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전통 시장을 방문했을 때 한국 전통 시장이 떠올랐다. 서울 흑석동에 살고 있는 나는 자연스럽게 흑석시장과 성대전통시장이 생각났다. 좁은 도로를 들어서면 양 옆으로 늘어선 상점들, 그리고 전통 시장 특유의 건물 안 어두움과 사람들의 밝은 분위기가 우리를 맞이해 준다. 아저씨들은 작은 상점 안에서 작은 의자에 앉아 야채와 과일을 판다. 야채는 야채끼리, 과일은 과일끼리, 생선은 생선끼리, 고기는 고기끼리 옹기종기 모여 있다. 중간중간에 길거리에 앉아 시금치 같은 야채를 파는 어르신들도 계신다. 많은 사람들이 그 좁은 골목을 오가며 장을 본다. 전통 시장은 다 비슷한가 보다.
처음에 전통 시장을 방문했을 때 혼란스러웠다. 외국인이 흔하지 않아 지나가는 사람마다 어디서 왔는지 우리에게 물어봤다. 쉽게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제 매주 이곳을 방문하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이 줄었다. 그만큼 나는 이곳에 스며들고 있는 중이다.
야채와 과일은 언제나 한가득 쌓여 있다. 매주 방문하는데 올 때마다 신선해 보인다. 필요한 야채나 과일은 싼 가격에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양파, 마늘, 감자, 양배추, 고추, 무 등 웬만한 야채들은 다 있다. 가격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감자 1kg, 토마토 1kg 모두 합쳐 420원 정도밖에 안 한다. 사고 싶은 야채를 말하면 상태 좋은 것으로 골라 주신다. 과일은 항상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동글동글한 사과, 오렌지, 석류는 예쁘게 쌓여있다. 과일은 야채에 비해 약간 비싸다. 사과 1kg에 3500원 정도 한다. 우리가 원하는 종류의 과일도 고를 수 있다. 그냥 가리키기만 하면 그걸로 담아주신다. 언제나 신선한 과일을 구매할 수 있다.
고기 종류는 아직 많이 사지 못했다. 시장에서 소는 주로 마블링이 없는 새빨간 고기 그 자체를 판다. 질긴 우둔살 쪽인 것 같다. 구이용, 스테이크용 고기는 아직까지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의외로 이 새빨간 고기도 부드럽다. 얇게 썰어서 굴소스와 간장과 함께 볶으면 중식의 맛이 난다. 나중에 한식이 그리워진다면 이 고기로 장조림을 시도해 볼 것이다.
반면 닭은 처음에 봤을 때 충격적이었다. 살아있는 닭들이 좁은 케이지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우리가 산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한 마리를 꺼내 잡아준다. 손질해 주는데 5분도 안 걸린다. 순식간에 피를 뽑고 털과 껍질을 제거해서 봉투에 담아 준다. 나머지는 우리가 직접 우리 손으로 손질해야 한다. 머리는 달려있고 배 안에 아직 내장도 남아있다. 처음 봉지에서 닭을 꺼냈을 때 닭의 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머리는 없을 줄 알았다. 그다음으로 배를 갈랐을 때 또 한 번 놀랐다. 빨간 심장과 내장들이 있었다. 내장들을 온전히 품고 있을지 몰랐다. 닭 손질 과정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그래도 가격은 많이 싼 편이다. 작은 닭 한 마리에 1500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한국의 닭가슴살과 비교했을 때 매우 싼 편이다.
염소 고기도 쉽게 볼 수 있다. 가끔 여러 시장을 돌아다녀 보면 살아있는 염소들이 한 곳에 모여있다. 염소도 닭처럼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주는 것 같다. 손질하고 남은 염소는 양상 해진 뼈와 함께 천장에 매달려 있다. 아직도 이 장면은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소, 닭은 사봤지만 염소는 사지 못했다. 염소를 사서 직접 요리를 할 용기도 생기지 않는다.
생선 전문점을 가면 수산시장의 비린내가 나를 반겨준다. 세계 어딜 가나 수산시장에서 나는 바다의 비린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생선 종류는 다양하다. 조기처럼 생긴 작은 생선들도 있지만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메기만큼 큰 생선들이었다. 조기 한 마리를 구워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이 생선 한 마리로 이틀 동안 아침, 점심, 저녁으로 먹어야 할 정도로 크기가 매우 크다. 맛은 있어 보이지만 저 큰 것을 직접 다 손질해야 한다. 앞으로 1년 동안 심심하지 않은 이상 내 손으로 직접 사지는 않을 것 같다.
특이하게 달걀만 파는 상점들이 있다. 달걀들만 높게 쌓여있다. 가끔 누가 실수로 쳐서 저 많은 달걀이 깨지는 상상을 하곤 한다. 방글라데시에 와서 달걀을 자주 찾게 된다. 달걀만큼 간편한 재료가 없다. 볶음밥도 가능하고 한국이 그리우면 간장계란밥을 먹으면 된다. 때로는 오믈렛을 해 케첩과 함께 먹는다. 귀찮을 때는 토마토 계란 볶음을 한다. 그만큼 계란이 신선하고 맛있다. 한 판, 30개에 3500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싸기에 더 자주 찾게 된다.
방글라데시 전통 시장에서 식재료는 금방금방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숨겨진 정들도 찾아볼 수 있다. 정확하면서도 정확하지 않다. 무게를 철저하게 재지만 주로 원하는 양보다 살짝 더 준다. 또 가격을 깎아달라고 하면 깎아준다. 그러면서 재료는 신선하다. 시골 특유의 정을 느낄 수 있다. 수도, 다카와 달리 외국인이라고 비싸게 팔지도 않는다. 이곳에 정이 생기고 있다. 점점 외국인 단골이 되어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