을까. 산업화 시기의 희망에 찬 빛의 시대를 지나 치유와 봉합은 갈수록 요원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지독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생각이 많아졌다.


시안성벽은 시안의 중심부에 잘 보존된 온전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안성벽 안쪽으로 오늘날에는 도로가 연결돼 있고 여러 건물과 편의시설이 있으며, 성벽 주변으로 주야간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다.
버스에서 바라본 시안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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