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전통 결혼식에 초대받다
"결혼식을 3번 한다구?"
쉐르의 결혼식 초대를 받았을 때 놀랐던 점이다. 이슬람 결혼식은 3번이다. 마지막 결혼식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신부와 신랑 가족들은 참석자 모두에게 악수를 청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시한다. 여자는 여자에게 인사하고, 남자는 남자에게 인사를 건낸다.
나는 그 중 가장 마지막 결혼식 예식에 참석했다. 가족, 친지, 친구, 지인들이 모두 모여 사진을 찍고 밥을 먹는 자리다.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예식이 끝난후 여는 피로연 자리였다.
결혼식 피로연장에 입장하니 쌀을 건낸다.
결혼식 답례 선물이다.
쌀은 브루나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생명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주식이다. 이슬람 문화와 전통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결혼식에서 쌀을 답례품으로 주는 것은 신랑과 신부가 새로운 가정을 시작하며 삶의 풍요와 축복을 나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쌀은 공동체와의 연결도 상징한다고 한다. 결혼식에 참석한 손님들에게 쌀을 선물함으로써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받은 축복을 다시 사람들과 나눈다는 의미다.
신부대기실에는 내 친구 쉐르가 있었다.
결혼한 신부의 손에는 손끝부터 아름답게 그러진 헤나 타투가 있었다. 이 헤나는 약 한 달 넘게 유지 된다고 한다. 신부대기실에 모인 쉐르의 가족과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한국에서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과도 오랜만에 반갑게 재회했다.
인사를 나눈 뒤, 준비된 음식들을 즐기며 피로연을 만끽했다. 수많은 하객들 사이에서 외국인은 나 혼자뿐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신랑 신부와 함게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때, 신랑 신부를 위해 마련된 무대 한켠에서 꺄르르 웃으며 놀고 있는 브루나이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쉐르의 친척이었다.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예뻐 먼저 인사를 건내자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화답했다. TV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접한 덕분인지 한국어 인사가 능숙했다.
저녁 피로연이 끝나고 페이팅은 나를 숙소까지 데려다주었다.
브루나이에서 마지막 밤이었다.
페이팅과 나는 찻속에서 약속했다.
"Work hard, play hard!"
우리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여행하자!
그건 우리만의 맹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