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비혼 그 사이

#46 괜찮은 사람

by 비소향
괜찮은 남성 1.jpg 사진 : https://unsplash.com

지인(여) : 주변에 소개팅할 사람 있어? 괜찮은 남성으로..ㅎ

나 : 괜찮은 기준은 뭐야? 상대도 괜찮은 여성인가..?

지인 : 응. 이쁘고.. 직장 잘 다니고.. 성격 모난데없는...

나 : 근데 그런 분이 왜 아직 혼자야?

지인 : 남자들 있는 곳을 잘 안가.

나 : 음... 이제 괜찮은 남자가 내 주변엔 거의 없어. 한, 두 명 제외하고 다 짝이 있거나 이미 식장에 들어갔어.

지인 : 그래도 괜찮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봐..ㅋ

나 : 알겠어~ (괜찮은 사람이라..........)


내 주변만 그럴까?

서른과 마흔 딱 그 중간에 서있다 보니, 더 이상 주변에 괜찮은 솔로는 없다. 친구들은 서너 가지 선택지에서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하나, 둘 솔로 생활을 청산하고 있었다.

우리는 직감한다.

서로가 짝을 찾을 수 있는 시기가 분명 정해져 있다는 것을.

스스로 정한 어떤 기간 내에 적합한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거나, 그 기간에 결혼을 (자의든 타의든) 선택하지 않으면 결국 혼자가 된다.


이젠 주변에 여자 사람 친구들은 모두 결혼을 했고,

동성 친구들은 결혼이라는 선을 넘은 친구, 결혼이라는 선 넘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친구, 나와 같이 결혼이라는 선 사이에서 넘지도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못하는 친구.

(돌싱 한 명을 제외하면) 이렇게 남아 있다.

커피.jpg 사진 : https://unsplash.com

결혼을 한 친구들의 모습은 비슷했다.

와이프(남편)와 보내는 신혼이 즐겁다가 어느 순간 아이가 생기고, 아이에게 삶의 패턴이 맞춰지며 일정 부분 (아니 많은부분) 자신의 삶을 아이에게 맞추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부는 서로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시댁(처가)과 관계는 상무님과 사원의 관계처럼 모든 게 조심스럽고, 말을 가려하게 된다. 서운한 감정을 그대로 표출할 수도 없고 과하게 잘해주실 땐 또 왠지 부담스럽기도 한다.

내 편이 생겼다는 사실에 하루하루 행복하다가도 그 내 편의 사소한 행동과 서운한 말 한마디에 한없이 미워지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서로의 간극을 좁히려 노력하며 애쓰다가도 때론 지치기도 한다.

그렇게 지칠땐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회포를 풀며 다시금 돌아갈 가정과 내 편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더불어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태어난 아이로 인해 짊어져야 할 경제적 가장의 무게가 버겁기도 하다.


혼자(비혼)인 친구들의 모습도 비슷했다.

대부분 비혼인 친구들은 독립했다. 가족에게도 간섭받기 싫고 퇴근 후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빼앗길 수 없기에 본가를 나와 산다. 대부분 업무로 바쁘긴 하지만 주 52시간제 덕분인지 퇴근 후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 애인은 있지만 구속받는 게 싫기에 자신만의 시간과 자유를 중요시한다.

취미에 좀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고 휴가 때가 되면 연차를 붙여 유럽이나 해외로 나가기도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여자 친구가 종종 바뀌기도 하고 솔로일 땐 주변에 소개팅 의뢰를 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편안한 혼자만의 삶을 즐기긴 하지만 때론 외로움을 느껴 친구인 나를 불러 술 한잔 걸치곤 한다.

그럼에도 지금 이 친구는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결혼과 비혼 사이에 서 있는 나 같은 친구도 있다.

결혼을 하고 싶지만 쉽게 그 세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이성친구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소위 말하는 괜찮은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밥벌이로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고민되기도 하고, 상대의 가정과 우리의 가정의 결합이 걱정되기도 한다.

솔로인 친구들은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주변에 소개팅을 의뢰하지만 친구의 눈이 아닌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괜찮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외로움에 몸부림치지만 소개팅으로 성공할 확률은 시간이 갈수록, 소개팅의 횟수가 길어질수록 점점 낮아진다.




선택.jpg 사진 : https://unsplash.com

결국 우린 결혼으로 나아가든, 나아가지 않든, 나아가지 못하든 어떤 선택을 하게 된다.

문제는 그 선택을 함에 있어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을 했다면 어떻게든 행복한 결혼생활과 가정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혼자서 어떻게 행복해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상태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비혼에서 결혼을 선택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주변에 괜찮은 이성은 이미 없기 때문이다.)

만일 나와 같이 결혼과 비혼 사이에서 (자의든 타의든) 갈등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선택이든 되도록 빨리 해야 함은 맞는 말 같다.

선택이 늦어질수록,

고민이 깊어질수록,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점점 이전에 받았던 선택지에 비해 초라해지고

결국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면 남는 건 후회뿐이라는 걸

시간이 흐른 뒤

고통 속에서 우린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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