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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감상 후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by 생각의 힘 복실이

어제밤 집근처 극장에서 최근 개봉한 영화 '하얼빈'을 봤다. 모처럼 가족 모두의 외출이었다.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스티커 사진도 찍었다.

2년전 김훈의 소설 하얼빈을 읽으며 느낀 감동을 딸들에게 전하고 싶어, 시간을 맞추다보니 예매시간이 저녁 8시반이었다. 영화관은 예상과 달리 한산했다. 평일 저녁이라 그럴수 있는데, 많은 좌석이 비어 있었다.

영화를 보는내내 고개를 갸우뚱했다.
소설과는 너무 다른 전개였다.
당연히 김훈 소설이 원작일꺼라 생각했지만, "하얼빈'에서 안중근 열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쏴서 죽였다는 역사적 사실만 동일할 뿐이었다.

영화의 화려한 배우 캐스팅과 영상미는 주목할 만했으나, 내가 기대했던 것은 소설이 보여준 생각의 충돌과 말의 싸움이었다.

단순한 총성과 '코레아 우라'의 외침이 아니라, '총의 노래'와 묵직한 울림이었다.

소설은 이토의 동양평화론을 소개하고, 죽음을 앞둔 옥중의 저술작업을 통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비교하며, 이토 평화론의 허구성을 증명한다. 이토가 제국의 평화 외무대신이 아니라, 침략전쟁에 목마른 일본왕의 하수인일 뿐임을 밝힌다.

또한, 소설은 천주교 신자인 도마(세례명 토마스) 안중근이 이토를 암살하는 행위가 테러인지 정의인지,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선명했다. 수많은 시간의 고뇌를 뚫고 안중근은 본인의 행위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의병중장의 항거임을 깨닫고, 하얼빈으로 향했다.

안중근은 어려서부터 총 잘쏘는 포수였다. 하얼빈에서 그는 권총 한자루와 여덟 발의 총알을 가져간다.
이토에게 세발을 명중시키고도 주변에 네발을 발사한다. 이토의 얼굴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다. 마지막 한 발이 남았다.
하지만 그는 퇴로가 없는 하얼빈역에서 자결하지 않고 코레아 우레를 외치며 순순히 체포에 응한다.

의병대장 안중근은 제 2의 싸움을 준비했다. 하얼빈에서의 총성은 제 1 싸움이었다. 뤼순 법정에서의 논리의 싸움이 제 2 싸움이다.

일본 검사는 한 조선인의 울분에 찬 테러행위로 격하시키려 했지만,
안중근은 조선 의병대장의 전쟁임을 알리고, 만국공법에 따른 포로 대우를 할것을 요구한다.

당시 많은 나라의 기자들이 이 재판을 지켜보던 상황에서 안중근은 약소국 조선을 이해시키고, 본인 행위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내 기대와는 달라도, 영화는 대작이었다. 딸들도 졸지않고 재밌게 봤다고 했다.
영화는 영화대로 의미가 있다.

연해주의 거부로 성장해 당시 독립운동의 가장 큰 후원자였다는 최재형을 소개했고, 한순간 밀정에 빠졌다가 결국에는 새 길을 찾는 김상현에도 공을 들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딸들이 실제 역사와 소설이든 영화든 역사 컨텐츠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과거를 제대로 알아야.
현재를 이해할 수 있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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