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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Dec 09. 2020

겨울에 태어난 아이

겨울에 태어난 아이는 겨울을 좋아했다. 

생일이면 반 친구 스무 명 정도가 초대되었고, 방에 빙 둘러앉아 수건 돌리기를 하고 귤 빨리 먹기 시합을 했다.

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기라도 하는 날에는 썰매를 타기도, 눈싸움을 하기도,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다.

잘 울지 않고 착하게 살았던 탓인지 종교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성탄절이면 두둑한 선물도 받았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숙제 안 하고 놀기만 한다고 엄마께 혼나면서도 여름 방학 내내 수영장에 가서 살며 여름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물과 맞지 않는지 수영 강습을 시작하고 감기에 옴팡 걸려 3개월을 가까스로 채우기까지는 그래도 여름이 좋았다. 스물다섯, 16만 평의 공원에서 공원 연출을 하던 때 하필이면 가장 무더웠던 여름이라 여름은 좋아하는 계절에서 싫어하는 계절로 바뀌었다.


직장을 옮기고 스트레스 가득 받으며 고단하던 어느 날, 빌딩 옥상에 올라가서 본 하늘이 너무 예뻐 가슴이 뻥!

그때부터 가을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맑은 하늘 덕분에 '가을 신부'가 되고 싶었지만 여름에 만난 남자는 봄 지나고 결혼하고 싶어 했기에 여름이 되기 전 결혼을 했다. 그리고 가을 아이를 낳았다.


다시 겨울.

"언니 생일 어떻게 할 거야?"

동생이 물어왔다.

학교 친구, 직장 친구, 가족. 이렇게 3번에 나눠 생일을 챙기니 자연스럽게 양력 생일부터 음력 생일까지 생일 주간이 되었는데 12월을 바쁘게 보내다 보니 '생일?' 갑자기 멍~ 해진다.


"아... 너무 바빠 음력으로 해!"

빠르게 말하고는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전한다.

"내 생일 음력으로 할 거야! "


날짜가 자꾸만 바뀌는 음력 생일을 좋아하지 않던 나는 상황에 따라 바뀌는 그런 사람인가? 하하하!!!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음력 생일이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력 생일인 오늘, 지금.

아이와 먹겠다고 미역국을, 수육을, 새 밥을 짓는다.

맛있게 익은 알타리김치와 먹어야지!



김시연 님, 생일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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