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늘 실내화를 신고 다닌다. 가족 모두의 슬리퍼를 세트로 맞추기도 하지만 사용기간이 모두 달라 어느새 세트에서는 벗어나게 된다.
무인양품에서 구매한 옅은 회색 리넨슬리퍼는 내 전용 슬리퍼다. 작년 여름, 세일기간에 구매했는데 1년도 되지 않은 실내화가 이모양이다. 발꿈치에 돌기라도 있나 들여다보지만 무난한 발꿈치다. 세탁을 너무 자주 한 건가 싶지만 다른 부분은 멀쩡한 걸 보니 그것은 이유가 되지 못한다.
얼마 전 다이소에서 봤던 실내화 진열장이 생각 나 겸사겸사 다이소에 방문했다. 그때 저렴하면서도 제법 괜찮아 보이는 실내화들을 보며 감탄했기 때문이다.
품질이 좋아 보이는, 디자인까지 심플하여 마음에 드는 실내화는 오천 원이면 살 수 있었다. 심지어 3천 원짜리도 제법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디자인과 색상을 선택하기까지 십 분여의 시간을 보내고 카트에 담았다. 그때 발꿈치와 맞닿는 면이 해진, 집에 있는 내 실내화가 생각났다. 생각을 고쳐먹고 끌고 가던 카트를 멈춰 실내화를 다시 빼서는 제자리에 걸어놓는다.
집으로 돌아와 버려질 뻔했던 실내화를 천천히 살펴본다. 어떻게 생명을 불어넣을까 고민한다. 다닝기법으로 다양한 실을 사용할까, 면실로 모티브를 떠서 꿰매줄까.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가장 간편한 방법을 취하기로 한다. 작정하고 원단 서랍을 열어 알맞은 원단을 골랐다. 처음엔 쓸모를 찾아주겠다고 모아놓은 아주 작은 자투리 원단을 이어 해진 부분을 덧대주려고 했으나 발꿈치에 닿는 면이 불편할 것도 같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육각형으로 재단해 놓은 원단 중에서 골라 쓰기로 한다. 언제 완성할지 모르지만 침대 스프레드는 만들겠다고 재단해 놓은 형형색색의 육각형 원단이다. 그중 아깝지 않을 원단을 골라 대어 보니 제법 어울려 보인다. 시접 부분을 접고 시침핀으로 고정해 가며 천천히 홈질로 꿰매다 보면 흉한 부분이 꽃천을 덧대어져 감쪽같다 못해 오히려 더 예쁘다.
보기에 심심하지 않으라고 오른쪽 왼쪽을 일부러 다른 천으로 덧대어 한 켤레를 완성한다. 5천 원 주고 실내화를 사는 것보다는 시간이 훨씬 더 소요된다. 때문에 돈을 아꼈다는 생각은 없다. 오만 원도 아니고 5천 원이면 살 수 있으니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1. 쓰레기를 줄였다는 기쁨
2. 정든 실내화의 수명을 늘려 좀 더 신을 수 있다는 기쁨
으로 즐거움은 배가 되고 뿌듯함까지 더해진다.
천만 덧대어진 게 아니라 실내화를 신을 때마다 아니, 가지런히 놓인 실내화를 보기만 해도 좋은 기분이 덧대어져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