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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티노 쿠마 May 11. 2023

시코쿠(四國)오헨로 순례
(2부-13화)

아내와의 합류(동행삼인)

13. 13일째(83, 80~78번 절), 14일째(71~77번절)아내와의 합류 첫날둘쨋날      

1월 21()     


나카무라 역에서 고토히라 역까지 가는 고산선 호빵맨 급행열차. 

안내 멘트가 만화스럽다.

깜빡 졸다가 깨어나 차창밖을 보니 경관이 좋아 사진으로 남기다. 

아마도 아와이케다역 부근인 듯.

고치와 다카마츠를 잇는 도산선, 시코쿠의 내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철로인데 험준한 산들과 계곡을 끼고 가는 길이라 예전부터 이쪽으로는 순례길이 만들어지지 않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걸어가는 길은 있을테니 관통도로를 걸어보고 싶다.         



다카마츠 공항에서 11시 도착한 아내와 조우.

외국에서의 특이한 만남이라 프렌치키스라도 나눠야 하는가? 

아무래도 우리 나이가 내일모레면 환갑인데, 좀 그렇고.

그래도 아내를 생각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도라이치를 먹지 않고 간직했던 것을 꺼내 먹어보게 했더니 맛있어 한다. 

이번 시코쿠 시찰(?)-남편이 잘 걷고 있는지-로 이곳에 왔는데 오헨로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안고 갔으면 한다. 


먼저 공항버스로 83번 절 이치노미야를 방문하기 위해 첫정거장에 내려, 순례의 첫발을 내딛는다. 

눈에 보이는 아내와의 동행이인 순례. 

3년전 시코쿠 순례를 하며 홀로 힘들게 걸을 때 늘 곁에서 동행해준 홍법대사가 있었음을 느꼈었는데, 

그때 문득 결혼 이후 나와 동행해준 아내의 존재를 떠올렸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직접 아내와 동행하게 되니 새롭다.

먹을 거리도 챙겨오고, 피부 관리 크림 등을 준비해와서 벌써부터 호강하는 느낌이 든다. 

12일간의 강행에 따른 누적된 피로도가 어느 새 싹 날아가는 것 같다.


다음 코스로 리츠린 공원으로 갔다.

바람이 불어 약간 춥긴 했지만 공원 안은 바람이 잦아들은 데다가 날씨까지 받쳐주어 정원산책하는 내내 그림 속의 한 풍경이 된 느낌이다.        

리츠린 정원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한국인 관광객 20여 명이 패키지로 온 듯 무리지어 구경하는 모습도 눈에 띄는데, 

오늘 정말 날씨가 좋다고들 한다. 

연못에 배 띄어 정원의 흥취를 돋워 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관광객을 실은 배는 그림의 한 풍경이 된다.  

리츠린 공원

 




























리츠린 공원을 뒤로 하고 다카마츠 역으로 향한다. 

시장통으로 이동, 다소 한산한 느낌이다.

다카마쓰에서 고쿠부역까지 기차로 이동한 뒤 고쿠부지에 들르고, 

다시 기차 타고 79번 절까지. 정말이지 아내 덕에 호강하는 관광순례다. 

아루키 헨로가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발가락 물집과 댕기는 오른쪽 종아리 때문에 뒤뚱거리며 걸어야 해서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강행한 후유증에 대한 약간의 휴식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순례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헨로미치의 맛이라도 보게 하려고 남은 숙소까지의 6키로 거리를 걸어 

젠콘야도인 우탄구라에 도착.         

젠콘야도 우탄구라


주인 어르신이 직접 맞아주시며 오차까지 대접해 주셔서 감사했다. 아내분이 병원 갔다가 올 때가 됐다고 하셨는데, 무릎이 아파서 그렇단다. 그 사이 희야시스 님(동행이인 카페 운영자)이 선물했다며 자랑삼아 보여주신 앨범을 펼쳐보니 희 상이 거기에 있지 않는가. 

