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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티노 쿠마 May 11. 2023

시코쿠(四國)오헨로 순례
(2부-14화)

아내와 동행 순례 3일째-운펜지

14. 15일째(68,69번 절, 66, 65번 절– 아내와 동행 순례 3일째      

1월 23() 

    

간온지 시내의 후지카와료칸, 가성비가 좋은 료칸이다. 1박2식에 5천엔이라. 

숙소의 젊은 친구가 영어를 곧잘 하면서 우리 스케쥴 코딩까지 해준다.

7시 되기 전, 숙소에서 가까운 68번 간온지와 69번 절을 찾았다. 

간온지 납경소에서 두 절의 확인 납경을 받게 해주었다. 

간온지 경내


사실, 오늘이 아내와의 순례에서 하이라이트로 66 운펜지를 찾아간 뒤 65번 절 산카쿠지를 지나 

이요미시마역까지 꽤 긴 거리를 가야해서 걱정이 됐다. 

그래서 오늘은 일찍 서둘러야 했다.                             

납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침 길에 만난 소학교 학생들. 

바람부는 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춥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안 춥단다. 

대단하다.


         

운펜지, 

잔뜩 긴장하고 숙소를 나선다.

아침 등교하는 고교생들이 하나같이 자전거로 통학한다. 간온지 역에 내린 학생들이 자전거로 바꿔 탄 뒤 학교로 향해 질주하거나, 둘이 이야기하며 천천히 타고 가는 학생들. 걷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전거 타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그리고 파카나 패딩을 입은 학생들이 없다. 

카페에서 얻은 정보를 기초로 간온지 역 좌측 버스정류장에서 4번 버스를 타고 운펜지 로프웨이로 가는 입구에 내렸다. 3키로 정도 오르막길이라 약간은 히치하이킹을 기대했다. 아내를 위한 순전히 시간 단축용(?)으로. 기대는 어긋나지 않아 동네분의 차를 얻어타고 로프웨이까지 갈 수 있었다. 혼자라면 당연히 올랐을 길을 차로 오르니 오늘도 아내 덕분에 호강한다. 오르막을 보니 정말 가파른 정도가 혀를 내두른다.

로프웨이장에 도착. 정상에 도달하니 알림판에 표시된 기온이 겨울이라고는 상상도 안되는 1도. 

9백미터급에서 요정도밖에 온도가 안 되다니. 정말 날씨가 잘 받춰져서 감사하다.

                          








10:40 운펜지를 출발하여 산카쿠지로 본격적인 도보 행진. 

내리막길이라 정말로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내 발목을 잡을 줄이야.

아내의 걷는 속도는 시속 5키로가 약간 넘는다. 



그에 비해 나는 조금 느려서 평소에도 동네 산보를 할 땐 따라가기 바빴다. 

이번에도 아내는 저만치 앞서서 잘 걷는다.         

아내를 따라잡기 위해 기를 쓰고 수 키로를 뛰다시피 걸었다. 

이야기를 나눈 건 딱 한 번 12시 반 경, 점심으로 주먹밥과 간식을 먹을 때뿐이었다.

사실 그러지 않으면 산카쿠지를 5시 안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서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신은 공평한 것인가 보다. 

산카쿠지를 가고, 오르는 길에서 애를 먹었다. 

마지막 남은 2키로 구간에선 거의 유실된 가파른 대나무 숲길로 올라서야했다. 

그리고 오후 5시 30분에 도착한 65번 절. 절입구의 가파른 계단이 우리를 막아선 듯 딱 버티고 섰는데, 아내는 아래에서 쉬겠다며 혼자 납경을 받으러 다녀오라 한다. 짐을 내려놓고 힘겹게 오른다. 

  
























 

다른 절과 달리 종이 인왕문 입구에 걸려 있다. 

마음 속에 쌓인 모든 것들을 토해내듯 힘껏 종을  쳤다. 

공명을 느끼려고 종 바로 아래에서 잠시 눈을 감고 귀 기울여 보았다. 

말끔히 씻겨져 내리는 기분이 들어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이 곳이 피안의 장소로구나!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끼며 오를 때와 달리 희열을 느낀다.   


이제 숙소가 있는 이요미시마까지 6키로.

어제와 같은 행운을 기대하며 주차장을 둘러보았는데, 

노부부가 이제 막 떠나려는 것을 붙잡고 태워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하지만 반대 방향이란다. 

지나가는 차량을 기다려보았지만 5시간 훨씬 넘은 상황에서 더이상의 차는 찾을 수가 없었다. 

기대가 무너지니 몸과 마음이 무거워졌다. 

맥이 탁 풀렸다. 

이때부터 숙소까지의 가는 길은 절대 고통 그 자체였다. 

어제까지와 달리 왼쪽 발목이 너무 시큰거렸다. 

산위에서 계속 뛰다시피 한 게 무리가 온 듯하다. 

오른쪽 발가락도 물집 잡힌 게 괴롭힌다.

캄캄한 도로 옆길을 가는데 아내는 역시나 저만치 앞서 간다. 

뒤에선 내가 방향을 지시해주고. 

내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쳐졌다. 

아내는 무슨 생각으로 앞서 혼자 저만치 가는 걸까? 

조금 늦더라도 힘들게 걷는 사람 옆에서 이야기를 해주고 함께 가면 좋으련만. 

상황이 완전 역전된 듯하다. 

아루끼헨로의 체면이 여간 구겨진 게 아니다. 

그렇지만 오늘 아내의 강력한 이끔이 없었다면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평소에도 아내의 이끔이 있었기에 철없는 나 대신에 집안의 대소 정리를 해 주었는데, 

여기서도 대장이다.

이요미시마 역에서 3분 거리에 있는 Livemax 이요미시마호텔에 도착. 

부킹닷컴 통해 예약했는데 조식포함 2인 7000엔. 

숙소가 다소 비좁긴 해도 가성비 좋다. 

숙소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침대에 잠에 곯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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