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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은 병인가?

다정함은 약이 된다

by 생각의 힘 복실이

이화에 월백하고로 시작해 다정이 병인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로 끝나는 시조가 있었다. 확진후 초기 병의 원인을 찾으려할 때, 문득 학창시절 배운 시조 한구절이 떠올랐다.

일주일에 최소 세번은 저녁 술약속이 있었다. 학교동창부터 거래처, 사회선후배, 회사모임까지 다양했다. 물론, 그 중 한번은 마눌과 함께 했다. 아직 내가 삼식이 환자지만 지극정성의 간호를 받을수 있는 배경이다.

약속이 많다. 오지랖이 넓다라는 핀잔도 들었다. 술을 줄이라는 다른 표현이었다.
샤르트르의 '타인은 지옥이다'를 언급하면서 홀로서기를 하라는 젊잖은 조언도 있었다.

만남에서 자잘한 갈등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대체로 다양한 모임은 내 삶의 활력소였다. 특별히 미워하는 사람없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다정이 병인가?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정은 약이다 였다.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부족한 나를 발견하고 성찰하며 채찍질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도 '다정한 것이 오래 살아남는다'고 했다.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다양한 지인들이 전화, 문자로 응원하고 기도해주었다. 병원으로 집으로 찾아와서 직접 격려해준 분도 많았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초기 평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 살면서 갚아나가야 한다. 은혜를 배신하고 덕을 잊어서는 안된다.

나는 후배들에게 승진을 원한다면 불편한 사람과의 불편한 자리를 마다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상사와의 거북한 술자리나 갑을관계인 거래처미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얘기한다. 그런 자리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고 믿는다.

나는 명절이나 가족모임에서 옆자리나 앞자리에 앉은 조카에게 말을 많이 시키는 편이다. 그들의 말을 듣고 조언을 건낸다. 자리를 파하고 헤어질 때는 가벼운 용돈을 카톡으로 보내준다. 불편한 자리를 견딘 댓가다. 내 방식의 조카 교육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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