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 공항에서 돌아본 나의 여행
아침 일찍, 예약해둔 택시가 제시간에 도착했다.
밝은 웃음으로 인사하는 택시기사의 미소 덕분에 기분 좋아지는 출발이었다.
차창 밖 풍경을 영상으로 담고 있자 택시기사에 말을 건낸다.
"저도 유튜버예요!"
내가 영상을 찍는 걸 보고 유튜버인 줄 알았는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브루나이의 마지막 만남도 이렇게 유쾌하고 따뜻했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순조롭던 여행이었는데 일이 터졌다.
가방이 3kg를 초과해 추가 금액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한국 항공사들은 몇 킬로그램쯤은 초과하면 그냥 보내주는 것이 다반사기에 이런 상황이 꽤나 당황스러웠다. 단호한 항공사 직원의 말에 일단 초과를 인정하고 카드 내밀었더니 돌아오는 말은 Only Cash라고 한다.
'온니 캐쉬? 현금만 받는다고?'
'너무 한거 아니야'라는 감정보다는 우선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자 머리를 굴렸다. 그때 문득 떠오른 기억. 2017년 중국 유학 시절 기숙사 보증금이었다. 혹시 몰라 이번 여행에 챙겨온게 신의 한수였다. 한국 돈으로 바꾸기 아까워 고이 간직해두었던 그 위안화 현금이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빛을 발하다니.
휴.. 문제 해결이다.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겨우 들어간 비행기 탑승 대기 장소.
비행기를 기다리며 폰에 저장된 지난 여행의 추억들을 하나씩 넘겨보았다.
쉐르의 결혼식
맹그로브숲 탐험
황금빛 모스크
두리안 파이 아줌마
뜨거운 코코넛
지난 브루나이의 여정의 즐거웠던 순간들이 스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수확은 브루나이 젊은 친구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간 카페에서 요즘 유행하는 사진 필터로 셀카를 찍고, 깔깔깔 웃으며 SNS로 일상을 공유하고, 새로운 맛집을 찾아다니는 모습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조용한 나라에 사는 대신, 그들은 더 넓은 세상을 꿈꾼다. TV로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배우고,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 브루나이 공항은 규모가 작지만, 늘 나가려고 하는 사람들도 붐빈다. 이웃나라 말레이시아와는 마치 우리가 제주도 가듯이 자주 왕래하는 나라이다. 브루나이에도 에어비앤비 사업을 하는 젊은 사람들이 생겨 나고있다. 내가 묵은 숙소도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친구가 운영하는 에어비앤비였다. 이제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며, 브루나이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