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 망팔 되니까
한달 전 누군가의 페북 글에서 김훈 작가의 '망팔 되니까'라는 에세이를 읽는데 잔잔한 여운이 남았다.
팔십을 바라보는 노작가의 삶과 죽음에 관한 통찰이 담긴 글이었다.
친구와 선배 벗들이 하나둘 죽음으로 떠나가는 연세, 부고를 받아 화장장에서 마지막 길을 애도하는 풍경이 애잔했다.
작가의 부친과 퇴계선생, 김용택 시인 부친의 유언을 비교하며, 유언이란 생활속에서 우러나와 건실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깨달음도 새로웠다.
글의 말미 '죽음은 가볍고 삶은 무겁다. 죽음의 가벼움으로 남은 삶의 하중을 버티어 낼 수 있다'는 의미를 헤아리고자 글을 내려받아 저장해두고 가끔씩 들여다본다.
(중략)
죽으면 말길이 끊어져서 죽은 자는 산 자에게 죽음의 내용을 전할 수 없고, 죽은 자는 죽었기 때문에 죽음을 인지할 수 없다.
인간은 그저 죽을 뿐, 죽음을 경험할 수는 없다.
화장장에 다녀온 날 저녁마다
삶의 무거움과 죽음의 가벼움을 생각했다.
죽음은 날이 저물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자연현상으로, 애도할 만한 사태가 아니었다.
뼛가루를 들여다보니까,
일상생활하듯이,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하듯이, 그렇게 가볍게 죽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