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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Mar 29. 2024

21세기 중국 시안에서 마주친 화려한 당나라 여인들

대당불야성

중국 시안 거리를 돌아다니면 화려한 당나라 복장을 한 여성이 자주 눈에 띈다. 처음에는 여러 문화재에서 관광객들이 당나라 시절로 돌아간 듯 실감하도록 그 시대 인물을 연기하는 재현 배우인 줄 알았다. 아니면 시안에서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용기 내서 당나라 여인 코스프레를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경복궁에서도 각양각색의 한복을 입고,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복장을 한 외국인 관광객을 이제는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지만, 대체로 기존 옷에 덧입거나 여자라면 머리를 곱게 땋아 댕기를 하고 남자라면 왕의 모자인 익선관을 착용하고서 한두 시간 돌아다니는 정도이다.

그런데 시안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나라 사람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복장은 물론이고 머리와 화장까지 1500년 전 당나라 사람들이 2024년 현대의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알고 보니 복장 대여는 물론이고 메이크업과 헤어 세팅까지 제공하는 서비스가 유행인 것 같았다. 대여 시간도 넉넉하게 만 하루인가여서 종일 이 복장을 하고 다니기에 당나라 여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간혹 당나라 사내도 눈에 띄었는데 여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당나라 여인들의 주 활동 시간은 저녁이었다. 다들 어디 숨어있었는지 밤이 되자 낮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옷을 입은 당나라 여인들이 시안 거리에 출몰했다. ‘활보했다’ 정도로는 이 당황스럽고 충격을 표현할 수 없다. 과연 이곳이 21세기 중국 시안인지 600년~900년 대 당나라 장안인지 헷갈릴 만큼, 오컬트 영화에서 좀비 떼가 ‘출몰하듯이’ 사방이 온통 당나라 여인들 천지였다.

시안 거리에 출몰한 당나라 여인들


시안을 대표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관광 거리 <대당불야성>을 배경으로 저마다 대동한 사진작가에게 포즈 코치를 받으며 띄엄띄엄 한 줄로 서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얼굴은 새하얗고 눈두덩이는 새빨간 당나라 복장을 한, 마치 기계로 찍어낸 듯 비슷비슷한 사람을 보고 있으니 이토록 기이할 수 없었다. 아마도 중국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SNS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챌린지인가 싶기도 했다.

사진작가에게 포즈를 코치받고 있는 당나라 여인


화려하고 아름다운 대당불야성의 밤


중국의 과거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시안에는 지금도 전국의 중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내가 병마용을 직접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듯이 중국인에게는 시안 거리를 거니는 것, 이곳에서 당나라 복장을 하고 예쁜 사진을 찍어 SNS에 인증하는 것이 일상을 살아가는 소소한 재미이자 꿈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는 시안은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현재진행형인 역동적인 도시이다.

버스에서 촬영한 대안탑이 바라보이는 대당불야성



최근 <임용한 박사와 함께하는 중국 서안 답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중국은 2006년에 단체 관광으로 2박 3일 상하이를 간 이후로 처음 방문했는데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알차게 돌아다닌 4박 5일 동안 중국 시안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가벼운 마음으로 매주 브런치에 하나씩 공유하려고 합니다.


(편안하고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 특정 요일을 정하거나 별도로 연재하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시안 답사기에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략 이 글을 작성해서 쌓아놓고 다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글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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