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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티노 쿠마 May 12. 2023

시코쿠(四國)오헨로 순례
(2부-18화)

순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1

18. 19일째 – 도쿠시마 성당 앞에 서다      

1월 27()     


1번 료젠지를 향하여 길을 나선다.

시코쿠 순례의 고리를 매듭짓기 위하여.

오늘 가는 길엔 거칠 게 없다. 어느 길이라도 좋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가도 좋으리라 생각하니 몸도 마음도 가볍다. 날씨도 어제와 달리 화창하게 개었다.

                    

평온한 마음을 닮은 작은 호수에서 다시 한번 'How long will I love you' 노래를 들으니 몸에 찌르르 뭔가 오는 게 느껴진다.    


순간 멈칫, 호수를 지키고 서 있는 녀석이 가는 길을 막고 선다.

             

숙소에서부터 계속 이정표에 나와 있는 백조(시로) 온천. 숙소에서 10키로 거리에 있는데, 이정표가 헨로미치 이정표보다 더 다닥다닥 세워져 있다. 그래 나도 한번 백조가 되어보자. 온천 이름을 뇌이면서 가노라니 어느 새 몸도 마음도 백조처럼 가벼워지고 순결해지는 느낌이다.   

인근에선 꽤 알려져 있는지 사람들이 차를 타고 많이들 오신다. 주로 노인분들이 많이 보인다. 목욕료 400엔. 숙박시설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시로도리라는 시내도 도착해보니 규모가 컸다. 대형 슈퍼만 해도 3~4개나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말이다.  

백조 온천


   

방향을 바다쪽으로 틀었다. 웬지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이 코스로 이동할 예정인데 바닷가 입구의 마을 도착이 16시 30분, 히케다 역까지 가려면 7시에 도착할 듯. 날이 어두어질 염려가 있지만 가보자.                     

시로도리 슈퍼매장에서 구입한 맥주와 스시 한 접시는 바로 이때를 생각해서 구입했던 건데, 정말로 잊을 수 없는 장소, 시간, 술, 안주 들이다. 세토 내해를 바라보며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술 한 모금에 스시 안주라...

             

드디어 해는 산너머로 지려고 하는데    

갈 길은 아직 1시간이나 남았고, 길은 어둑어둑한데.


가능하면 이제 밤에는 걷지 않으려 했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걷는다. 차가 드문드문이라도 달리는 도로면 괜찮겠는데, 여긴 외져서 차도 다니지 않는다. 낮에 드라이브 오거나 걸으면 정말 좋은 코스라고 본다. 세토대해를 마음껏 볼 수 있을테니까.         

작은 마을을 지나면서 길가에 세워둔 장명등이 고맙고 예쁘다.      

              

예정대로 히케다 역에 7시 도착.

도쿠시마 역의 다음역(아와토미다 역) 부근에 있는 GH Uchincu까지 기차가 한달음에 달려간다.    

작고 아담한 숙소다. 3,000엔.               



자전거를 빌려 도쿠시마 가톨릭성당을 찾아 나섰다. 

숙소에서 준 정보를 따라 찾기는 어렵지 않았으나 너무 늦은 시각이라 문이 잠겨 있다.

닫힌 성당 정문 앞에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잠시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오늘 주일을 못 지킨 게 못내 안타까웠지만 내일 아침 7시 평일 미사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발길을 돌린다.

자전거를 탄 김에 난카이페리항까지 가 보았다. 

4키로 정도 되는 긴 거리인데, 걷기에도 좋은데 자전거를 타고 가면 기분이 업 되는 느낌이다. 

다만 손이 좀 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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