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 Feb 13. 2023

'Hello'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듣는 말

방글라데시 차 문화

방글라데시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마다 똑같은 질문을 한다.


‘Do you want some tea?’


가끔은 뱅골어로도 물어본다. 나는 당연히 이해를 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다. 나의 표정을 이해했는지 바로 차를 마시는 시늉을 해주신다. 난 그제야 차 한 잔의 뜻을 이해한다. ‘Do you want some tea?’는 ‘Hello’ 만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되었다.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하고 있으면 오전에 한 잔, 오후에 한 잔을 가져다주신다. 가끔은 간식과 함께 3잔도 마신다. 홍차, 밀크티, 생강차, 그 종류도 다양하다. 마당에 작은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허브들을 뜯어 홍차에 넣어 주시기도 한다. 어떤 허브를 선택하냐에 따라 냄새가 달라지고 맛이 약간 달라진다. 어쩔 때는 바질 향이 나기도 하고 어쩔 때는 끝 맛이 쓰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매일 마시는 차마다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처음 사무실을 방문해 인사를 돌아다닐 때였다. 아침 9시에 대표님과 먼저 간단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후, 각 사무실을 방문해 인사를 하러 다녔다. 간단한 인사만 하고 다른 사무실로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사무실 가기 전에 가려는 우리를 붙잡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자고 직원분들 마다 물어보셨다. 이미 대표님과 차 한 잔을 마셨기에 다른 차 한 잔은 거절을 했다. 아마 거절을 하지 않았다면 하루 종일 차만 마시고 다녔을 것이다.

외근을 나가서도 차를 마신다. 2시간 이상의 거리를 이동하다 중간에 직원 분이 입이 심심하시다고 이름 모를 마을에 내려 우리와 함께 차를 마신다. 코이카에서 함부로 길거리 음식을 먹지 말라고 교육을 한다. 특히 물을 조심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길거리 차는 일상이 되었다. 주로 우유를 탄 차를 마시는데 맛은 다 비슷했다. 맥심 커피와 비슷한 색이었다. 하지만 맛은 우유로 인해 더 고소하고 맥심처럼 달지 않다.


이런 길거리 차를 마실 때마다 아플 다음 날이 걱정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에 비해 아직까지 아프지 않고 괜찮다. 그래서 이제는 즐겁게 동료들과 함께 길거리 차를 즐기며 가벼운 마음으로 마신다.


이 정도로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차에 진심이다. 방글라데시를 돌아다니면 점심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차를 파는 작은 포장마차가 있을 정도이다. 하나의 작은 팝업 카페이다. 구글 지도에 평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정장을 입고 있든, 캐주얼한 옷을 입고 있든 누구라도 상관없다. 똑같이 작은 유리컵에 든 차를 마시며 길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따뜻한 차 한 잔은 이야기할 여유로운 마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차 한 잔을 통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법과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로운 마음을 배우고 있는 중이지 않을까? 이제 한국의 빨리빨리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버리고 느긋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배우려고 한다.

이전 05화 방글라데시에서의 여가생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