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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티노 쿠마 May 11. 2023

시코쿠(四國)오헨로 순례
(2부-15화)

아내와 동행 순례 4일째, 아내의 귀국

15. 16일째(67, 70번 절– 아내와 동행 순례 4일째아내의 귀국      

1월 24()

     

아내는 11시 출국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해서 아침 일찍 떠날 채비를 한다. 

조식도 못 먹을 줄 알았는데 다행하게도 조식 후에도 열차가 있어, 맛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7시 38분발 다카마츠(高松) 행 열차에 순조롭게 몸을 싣고 걸어온 과정을 복기하며 여유를 가졌다. 

운펜지를 품에 안은 산과 간온지의 세븐일레븐, 

다도츠를 지나면서 곤조지, 젠츠지를 중심으로 한 복받은 평원, 

그리고 우탕구라가 있는 우타즈. 

역 앞의 시계탑도 여유있게 볼 수 있게끔 열차는 역내에 다소 뜸을 들이며 머문다. 

열차는 출발하고 우리는 우탕구라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는데, 

어어~

보도 못한 바다와 철교를 지나는 게 아닌가? 

세토대교를 건너 와카야마로 가는 거였다. 

순간 큰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아차렸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돌아가질 않는다. 

아내는 태평스럽게 바깥 세토내해의 풍경에 압도되어 있는데, 빨리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놓칠 게 너무도 분명해서 조급해졌다. 

바다 건너자마자 반대편으로 가는 기차를 타면 되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열차 시각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대교는 긴 거지? 세토 대해가 멋있긴 했는데 눈에 들어올 리 만무였다. 

일단 대교를 건너자마자 내려서 반대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데, 다행스럽게도 곧바로 와주었다. 

이게 또 다카마츠로 환승없이 가는 거라 더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미 예정보다 40여분이 뒤처지는 바람에 다카마츠로 가도 리무진 버스는 10시 14분이나 되어야 있기에 공항에 닿기에는 문제가 있어 역에 내리자마자 곧바로 비싸다고 소문난 택시를 타야 했다. 

일단 불부터 꺼야 하는 입장이라 물불 가릴 처지가 못 됐다. 

4,880엔.

리무진 버스에 비해 7배 정도 더 비쌌다. 무료 숙소를 몇 번 더 이용하면 커버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며 비싼 비용을 지불했다.

11시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는 한국 승객들에 끼여 들어갔다. 손을 흔들며. 이국에서의 상봉만큼이나 배웅도 이색적이다. 작년 노르웨이 여행 시 오슬로 공항에서도 이런 경험이 있어서 그리 이상하진 않았다.

다시 혼자 남아 출국장 로비를 서성거린다. 

뭔가 빠져 나가 허전해진다.

우주에서 유영하는 우주인,

보급선과 도킹이 되어

제일 먼저 먹게 한 김치며 각종 부식, 간식, 영양크림, 엔화 등 남은 여정에 필요한 물품 보급과 함께 정서적인 안정을 주고 이제 보급선은 먼저 귀국한다.

며칠 간 날씨가 잘 받쳐주어 함께 한 순례길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다행이다. 

순례에 빠르게 적응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내가 아내의 인도를 받은 느낌이 든다. 

늘 그랬듯이 도움과 이끌림을 받는다.

정신을 차려서 4일간의 순례 중 지나치거나 가지 못한 67번 절 다이코지와 70번 절 모토야마지를 찾아 다카마츠역으로 갔다. 다행히 4일간의 시코쿠레일패스가 있어 간온지까지 갔다오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간온지 역에 내려 버스시간이 남아 역 우측에 있는 빵집에 들어가 커피와 빵을 시켜먹었었다. 

전날 아침 아내와 운펜지로 떠나기 전 여기서 빵을 사서 커피와 함께 먹으며 기다린 곳이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다.         


그런데 아내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다.

믿기지 않는 메시지였다.

  '비행기 정비로 대기 중' 

11시에 출발해야 하는 항공기가 3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이륙을 못하고 있다니, 이런 일이 가능하기나 한 건가.

결국 항공사측에서 다음날 운행하게 되었다며 숙소와 보상차원의 위로금을 주기로 했단다. 

오카타 역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뉴레오마월드라는 리조트인데 나와 함께 있을 때 머물기 어려웠던 괜찮은 호텔에서 머물게 되어 나로서는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코지 부근까지 가는 버스(2번)를 타고 목적지 부근 정거장에서 내리려는데 함께 탑승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오셋다이라며 버스비를 대신 내주신다. 

이분은 버스정류장에서부터 내게 도움을 주신 분이어서 감사하다.         


67번 절에서 70번 절 모토야마지까지 6키로. 어제 산카쿠지에서 숙소까지의 거리와 동일한데 짐을 숙소에 맡기고 오는 길이라 날아갈 듯 가볍게 움직일 수 있어서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였다. 오면서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데 보이는 산이 운펜지가 있는 산인 듯하다.         


5시를 조금 넘겨 다시 다카마츠로 돌아와 일본 입국 첫날 머물렀던 텐투센 게하 숙소로 입실 완료하였다.

이날 다카마츠에서 아내와 나는 따로이 머물러 지냈다. 

찾아가보고 싶었지만 내일 꼭두새벽부터 가야할 81, 82번 절을 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오카다 역에서 택시로 20분 거리의 레오마월드 리조트에 머문 아내가 사진을 보내왔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바깥 모습과 료칸식 어마무시한 방에서 혼자 지내기 아깝단다. 

음식도 물론이거니와 다음날 무마조로 에어서울사에서 1인 16만원씩 쥐어준다고 했단다.

아내가 머물렀던 호텔 내 풍경

                

이날 나의 숙소에서의 저녁은, 다카마츠의 텐투센 게하에서.    

그런데로 괜찮은 건 타다키 때문에 위로가 되었다. 국민토사 숙소(36번 절 부근)를 갈 때 마을 어시장센터에서 구입해 먹었던 기억, 고치 시장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에 살짝 익힌 가츠오 타다키를 생각나게 해준 그 맛이어서 맥주와 함께 기분좋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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