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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사과학자 류박사 Nov 07. 2024

전공의도 할 수 있다: 주저자 논문 쓰기, 심화편(1)

전공의 시점에서 들려주는 실전 논문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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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논문의 시작: 논쟁적 주제 선정하기 】



전공의로서 첫 논문 작성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 선정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임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무릎 관절염 환자의 수술 방법을 비교하는 연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저의 첫 논문의 제목은 "High Tibial Osteotomy versus Unicompartmental Knee Arthroplasty for Medial Compartment Arthrosis with Kissing Lesions in Relatively Young Patients"였습니다.


먼저 무릎 관절의 구조를 간단히 설명드리면, 무릎은 내측과 외측으로 나뉘는데, 대체로는 환자분들이 신체 노화와 함께 다리가 X자 모양이 아닌 O자 모양으로 변형되면서 내측에 먼저 관절염이 생깁니다. 이런 경우에 내측에 대퇴골과 경골이 맞닿아서 통증이 발생합니다. (사진 1) 환자분이 아주 고령이면 슬관절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하면 되지만, 젊은 환자분인 경우에는 슬관절 반치환술을 할지, 다리의 변형각도를 교정하여 본인 관절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할지 여전히 학계에서 치료법이 논쟁 중인 부분입니다. 이처럼 논쟁적 주제는 저널에 채택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널 에디터 입장에서는 자신의 저널이 다른 논문에 피인용이 많이 될수록 저널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런 논쟁적인 주제는 아주 기특해 보일 수 있고 그 주제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상 논문 중에서 치료법에 논쟁이 많다는 말은 여전히 연구할 부분이 많다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영남대학교병원에서 슬관절을 담당하셨던 손욱진 교수님께서는 정형외과 의사들 중에서도 손꼽히게 수술을 많이 하시는 대가입니다. 손이 빠르고 환자수도 많다는 말씀입니다. 교수님께서 치료법이 논쟁적인 상황의 환자들을 많이 진료하셨기에, 수술 케이스들을 후향적으로 임상결과를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전공의인 제가 직접 수술을 집도할 수는 없었기에, 담담하게 후향적으로 통계적 분석을 시행해 보았고, 교수님과 상의하여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고 논문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통계 분석이라고 하면 어렵게 들리실 수 있지만, 쉽게 말씀드리면 두 가지 치료법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보이는지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결론은 다리 각도를 교정하는 것이 인공관절 반치환술에 비해 열등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완성된 논문을 어디에 투고할지 고민을 하였고 ‘Knee Surgery and Related Research’라는 저널에 투고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저널은 대한슬관절학회에서 발간하는 저널로, 현재는 SCI급 저널의 바로 이전 단계인 ESCI급 저널입니다. 


처음 학술지에 제출하여 2~3명의 저널 리뷰어들에게 수정요청을 받고 최종적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수정 과정에서 저널 리뷰어들의 꼼꼼한 수정사항들을 보고 저널 작성의 팁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시에 제 논문을 리뷰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 논문은 현재 구글스칼라에서 58회 인용 중입니다. 제가 출판한 연구 중에 가장 높은 피인용 수입니다. 논쟁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다른 연구자들도 이 연구를 잘 인용해 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1. 논문에 실렸던 X-ray 영상. 내측에 국한된 무릎 관절염 사진입니다.



【 SCI 저널 도전: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



첫 논문 출판의 경험은 저에게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더 높은 수준의 SCI학술지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팔꿈치 요골두 골절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Treatment of Modified Mason Type III or IV Radial Head Fracture: Open Reduction and Internal Fixation versus Arthroplasty"라는 제목의 연구였습니다. 


