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버스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으며 속으로 되묻는다.
'이번 주는 뭐, 루틴적으로 반복하는 업무들과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들이 이렇게 되겠구나.'
그리고, 그 사이에 내가 해보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들을 정리한다.
먼저, 힘든 일. 사람이 시키거나 기존 것을 바꾸는 일. 공통점은 둘 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만 잡히고 실천하기 두렵다는 데 있다. 다른 사람들의 말속에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있는데 보통 이 생각에 딱 맞게 하기가 어렵다. 그 사람은 쑥떡같이 이야기했는데 나는 찰떡처럼 알아들어야 할 때도 있고, 가래떡 형태만 보여주었는데 알고 보니 무지개 떡이었을 때도 있다. 그리고 아주 가끔 기한을 넘어서 마무리가 될 것 같은 일들은 생각만 해도 쉰 떡을 맛봐야 하는 것처럼 고역이다.
또, 기존 것을 갈아엎는 일. 말처럼 내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한다. 이런 일들을 할 때에는 내가 시간보다 앞에서 헐레벌떡 뛰어가는 느낌이 든다. 분명 월요일이었는데,이었다가 주말이 된 시간이 내 어깨를 잡는다.
'이번 주 뭐했지, 왜 이렇게 빨리 뛰어가 좀 천천히 뛰어'
고개 너머 시간을 돌아보곤 '뭐 별거 안 했는데 이렇게 됐네, 이제 뭐 어쩌지?'라고 되묻자 시간은 한숨을 살짝 쉬곤 잡았던 내 어깨를 놓아준다. 나는 무수히 많을 것 같은 회사에서의 시간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고 주말은 달리는 시간에 리듬감을 주며 계속해서 이 일을 해나간다. 그대로, 일이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다.
버스에서 밖을 보며 이런 실없는 생각을 하는척하지만 사실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이다. 주말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무엇인가? 회사는 무엇인가? 워라밸은 회사를 가지 않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등등. 그렇게 일 년이 지난 출근길도 아주 가끔 집중해서 밖을 보면 무엇인가 변한 것 같다. 어느 책이었는지, 우리의 뇌는 익숙한 것을 80% 정도 필텨링 해서 인식한다고 한다. 방금 본 문장의 오타도 그냥저냥 넘어가게 되는 것처럼 풍경의 변화도 급격하지 않으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일도 그냥저냥 그렇게 넘어갈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래도 내 머리 바로 위를 날아드는 비행기의 그림자와 소리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처럼, 새롭고 재미있는 일을 해야지. 회사 앞이다.
'자 이제 진짜 출근해봐야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모쪼록 행복하게 보내게 해 주세요, 여러분도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