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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Feb 09. 2022

언제나처럼

ep 94. 버벌진트 - 시작이 좋아

운동선수의 루틴처럼, 여러분들도 해가 바뀌기 전 항상 하는 저마다의 루틴(습관)이 있나요?

20살을 넘어서부터 항상 11월이 되면 서점에 들러 제게 맞는 다이어리를 조금 일찍 사곤 했어요.

그해에 대한 아쉬움은 빨리 털어버리고, 다가올 새해를 보다 빨리 그리고 반갑게 맞이하고 싶었나 봐요.

신중하게 다이어리를 고르고, 카페에 앉아 신중하게 고른 다이어리에 다가올 새해 계획과 목표, 기억해야 할 날들과 소소한 생각들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1월이 지나고, 2,3월을 바쁘게 보내면서 다짐했던 계획들은 조금씩 무뎌지고, 정갈하게 써 내려갔던 글씨는 급히 적었던 업무 관련 메모나 일에 필요한 일정들로만 채워져 갔어요.

그렇게 듬성듬성 쓰여진 다이어리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해요.

'아... 이 다이어리는 이렇게 칸이 만들어져서 이걸 내가 사용하지 않았었구나. 내년엔 조금 다른 형태의 다이어리를 사봐야지!!'


그렇게 또 11월이 찾아오고 올해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다시 새로운 형태의 다이어리를 사보지만,

다이어리를 들고 다녔다는 손 때만 남겨진 체 또 한 해가 가요.

그래서일까요.


한 3년 전부터 다이어리를 사지 않기 시작했어요.

꼭 기억해야 할 일정은 휴대폰에, 책을 읽고 간직하고 싶은 구절이 있으면 사진을 찍고 독서노트에 필사를 해요. 그것만으로도 다이어리가 없는 일상은 충분히 소화가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나 봐요.

예전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한해의 계획과 목표를 적지 않게 되었다는 것.


- 3월까지 토익 950점 달성

- 2개월 안에 5kg 감량

- 책 100권 읽고 기록 남기기

- 업무 관련한 목표 달성

- 한 달에 (      ) 만원 저축, 1년에 (   ) 목표 달성


살면서 이런 목표들이 중요한 때가 있었어요. 취업이 목표였던 해, 업무상 욕심이 많았던 해, 이직을 고민하던 해, 번아웃이 찾아와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해, 여유롭게 사는 삶에 대한 로망이 가득했던 해.

일 년, 열두 달이라는 시간은 항상 똑같았지만, 제 마음과 주어진 환경은 늘 달랐나 봐요.

이유 없던 불안함과 때론 저에 대한 욕심들이 자꾸만 명확한 수치로 지난 한 해를 평가하고 더 나은 수치를 얻기 위해 올 한 해를 기획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지금 필요한 건 올 한 해를 계획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삶 보단,

어제와 오늘이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반복되는 일상에 감사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삶에 아주 조그만 변화를 주며 살아가는 것. 큰 행복도 또 큰 슬픔도 없이 잔잔하게 삶이 흘러가길 바라는 것.

일상은 평온하지만, 그 평온한 일상이 지루하지 않도록 조그만 행복의 파동을 느끼는 순간들을 보다 많이 경험하며 살아내는 그런 순간의 일상이 더 필요해진 것 같아요.


평소 만나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만난 사람들.

혼자 읽고 외로이 쓰는 글이 아닌 함께 읽고 함께 쓸 수 있는 그런 글쓰기 동료들을 만들어 가는 것.

일이 바빠서란 핑계로 내 시간 갖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건강이 나빠지지 않게 건강을 관리하는 것.

그 무엇보다 혼자서누군가와 함께든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서 하는 것.


올해엔 그런 시간들이 제겐 더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시작의 일환으로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란 매거진을 통해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 글 쓰는 경험을 가져보려 해요. 혼자 글을 쓰다 보면 지치는 순간들이 찾아오는데 함께 글을 쓰다 보면 조금 더 글쓰기가 재미있어지지 않을까요?


올해는 수치화된 목표치가 아닌 행복한 경험들을 보다 많이 쌓을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2022년의 첫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글을 작성해봅니다.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외에도 다양한 새로운 경험들을 이 공간에 글로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이 공간에 방문하여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올 한 해 시작이 좋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이 좋아>란 음악으로 조금 늦은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

https://youtu.be/V4_R37uix7I

시작이 좋아.

시작이 좋아.
조용한 바닷가에 홀로 와
새해 소망도 빌었어
한동안 날 괴롭히던 지독한 감기도 다 나았어
느낌이 좋아...
느낌이 좋아,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더
딱 한 가지, 네가 없을 뿐
그게 슬플 뿐
그것뿐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다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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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감성의 음악 공유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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