일과 중이나 쉴 때나 앞의 논문과 비슷한 논쟁적인 주제가 어떤 것이 있을지 지속적인 고민을 하였습니다. 결국 이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 주제 역시 치료법이 논쟁적인 부분이라 좋은 논문의 주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심한 요골두 골절의 치료는 뼈를 붙이는 방법과 뼈를 인공관절로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본인의 관절을 오래 쓸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미 심각한 골절이 발생하였다면 그것을 이전과 동일하게 복구하는 것은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관절을 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진 2)


영남대학교병원에서 상지를 담당하셨던 서재성 교수님께서는 미세 수술을 정말 잘하시는 대가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수술하신 케이스들을 후향적으로 임상적 결과를 분석하여 교수님과 상의하여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공의로서 직접 수술을 집도하지는 못했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으로 후향적 분석을 수행할 수 있었고, 이는 연구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분석한 결과물을 교수님과 상의하여 결론을 내리고 논문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수술자가 뼛조각을 잘만 맞출 수만 있다면 인공관절에 비해 결과가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하게 보이는 상식적인 결론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입니다. 물론, 우리 기관에서 내린 결론이 다른 기관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학술적인 논쟁을 거듭하면서, 다수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수년에 걸쳐서 수렴하거나, 수년이 걸쳐서 계속 논쟁적인 부분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의학이 발전하는 방향입니다.


이 연구는 꼭 SCI 학술지에 출판하고 싶어서, 채택 가능성이 높은 저널부터 순차적으로 도전하여, 결국 SCI 학술지인 Indian Journal of Orthopaedics에 투고하여 채택되었습니다. SCI 저널에 채택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얼떨떨했습니다. 전공의 신분으로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밤늦게까지 논문을 수정하며 고생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진 2. 요골두 골절의 치료 방법: 내고정술과 인공관절 치환술의 임상적 비교.



【 연구 시너지: 유사 주제로 논문 확장하기 】



성인 요골두 골절 연구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부위소아 골절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성인과 소아의 골절 양상과 치료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고, 이는 새로운 연구 주제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Clinical and Radiographic Outcomes of Pediatric Radial Head Fractures"라는 제목의 연구였습니다. 


먼저 데이터를 한번 모아보았습니다. 소아 요골두 골절은 10년 전의 케이스를 찾아봐도 그렇게 많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치료방법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서 상이한 치료법 비교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이디어를 생각하던 중, 관절 내 골절과 관절 외 골절로 나누어서 임상결과를 비교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관절 안쪽이 다치면 임상결과가 나쁠 것 같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논문에 쓸 사진들을 제작하던 중에 골절의 모식도를 마우스로 한땀한땀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 3) 


이 주제도 영남대학교병원에 응급실 또는 외래를 통해 소아환자들이 적지 않게 내원하였기에 후향적으로 결과를 비교할 수가 있었습니다. 한 병원에 오랫동안 이런 외상이나 질환을 책임질 수 있는 전문의가 있는 것이 이런 연구 역량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이 주제도 같은 Indian Journal of Orthopaedics 저널에 비슷한 시기에 투고하여 채택되었습니다. 저널 에디터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연구는 흔치 않은 소아 골절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채택이 된 것으로 저는 추측합니다.


사진 3. 그림판으로 그린 나의 첫 의학 일러스트.



【 또 다른 소아골절 주제는 없을까? 】



비슷한 시기에 또 출판한 논문은 "Is an operation always needed for pediatric triplane fractures? Preliminary results"라는 제목의 연구였습니다


소아 요골두 골절에 임상적, 영상의학적 분석을 진행하다 보니 다른 관절의 소아골절에 대해 연구해 볼 만한 주제는 없을까 고민을 하였습니다. 전공의가 대학병원 정형외과의 모든 수술 케이스를 다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응급실에 내원하는 정형외과 입원 환자들이 어떤 환자들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자주 확인하였습니다.


