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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티노 쿠마 May 10. 2023

시코쿠(四國) 오헨로 순례(2부-4화)

도라이치(どらいち)!

4. 4일째(59번 ~ 54번 절) - 도라이치(どらいち)!     

1월 12()     


코묘지 츠야도에서 혼자 잘 자고 기상 5시 20분.

6:00 출발, 비가 내린다. 작고 귀여운 우산을 얻는 대신 즈에(지팡이)를 깜빡 놓고 옴.

7시가 되니 어둠이 가심. 비를 반가워하는 채소들과 숲속의 나무들. 빗소리를 들으며 새벽 어둠을 가로질러 걷는다. 어깨가 약간 아프다.

7:30 휴게소에서 작은 아침장이 섬, 모찌와 말린감 구입해서 아침을 해결.




도로 가에 있는 저수지에 비가 내리는데, 빗소리를 들을 수 없다. 차소리에 눌려...    

9:20 59번 절 고쿠분지에 도착.

화장실 변기가 비데라 덕 좀 봤다.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잠시 여유를 가져본다.     


학교, 학생들, 병의원, 이정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제일 반갑게 다가오는 건 학교와 학생들. 누가 선생 아니랄까봐.

병의원이 드문드문 있는데 운영은 제대로 될까 싶다.

산길에는 이정표가 자주 눈에 띄는데 시내에서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사가우치에는 더더욱 안 보인다. 이정표는 반갑게 맞아 주면서 따뜻한 한 마디를 전해 온다. 

시내에서는 새롭게 눈에 띄는 게 없는데, 아마도 내가 사는 곳에서도 새로운 것은 없었지? 

있었어도 제대로 보질 못했을거야. 

산길과 시골길을 걷다 보면 벼 벤 그루에 싹이 돋아나는 것도 눈에 보이는데...

비 맞으며 걷는 헨로. 

바지 신발이 다 젖어든다. 

3년 전 마지막날 비로 인해 38번 절 납경을 마치고 병원까지 가야했던 기억이 새롭다. 

   

12:20 센유지 착, 

연못 옆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는데, 오셋다이로 승용차 타고 가던 아주머니가 사탕을 건네주신다. 오르는 산길이 만만치 않다. 낙엽 쌓인 길을 오르는데 관악구 청룡산 길이 생각난다. 비를 맞는 낙엽들을 다시 보니 늦가을의 정취쯤 되겠지. 사찰을 보호하기 위한 금강역사와 미투리. 비에 안개까지 겹친 산사풍경이 신이하다. 종소리가 듣기 좋아 두 번 울리다.

센유지



14:00 57번 절 에이후쿠지 착.

센유지에서 봤던 포르투칼 젊은이를 다시 만나다. 비를 홀딱 맞고 오는데 나보다 

늦게 온 이유, 길을 잃었단다. 그에게 오세다이로 핫 커피캔을 쥐어줬다.

56,55번까지 4시 경에 마치니 오늘의 마지막 절인 54번 엔묘지까지 갈 수 있으려나? 

발은 물 젖은 신발로 짓무르고 쓸려 따끔거리는데, 그래도 가자! 뛰자, 뒤뚱뒤뚱. 

도라이치 가게가 보여 1개를 사서 바로 먹지 않고... 54번 절 가서 자축하며 먹자!


16:48 엔메이지 착. 도라이치를 음미하며 숙소까지 남은 4.6키로를 가기 위해 양말을 갈아 신는다.         

오늘 머물 곳은 비즈네스 츠요시. 국도에서 100m 들어가 있다. 할머니가 운영하는 2층 짜리 구조인데, 오늘 손님은 역시나 나 혼자다. 조식포함 5,000엔. 저녁까지 하면 6,000엔인데 내가 오늘 예약 없이 너무 늦게 와서 저녁은 안 된단다. 어쩔 수 없이 도로가로 나가 우동 정식으로 나를 충족시켜준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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