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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Mar 30. 2021

'후회나없게'라고했다

"엄마는 괜찮으셔?"

이모가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시다는 말씀을 듣고 언니에게 안부글을 보냈다. 모른 채 하라고 아직은 언니도 정신없을 테니 연락하지 말라는 외삼촌의 말씀이 있으셨지만 알고도 모른 채 할 수 없어 아는 체를 했다. 

내 나이 50이 되고 보니 지인들의 부모님 부고 소식도 전해지고,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속상한 소식들이 많아진다.


힘들 텐데, 언니는 엄마가 괜찮으시냐고 물어왔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계신 엄마가 괜찮으시냐고.

괜찮다고 해야 할지 안 괜찮고 해야 할지 1초간의 멈춤이 있었지만 '엄마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만하면 괜찮으신 거야~ 삼촌은 말씀하셨다. 어제 통화한 삼촌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다른 약 드시는 건 없지?" 건강 보조제 외엔 드시는 약이 없는 엄마는 다른 데는 괜찮으시다. 그러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정말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질병 중 가장 힘든 질병이 치매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에는 친구분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집에 도둑이 들어왔다"라고 하시는 바람에 멀리 사시는 엄마의 친구분이 경찰서에 신고를 하셨고, 엄마 댁에 경찰이 출동을 했으니 함께사는 동생은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래,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다. 그놈의 헛것만 안 보이면 엄마는 물론이거니와 동생과 나도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은 없겠지만 이전의 치매로 알고 있던 그런 증상은 없으시니 그래,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엄마가 치매약을 드시는지 언니는 물었다. 약 드시면 좀 호전된다고.......

엄마가 약을 너무 힘들어하셔서 안 드신다고 말하자 치매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신 건 아니냐 물었다. 엄마 몰래 물에 타 드렸지만 엄마의 반응은 같았고 치매 약을 계속 바꿔봤지만 매한가지여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질문을 해봤다고.

'나라면 하루를 살아도 내 몸이 편한 게 좋을지, 아니면 약을 먹으면 몸이 힘들어 죽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을 먹을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라면 전자를 택했을 것 같아 바통을 엄마에게 넘겼고 엄마의 의견을 따르기고 했다고 말했다. 


이모는 지금 중환자실에 계신다고 했다. 온갖 줄을 달고서.......

댁에서 너무 아파하셔서 병원으로 모셨는데 이모는 자꾸만 집으로 가자고 말씀하신단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 자신이라면 선택하기 쉽겠지만 엄마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치료를 위해 온갖 줄을 달고 계신 상황. 


"언니, 어렵겠다."

"응"

"하지만 후회나 없게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게 마련이지만 엄마는, 엄마만큼은 달랐으면 좋겠는 게 자식들의 마음일 거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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