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바로 직전에 내가 귤을 드렸는데, 옆구리 찔러 절 받은 건가 아님 진작 오셋다이 하려고 했는데 시간 포착이 늦어선가? 아무튼 즐거운 점심 시간이었다.
이분들의 식당은 마을 오른쪽 끝에 터널이 보이는데 바로 그 우측 앞에 있다.
이후부터 내리 53번 절까지는 내리 직진이다.
서쪽 방향이어서 해를 바라보고 걷느라 얼굴이 따끔거린다.
도로와 기찻길, 그리고 걷는 길이 나란히 끝도 없다.
바다도 옆에 끼고 끝없는 행진이다.
요트 제작공장과 진수식하는 기계, 그리고 제작된 요트를 하나하나 보니 설렌다. 나중에 여기 와서 요트를 사도 되겠지 싶다.
바다 전망이 좋은 카페도 물색해 놓았다.
해변 아이들과 잠시 어울리고 싶은데 오늘은 시간이 여의치 않다.
주변 사물에 대한 감각이 무뎌딘 채 몽롱해진다.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 짊어져야 할 내 십자가는 무엇이고 난 어디까지 회피할 수 있는 것인가?
막다른 데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16:00 드디어 꿈같이 53번 절에 도착,
16:40 오늘의 마지막 미션, 52번 타이산지 도착.
오늘도 어제처럼 막판 시간에 쫓기어 뛰었다.
땀이 비오듯.
타이산지에서 뒷산을 넘어 다카하마역까지 어둑해진 산길이 꽤나 조심스럽다.
오늘도 하루 해가 고고섬 뒤로 진다.
고고 섬
역에서 전차를 타고 마쓰야마에 입성하다.
18:00 마쓰야마 성 뒤쪽에 위치한 숙소에 짐 풀자마자 오늘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숙소를 나섰다.
3년 전, 1차 시코쿠 순례를 다녀온 후 9월에 가톨릭 신자가 되어 신앙을 키워가고 있는 중인데 그해 자전거 이용 제주도 성지 순례 도중 표선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도 있었다.(그해 한국 천주교 111곳의 성지 순례를 마치고 인증서를 받음).
그래서 오늘 주일은 성당을 찾아보고 싶었다. 인터넷에도 구글맵에서도 찾기 어려워 택시를 불렀다. 그런데 택기 기사도 역시 몰라 에이메현 시청앞 구석구석 다 뒤졌다. 중요한 건 택시미터기에 찍힌 금액 1,030엔을 확인 시킨 후 미터기를 꺽은 채 공짜로 찾아주시는 게 아닌가. 서비스가 대단하다. 결국 찾아냈다. (십자가가 좀 꺼려지시더라도 그 너머 오른쪽에 있는 별자리를 주목)
그리고 덤으로 마쓰야마 성의 야간 모습도 본다.
아, 그리고 음식점 하나 소개.
오꼬노미야끼 집인데 들어갈 땐 번호표 대기 받고 들어간다. 숙소 근처인데 마쓰야마 성 뒤편에 있다. 짜지 않고 맛은 있는데, 낮에 오셋다이로 먹은 집에 비하면 대화도 정감도 없어 아쉬웠다. 다만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