하루 숙박료가 천 엔, 그야말로 젠콘야도다. 이날따라 추운 날씨에 방이 춥다고 하니 난방기를 어디선가에 찾아와야 하는지 약간은 머뭇거리다가 전기선풍기를 내오셨다. 아무리 젠콘야도라지만 전기료 걱정이 될 것 같아 다음날 전기료 부분을 추가해서 값을 치러드렸다. 안 받으시려는 것을 억지로 받게 했다. 오래오래 건강을 챙기셔 다음번 순례 때도 한번 뵈었으면 한다.

"겐끼데구다사이" 

다음날(1월 22일) 숙소 뒤에 있는 78번 절을 산책하고 난 뒤,         

우타즈역으로 가는 길에 '고다와리 면집'이 있어 우동을 맛있게 먹었다. 젊은이들이 주방에서 일하는데, 손수 나와서 주문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친절함, 면을 밀면서 재미있는 미소까지. 아침을 기분좋게 하는 웃음이다

고다와리 면집 내부

                   


곤조지로 가는 길에서 한적한 마을을 걸으면서 시코쿠 순례의 묘미에 잠시 젖어본다. 

특히 수선화에 빠져버린 아내에게 한 송이 꽃을 선사한다.                 


동네 모습이 어릴 적 고향의 모습이라며 변화가 느린 일본의 특징을 잡아낸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위상에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며. 

그에 비해 한국의 변화는 너무도 빨라 나이 들면 퇴보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 아쉬움을 나타낸다.


아내는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동네에서 과외학습 자리가 생겨 그때부터 공부를 좀 하게 되었고, 

5학년 시절엔 소풍 갔다가 경쟁 대상 학생이 부잣집 딸인데도 돈을 안 쓰는 걸 보고 자기도 500원 받은 소풍용돈 중 10원만 썼다는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의 악착같은 성격이 그때 이미 형성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단다. 

그때 사 먹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당고' 라는 거였는데 너무 맛있어 보였다는 거다. 

도고온센에서 맛본 그 달달함이 아내와의 추억을 공유하게 한다.

아내의 기억 속 끝자락에 친정 엄니가 연결되면서 그리움이 사무치니 내 마음도 짠해진다. 

    

75번 젠쓰지를 지나 만다라지 가는 길에 카페에서 소개해준 우동집에 들어서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 전용주차장이 꽤나 넓다. 자매가 똑닮았는데 한국말을 몇 마디 하면서 친근감을 자아내게 한다.      


73번 절 슈사카지에서 바라본 정경.


오늘 걸었던 곤고지 젠츠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의 모습이 평화롭다. 

그걸 그윽한 눈으로 내려다보시는 쿠가이대사. 

그 마음으로 나도 따라 내려다본다.  

       

이어 71번 절 이야다니지를 가는 헨로미치. 

아내가 처음으로 산길을 걷는다. 

평지만 걷다가 산길을 오르니 어깨에 둘러 맨 배낭무게가 묵직하게 전해오는지 내 발걸음이 다소 처진다. 

내일의 운펜지 산행을 의한 전초전이라 약간은 이런 길을 맛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그래도 108계단 앞에서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그 앞에서 멈춘 아내를 단에 쉬게 하고 혼자서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이제 간온지의 후지카와 숙소로 가기 위해 다쿠마역까지 가야 하는데, 차를 얻어 탔으면 했다. 

다행히 주차장에서 이제 막 차를 빼려는 승용차를 발견하고는 냅다 뛰어 다쿠마 역까지 태워 줄 수 없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시는 아주머니. 

자신은 두 번째로 시코쿠를 돌았다고 하신다. 

남편과 함께라 1회, 지금은 홀로 차로 순례하신다고 한다.

간온지 역에 내려 후지카와 숙소에 안착. 

처음으로 6시 안에 숙소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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