마침, 소아의 발목 골절 중에 삼면골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수련받던 병원에는 소아정형외과를 전담하시던 대가가 계셨고, 세월이 흘러 젊은 족부족관절 분과 교수님이 취임하셨습니다. 오래전에는 보존적 치료 즉 깁스 치료를 많이 하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수술적 치료를 더 많이 하는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사진 4)


이 흐름을 파악하고 나서 이 주제라면 좋은 논문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먼저, 치료법이 상이한 논쟁적인 주제이고, 더욱더 연구가치가 있는 소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치료법에 대해 후향적으로 비교를 해보는 연구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최종적으로 비수술적 치료인 깁스치료도 수술에 비견할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연구는 영남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석고실 의료기사님으로 정년퇴임하신 조해천 선생님 덕분에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조 선생님은 우리 병원에서 수십 년을 근무하신 이 분야의 전문가로, 전공의 시절에 선생님께 깁스를 마는 법에 대해서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오랫동안 병원에서 한 분야에 종사하시면서, 많은 환자분들이 수술을 굳이 받지 않아도 될 만큼 골절의 정복을 훌륭하게 해 주셨기 때문에 이 연구를 진행해 볼 수가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누구나 깁스를 해서 잘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결과가 좋다는 말씀입니다.


이 연구를 하면서 겪었던 특별한 일화 중에 하나는, 한 명의 소아 환자가 추시관찰이 되지 않았는데, 임상결과가 너무 궁금하였습니다. 그래서 병원 외래 내선전화로 보호자분께 전화를 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 보호자분이 마침 우리 병원의 다른 임상과 교수님이셨습니다. 전화를 드릴 때는 몰랐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 깨달아서 좀 부끄러웠던 기억이 났습니다.


당시에 논문작성법에 대한 여러 특강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논문 제목을 작성할 때 질문형식으로 적는 것이 유행이라는 말씀을 듣고 바로 적용을 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연구도 SCI 저널인 Journal of pediatric orthopaedics B에 실렸습니다. 이 연구도 좀 흔치 않은 소아의 골절을 대상으로 논쟁적인 치료법을 비교하였기 때문에 채택이 된 것으로 추측합니다.


사진 4. 소아 삼면 골절의 치료방법: 깁스를 이용한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



【 새로 도입된 장비로 연구하기 】



비슷한 시기에 또 출판한 논문은 “Diagnostic Tools for Acute Anterior Cruciate Ligament Injury: GNRB, Lachman Test, and Telos”라는 제목의 연구였습니다


이 연구는 병원에 새롭게 도입된 전방십자인대 진단을 위한 장비였습니다. (사진 5) 병원에 새롭게 도입된 장비가 있으면 이 장비의 결과를 가지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연구를 진행해 볼 수가 있습니다. 모름지기 연구자는 원내에 새 장비가 도입되었다면, 이전의 장비와 비교하여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궁금증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전에 시행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통계적 방법론을 적용해 보았습니다. 바로 대응표본 검정과 AUROC (Area under 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입니다. 처음 해보는 통계분석이라 책을 찾아가면서 통계분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연구를 완성함으로써 이 후에 비슷한 상황의 통계분석은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다리는 두 개이기 때문에 짝을 이룬 자료입니다. 그래서 대응표본 검정을 시행해 볼 수가 있었고, 진단력을 평가할 때, 정답이 있으면 다른 진단기구를 이용하여 진단력을 평가할 수 있는데 이때 반드시 나오는 개념이 AUROC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새로운 진단 방법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수치로 나타내는 방법입니다. 마치 시험 성적을 백분율로 나타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새 장비의 데이터를 가지고 처음 접해본 통계학적인 분석을 진행하면서 과학적인 연구 방법론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장비를 연구자의 사비로 구매할 수는 없습니다. 마침, 병원에서 구매를 해주었고, 이 검사를 수행하는 주체 역시 전공의이기 때문에 업무가 늘어나서 힘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검사 건수가 늘어나면 좋은 연구를 진행해 볼 수 있겠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이 연구는 최종적으로 이런 새로운 장비를 이용하여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다른 일반적인 방법으로 검사를 하는 것에 비해 더 정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물론 정답은 MRI결과를 가지고 비교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MRI에 가깝게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지, MRI보다 더 정확하다는 결론은 아니었습니다. 


사진 5. 새롭게 도입된 전방십자인대 진단을 위한 장비.



다음 편 계속.



"전공의 시점에서 들려주는 실전 논문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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