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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Jun 09. 2020

‘내 사랑을 법과 제도로 묶고 싶지 않아!’ (2)

당당하게 비혼을 선언하는 드라마 속 인물들

*앞선 글이 있습니다. 


‘내 사랑을 법과 제도로 묶고 싶지 않아!’ (1)

 : 드라마 여주인공의 사회적 지위는 20년 간 어떻게 변했을까?

https://brunch.co.kr/@smilepearlll/42

- 20년 간 각 로맨스 드라마에 나타난 남녀 주인공의 직업적 변화와 특징을 정리하고, 시대상의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 로맨스 드라마에서 발견한 시사점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 수많은 직업 가운데 성공한 여성으로 ‘여배우’를 자주 설정했던 것은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이 사회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업종으로는 외모가 중시되는 직업으로 한정되어 있었음을 시사한다.

- 은연중에 여전히 여성의 외모는 중요하다는 생각은 지배적이다.

- 시대가 바뀌고 여성이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더 높더라도 가부장제가 잔존하는 한 젊은 여성(며느리)에게 여전히 가정에서는 남편, 시아버지, 아버지 등 남성과 시어머니의 조력자 역할이 요구된다. 과거에 비해 강도는 낮아졌을지라도 아직까지 결코 평등하지는 않다. 합당한 의견이라도 피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가부장제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또는 손해보다는 이익이 많아 불합리함을 느끼지 못한 채 주어진 대로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에겐 날벼락처럼 들릴 ‘당신이 누리던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나는 더 이상 이 불합리한 구조와 상황을 감내하지 않겠다. 당신은 변해야 한다.’라고 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사회 활동까지도 제한이 돼 커리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자의적, 타의적 선택을 떠나서)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남성보다 보수가 적은 업종에 종사를 하고 있다.


- 과거부터 현재까지 약간의 설정 차이는 있지만 재벌을 제외해도 직업에 큰 변화가 없는 남자 주인공을 보면, ‘남성은 기본적으로 경제력과 직업적 능력을 갖춰야 하며, 사회적 성취를 이뤄야 한다.’라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어져오고 있다고 봐야 한다.

- 과거 남성의 연애는 무조건 이해하고, 저돌적인 순애보였다면, 요즘에는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라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도 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 장르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드라마들

몇 년 전부터 스릴러, 리메이크, 오피스, 의학 또는 법률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제작이 되고 있다. 자연스레 여자 주인공의 직업도 다양해지고, 드라마 속 여성의 지위는 남성과 같거나 비슷해지고 있다. <시그널>의 차수현(김헤수 扮)은 장기미제전담팀 형사이며, <비밀의 숲>의 한여진(배두나 扮)은 강력계 경위이고, 영은수(신혜선 扮)는 수습 검사이다. <굿 와이프>에서 김혜경(전도연 扮)은 로펌 신입 변호사이고, 서명희(김서형 扮)는 로펌 공동 대표이다. <골든타임>에서 강재인(황정음 扮)은 남자 주인공 이민우(이선균 扮)와 마찬가지로 인턴 의사이고, <미생>에서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 扮)는 동기들 중 가장 실력이 출중하다고 인정받는다. 여자 주인공을 제외한 동료나 선후배, 업계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인데, 현실에서 이들 업계에 점차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해 여성 연기자의 섭외율이 높아지길 바란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일 이런 류의 드라마가 10년 전에 만들어졌다면, <시그널>, <비밀의 숲>은 차수현, 한여진 없이 주인공은 모두 남성 형사들로 채워졌을 것이다. 영은수는 검사를 보조하는 사무원이었을 것이고, 남자 주인공인 황시목과 연인 관계라 황시목과 원한 관계인 범죄자에게 협박을 받다 살해되고, 황시목은 그녀를 지키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이루지 못한 채 복수극을 펼쳤을 것이다. <굿 와이프>에서 서명희는 등장하지 않고, 남자 주인공 중 한 명인 서중원(윤계상 扮)이 로펌 단독 대표였을 것이다. 2012년에 방영된 <골든타임>에서 강재인은 그보다 5년 전인 2007년에 방영된 같은 장르의 의학 드라마인 <하얀거탑>에서 모든 의사가 남성이었던 것처럼 그녀는 남성 의사를 잘 보좌하는 실력 있는 간호사였을 것이다. <미생>에서 안영이는 출중한 외모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비서나 안내데스크 여직원, 또는 인턴사원이었지만 주인공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장그래(임시완 扮)와는 달리 비중은 없되 가끔씩 감초 역할로 등장하는 비정규직 인턴이나 사무원이지 않았을까.


■ 2019년, 2020년 드라마의 경향

직업적 평등에서 더 나아가 2019년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38세 비혼 주의자 배타미는 자신에게 호감이 있고, 그녀도 호감이 있되, 그녀와의 결혼을 꿈꾸는 남성과의 연애를 망설인다. 결국 연인 관계로 발전을 하지만 ‘같이 사는 건 괜찮고 결혼은 안 되는 거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말하는 남자 친구 박모건(장기용 扮)에게 배타미는 ‘내 사랑을 법과 제도로 묶고 싶지 않다.’라고 당당하게 밝힌다.

최근에는 드라마 속 부부나 연인 관계에서 남녀의 사회적 지위가 동등한 것을 넘어서 역전을 해 여성이 더 높은 경우도 심심치 않게 등장을 하고 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38세 배타미는 포털 대기업 임원이며, 그의 남자 친구인 28세 박모건은 작은 신생 음악 제작사의 대표이다. 업계에서 점차 실력을 인정을 받고 있어 전도유망하지만, 두 사람이 연인 관계인 현시점에서는 배타미의 사회적 지위, 권력이 월등히 높고 세다. 숱한 화제를 남기고 최근 종영한 2020년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김희애 扮)와 이태호(박해준 扮)가 결혼 생활을 유지할 당시 의사인 지선우는 규모가 있는 개인병원의 부원장이었으며, 남편인 이태오는 무명의 영화감독이었다.


지금까지 나의 경험과 기억에 의지해 꽤 화제성이 높았다고 생각한 드라마를 선별해 공통된 특징을 찾아본 것이다. 국내에서 방영된 모든 드라마를 분석을 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주관적인 의견으로 점철되었으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과 같은 분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대중적인 매체 중 하나인 드라마는 방영 당시의 시대상과 사람들의 인식, 사회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생각을 했다.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읽어주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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