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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Jan 19. 2023

일상으로의 회복

나의 일상, 그리고 다짐

장염과 고열로 48시간 공복, 살기 위해 처음으로 먹은 것이 신라면 작은 사이즈의 컵라면이었다. 매운 것을 먹으면 장이나 위에 더 안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라면이 너무 먹고 싶었다. 신라면의 얼큰함이 내 입으로 돌아오자마자 사라졌던 장기들의 존재들이 느껴졌다. 국물까지 남김없이 다 마셨다. 고향의 맛을 알아버린 난, 약간의 힘이 생기자 한식을 먹으러 다녔다. 국물을 좋아했지만 이렇게 먹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돌솥비빔밥, 설렁탕, 부대찌개, 비지찌개, 김치칼국수, 김치볶음밥 등 한식들을 찾으러 다녔다.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돈에 비해 한식은 터무니없이 비싸 나머지 1끼는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이렇게 난 몸을 회복해 갔다.



몸이 회복하고 나니 다카에서의 일상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일 년의 방글라데시 생활 중 첫 달은 적응기간이라 다카에서 언어, 안전 교육을 받으며 생활해야 한다. 그 이후, 우리는 각자의 지역으로 파견된다. 나는 이제 나머지 11달을 나를 아프게 한 가이반다에서 생활해야 한다. 가이반다의 2박 3일은 내가 그리던 최악의 모습을 더 최악의 상황까지 그리게 해 주었다. 이렇게 아프고 다시 일상생활을 수 있다 보니 다카에서의 생활은 그냥 한국만 같았다. 특히 내가 사는 지역은 더욱 그랬다. 다카의 소소한 여가 생활들을 즐겨야 했다.



일단 헬스장을 갔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2022년부터 나름 꾸준히 했고 이제는 나의 취미가 되었다. 헬스장을 가야만 힘이 날 것 같았다. 내가 다닌 방글라데시의 헬스장은 마치 나이 드신 관장님이 운영하는 헬스장 느낌이었다. 건물은 낡았지만 기구들은 잘 관리되었다. 작은 헬스장이었지만 친근한 구조였다. 프리 웨이트존, 렉, 머신, 유산소 기구들 있을 것은 다 있었다. 하루하루 운동을 하는 것이 행복했다. 특히 여기 관장님이 자세도 봐주시고 웨이트 운동을 할 때 도움을 주셔 더 기분 좋게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주로 카페를 갔다. 방글라데시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먹지 못할 줄 알았는데 여기서는 다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숨겨진 분위기 맛집들이나 카페들이 있다. 건물들은 낡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바뀐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진한 커피 원두 냄새가 나를 언제든지 반겨주었다. 약간 어두운 조명과 띄엄띄엄 있는 테이블들은 스몰 토크를 나누기 좋은 분위기였다.


한국처럼 카공하기 좋은 카페들도 여러 있다. '노스앤드'라는 카페가 특히 그랬다. '노스앤드'는 방글라데시의 '스타벅스'같은 카페 체인점이다. 현재 묵고 있는 숙소 근처에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3개가 있을 정도로 많다. 인테리어 또한 깔끔하고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노래와 사람들의 대화 소리는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노트북을 펴고 집중하고 있는 듯한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행복해졌다. 특이하게, 커피빈도 있었다. 커피빈으로 들어가면 한국 카페를 온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가격도 똑같다. 비싸다. 가격마저 똑같아서 잘 찾지 않게 된다. 한국의 느낌을 받고 싶다면 갈 것 같다.



걷기 좋은 공원도 찾았다. 공원은 작고 학교처럼 펜스가 쳐져 있었다. 입구는 거대한 대문 같았다. 공원 입구를 들어서면 다른 나라에 온 것만 같았다. 커플들이 손을 잡고 걷고, 아이들은 농구, 축구, 배드민턴을 하며 뛰어놀고, 집에 가기 싫어 엄마한테 매달려 있던 아이들도 있었다. 벤치에 편안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가볍게 러닝을 하기도 한다. 방글라데시 길에서 전혀 볼 수 없는 모습들이다. 일상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나조차도 평화로워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소소한 행복을 즐길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아프고 난 후, 나의 다짐


2022년 12월 28일, 방글라데시에 왔다. 2023년을 방글라데시에서 맞았다. 하지만 나에게 새해 다짐, 목표 같은 것은 없었다. 나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에 온 목표 또한 애매했다. 그냥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었다. 뜬구름 잡는 소리였다.


방글라데시에 온 지 1달도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의 일상을 이렇게 찾을 줄 몰랐다. 한국에서보다 더 자주 한식을 먹었다. 한국 카페의 분위기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피게 됐다. 지겨워하던 한국에서의 일상을 반기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런 평화로운 삶을 앞으로 약 1년 간 꿈꿀 수 없다.


역설적으로, 나는 평화로운 삶과 먼 힘든 1년을 원하기에 방글라데시에 왔다. 1년 동안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되며 성격도 변할 것이다. 더 나아가, 내면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아프고 나니 그 과정이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몸이 괜찮아진 이후에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소중했다는 사실을 더욱 깨달았다. 도전과 안정 속에서 혼란스러웠다.


아프고, 다시 회복하고, 다시 마음의 안정을 찾으니 나의 다짐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단지 1년을 그냥 버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경험을 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도전도 하고, 아프기도 하며, 실패도 겪으며, 이런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다. 발생하지도 않은 일들로 하루를 사는 것은 아까울 것 같다. 단순하게 내 마음이 가는 길을 걸을 계획이다. 그리고 이 길의 여정들을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잊지 않기 위한 하루를 만들고 기록하는 것, 이게 나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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