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의 느낀 반응들
군대를 전역하고 제트플립 4를 사는 사치를 부렸다. 21개월 공군 생활을 마무리한 나에 대한 선물이었다. 물론 나의 상황에 맞지 않았던 지출이었다. 하지만 한 번쯤은 뜨끈뜨끈한 신상을 써보고 싶었다.
주변에 갤럭시 플립을 쓰고 있던 지인들은 많지 않았다. 처음에 나의 z플립을 봤을 때 꽤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가끔 한 명씩 한 번 접어봐도 되냐고 물어봤다. 나는 흔쾌히 접었다 필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와 함께 가운데 접히는 부분이 거슬리지 않냐는 질문을 함께 받았다. 걱정했던 것보다 신경이 쓰이지 않고 오히려 접고 다닐 수 있어 편하다고 대답했다. 돈을 쓴 것이 아깝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핸드폰을 샀을 당시 나는 방글라데시에 올 계획이 없었다. 그것도 1년 동안 있게 될 줄은 몰랐다. 방글라데시에 오게 될 사실을 알았다면 핸드폰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분실과 파손의 위험이 너무 컸다.
코이카에서 국내교육을 받았을 때도 나의 핸드폰은 아직까지도 최신에 속했다. 안전 교육 당시 강사분께서 나의 핸드폰을 보더니 얼마냐고 물어보셨다. 당황한 나머지 100만 원 정도라고 얼버무렸다. 나의 대답을 듣더니 해외에 나가게 되면 타깃이 되기 쉽다고 하셨다. 심지어 색깔도 하늘색이어서 눈에 잘 띄어 소매치기당하기 쉬울 것이라고 하셨다.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행복하게 쓸 생각보다 잃어버릴 걱정을 더 했다.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하면서 플립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적었다. 다행이었다. 방글라데시에서 갤럭시 시리즈를 쓰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 삼성 대리점도 있었지만 대부분 다른 브랜드를 쓰는 듯했다. 당연히 플립 시리즈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있던 관심조차 없었다. 헬스장에서 관장님이 처음에 어디 브랜드냐고 물어본 것이 끝이었다. 제트플립에 대해 물어본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다들 자신의 핸드폰을 하기 바빠 보였다.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곳은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가이반다였다. 다카와 똑같은 반응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큰 착오였다. 접혀있는 하늘색 핸드폰을 들고 마트에 갈 때면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폈을 때 화면 가운데 파인 부분을 보고 더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다음에는 가격이 얼마인지 꼭 물어본다. 하지만 직접적인 가격을 말하지 않았다. 주로 아이폰보다 싸다고 대답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온다.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적합하다. 접었다 필 때마다 아이들의 시선이 따라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손으로 접혔다 폈다 하는 동작을 따라 하기도 한다. 나도 처음에 플립 시리즈가 나왔을 때 신기하게 쳐다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아이들의 시선이 느껴지니 부담이 된다.
직원들도 핸드폰의 가격을 물어본다. 아직까지 난 나의 핸드폰 가격을 정확히 말해주지 않았다. 가장 높게 말해봤자 100만 원이었다. 이곳에서 100만 원은 매우 큰돈이기에 말할 때마다 조심스러웠다. 제트 플립의 가격을 듣고 자신의 핸드폰은 10만 원이라고 말을 들었을 때, 나의 반응 체계는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 아직도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
핸드폰 반응 하나로 삶의 수준을 비교할 수 있었다. 분명 난 한국에서 잘 살지 않는 편에 속한다. 대학 수업에서 아이패드, 노트북은 기본이다.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핸드폰과 블루투스 이어폰은 필수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이다. 이 기술들은 금방 흔해진다. 근데 방글라데시에서는 나에게 흔했던 것들이 큰 관심을 끈다. 핸드폰 하나로 잘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흔했던 것들이 전혀 흔하지 않게 되었다.
제트플립 4 하나의 가격은 가이반다 4인가구 1년 치 생활비보다 많다. 초등학생 200명의 1년 치 교육비를 지원해 줄 수 있다. 몇십만 원, 100만 원이 넘는 핸드폰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소한 차이을 수치로 나타날 때마다 이곳이 방글라데시, 가이반다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가격 하나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면서 핸드폰을 잃어버릴 걱정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