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기와는 왜 청색일까?

양심의 색

by 심규섭

문득, 청와대(靑瓦臺)의 기와가 왜 청색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승만 정권이 대통령 관저로 쓰던 경무대를 4.19 혁명 이후 장면 정권 때 신축하면서 청와대로 개명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청색 기와에 대한 설명은 찾을 수 없다.

네이버 지식인에도 청색 기와에 대한 질문이 올라와 있지만 대답은 엉뚱하다.


청와대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관저이면서 최고 권력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청와대라는 이름도 청색 기와로 지붕을 엮었기에 생긴 것이다. 그런데 청색 기와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니?

조선 시대 왕이 거처하고 정치를 했던 궁궐의 기와는 회색이다. 관청을 비롯한 양반집 기와도 회색이다.


청와대는 일반 기와집과 차별하기 위해 특별한 색을 선택한 것이다.

빨강이나 녹색과 같은 여러 색 중에서 하필 청색을 선택한 것일까?


일단 청색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리 전통문화에서 청색은 푸른색(녹색)과 파란색을 모두 지칭하고 혼용해서 사용했다.

이를테면 고려시대의 청자(靑磁)는 녹색에 가깝다. 교통 신호등에서 녹색불을 파란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청와대의 기와도 온전한 파란색이 아니다. 파란색과 녹색이 섞여 있어 어두울 때는 짙은 파랑으로, 밝을 때는 연한 청록으로 보이기도 한다.


청와대의 청기와는 조선시대 유학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1960대 초에 일어난 4.19 혁명과 정권교체 시기는 유학문화가 깊고 광범위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왕을 비롯한 선비들이 가장 좋아한 철학적 단어는 맑을 청(淸)이었다.

청(淸)은 ‘인성이 맑고 깨끗하고 밝아서 사념이나 탐욕이 없다.’라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고 동시에 사람의 됨됨이와 사회적 행위를 규정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선비들은 민본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정치인의 덕목으로 청렴(淸廉), 청빈(淸貧)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올바른 정치인을 청백리(淸白吏)라고 불렀고,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 같이 권력을 견제, 비판하는 기관의 자리를 청직(淸職)이라고 했다.


철학적 개념인 맑을 청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발음이 비슷하고 민족적 정서를 가진 푸를 청(靑)으로 현실화한 것이다.

청색은 유학적 가치인 맑을 청(淸)에서 도출된 관념적인 색이다.

파랑과 녹색은 눈 맛이 맑고 시원하다. 청색이 파랑과 녹색 영역을 두루 포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색은 점차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한다.

청색의 옥가락지, 청색 두루마기, 청화백자가 유행했다.

심지어 왕을 상징하는 [오봉도]에도 영향을 끼쳤다.

보통 [오봉도]의 하늘은 아무것도 칠하지 않거나 가물가물한 감색을 칠했다.

그런데 청색, 이 중에서도 파란색을 칠한 [오봉도]가 등장한다.

[하늘에 파란색을 칠한 오봉도이다. 오봉도의 하늘은 우주를 뜻하는 관념의 공간이다. 성리학에서는 우주 본연의 자리에 양심의 씨앗이 있다고 여겼다. 양심의 결정체인 군자를 청색으로 여기면서, 하늘의 색도 청색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파란 하늘에 파란색을 칠한 것이 뭐가 특별하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색을 파랗다고 특정하기 어렵다. 파란색뿐만 아니라 녹색으로 칠한 하늘도 있다.

하늘색을 규정하는 문제는 철학과 밀접하다. 자칫 인격화된 하늘이 될 수 있고, 이는 [오봉도]에 앉은 왕을 절대자로 오해할 수 있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오봉도]의 하늘에 파란색을 칠한 것은 철학과 맞았기 때문이다.

앞서 맑을 청(淸)은 군자의 색인 푸를 청(靑)이 되었다. 군자는 양심의 존재이기에, 푸를 청도 양심이 색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조선의 선비들은 우주 본연의 자리인 하늘에는 양심의 씨앗이 있다고 여겼다.

따라서 양심의 색인 청색으로 하늘을 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청와대는 최고 권력자가 정치를 하는 곳으로 청색 기와를 얹었다.

왕을 상징하는 [오봉도]의 하늘도 청색이다.

이 둘은 무관하지 않다.


정리하면,

청색 기와는 양심을 상징한다.

대통령 관저인 청와대는 ‘맑고 깨끗한 양심의 정치를 통해 민본정치를 구현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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