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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May 28. 2020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의 숨은 뜻

로맨스 드라마의 허상

사랑을 하면 결혼을 해야 한다라는 환상은 무엇에서 비롯된 걸까? 결혼이 일종의 사회제도라는 점은 간과된 채, 사랑=결혼=행복 이라는 인식은 어째서 공고해진 것일까? 나는 그 이유 중의 하나를 어릴 때부터 손쉽게 접해 온 두 남녀의 사랑을 예쁘고 아름답게 그려낸 ‘로맨스 드라마’의 영향이라고 생각을 한다.




흔히들 ‘결혼은 현실’이라고 일컫는다. 사랑해서 연애하고, 결혼하는 건데 연애는 로맨스이고, 결혼은 현실이라니. 이것이 무슨 말일까? 나는 행복한 인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건강이라고 생각을 한다. 다음으로는 사실 건강과 우위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력,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고, 먹고 사는 문제와 사람과의 관계는 늘 고민의 화두이자 골칫거리 아니던가.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인 경제력과 인간관계를 연애 관계와 결혼 관계의 측면에서 각각 살펴보자. 연애 때는 같이 영화보고, 맛있는 식당과 예쁜 카페에 가고, 가끔씩 여행이나 콘서트에 갈 정도의 경제력이면 충분하다. 드라마처럼 사랑하는 두 사람 간의 감정과 관계에만 집중을 하고, 오해나 갈등이 생겼을 때 잘 풀어가면 된다.


반면, 결혼을 하려면 우선은 같이 살 집이 필요하다. 나도 그랬지만 내 주변의 다수의 친한 지인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각각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살다가 전세 계약이 만료되거나 월세가 오를 경우, 이럴 바에는 둘이 살림을 합치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에 결혼을 결정을 하게 된다. 결혼을 하기 위해 집을 장만을 한다라기 보다 운이 좋게 청약에 당첨이 되었든, 어쨌든 방이 두 칸인 빌라의 전셋집이나 장만을 할 수 있을 때 결혼에 이르게 되는 것 같다. ([관련 포스트] 나는 그를 사랑해서 결혼했을까?: 결혼은 결정한 계기는 결국 ‘집’ 때문 https://brunch.co.kr/@smilepearlll/12)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달 생활비, 자녀 계획이 있을 경우 양육비, 경조사비, 양가 부모님 의료비 지출을 대비한 충분한 예비비, 두 사람의 노후 대비를 위한 탄탄한 경제력은 필수다. 당연히 결혼 후에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탄탄한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나날들은 이어진다. 관계에 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연애는 두 사람만 잘하면 되는데 결혼은 결혼 당사자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렵다.’는 익히 잘 알려진 말로 갈음하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즐겨본 예쁘고 트렌디 한 로맨스 드라마에서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먹고사는 문제를 초월한 상태(재벌家 아들)이다. 최소한 남녀 주인공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과거에는 초월한 존재가 대부분 남자 주인공이었는데, 최근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그들은 이미 평생동안 금전적인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부(富)를 획득하고 있다. 물론, 일을 하고 있지만 실력 있는 자본가(건축사무소 대표, 음악제작사 대표) 이거나 인정받는 전문직(드라마PD, 대기업 임원)이기 때문에 앞으로 부를 축적하기 훨씬 수월한 조건이다. 직업적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인생에서 최소한 먹고 사는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한 상태이다.


이들에게 경제적인 이유는 최소한 결혼을 결정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작된 많은 로맨스 드라마는 두 주인공이 서로 오해를 풀고 사랑하는 감정을 확인하면 바로 축복받고 알콩달콩 한 결혼으로 이어졌다. 둘 중 한 사람은 이미 크고 넓어 쾌적하고, 방은 여러 개에, 세련된 인테리어로 꾸며진 고가의 자기 소유의 집을 갖고 있다. 서로에게 신뢰만 있다면 드라마에서는 살림을 합치는 건 일도 아니다. 실제로 결혼을 하려고 집을 장만할 때 각자의 전월세 보증금, 저축한 금액을 확인하고, 발품을 팔아 부동산을 전전하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쳐 절망하고, 결국 타협하는 일련의 과정이 드라마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가 없기에 빠져있는 것이다. (하긴, 일일이 이런 거 다 보여주면 무슨 재미로 드라마를 볼까나. 머리나 아프지. 그러니까 드라마지.)


주인공들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거나, 일찌감치 독립을 한 경우도 많다. 상당수 그들의 부모님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외국에 거주하는 경우도 잦다. 로맨스 드라마는 그들을 둘러싼 여러 환경보다도 그들이 정말로 사랑을 하는지, 오해가 있었던 후에는 여전히 사랑을 하는지 등 두 주인공이 지닌 사랑의 감정선에 집중을 한다. 드라마 내에 부모가 아예 등장을 하지 않기도 하고, 등장을 해 이들 관계를 반대를 하더라도 비중과 영향력은 미미하다. 연애 후 결혼 또는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하기 때문에 그들이 결혼 후 맞닥뜨린 서로의 가족 간의 관계 때문에 벌어진 갈등, 오해, 다툼, 마찰은 절대로 알 수가 없다.


지난한 과정을 지나 그 이후의 삶은 알지 못한 채 로맨스 드라마의 행복한 결말만을 보아 온 나는 ‘사랑=결혼=행복’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 예전에는 결혼을 하기로 약속을 해놓고 갑자기 여자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극이 종료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경우는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는 감정이 해피엔딩보다도 더욱 부각이 된다.




그럼, 실제로 인기 로맨스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과 결말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물론, 우리는 이미 수많은 경험으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매우 잘 났고, 돈이 많고, 남부러울 것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된 내용으로 확인을 하면 드라마가 얼마나 허상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으리라.


드라마는 2000년부터 대략 3년 단위로 총 7편을 선정을 했다. 제목, 방송연도, 콘셉트, 두 주인공의 직업, 결말, 시청률을 정리를 했다. 로맨스 드라마 중에서도 내용, 설정, 주인공의 직업 등을 고려해서 최대한 다양하게 선정을 해봤다. 그냥…… 내가 재밌게 본 드라마 중 선정을 한 거다. 그러니 가볍게 재미로 쭉 한번 읽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다음 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



[다음 글] (로맨스 드라마로 살펴본) ‘결혼은 행복하다’는 허상

 : 가을동화(2000년)부터 검블유(2019년)까지

https://brunch.co.kr/@smilepearlll/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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