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근데 어쩌다 보니 내려온 시기가 한창 추워지기 시작하는 12월에 이사하게 되었다. 일단 살집인 컨테이너 하우스 내부는 새로 도배를 하고 단열벽지도 직접 시공했다. 그래도 내부는 기존 작은 아파트보단 더 넓고 살만했다. 추운 것만 빼면 말이다. 그래도 안방으로 사용하는 곳의 넓은 창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끝내줬다. 이후로 집을 집어삼킬 듯한 나무도 베어 버리고 판자 지붕도 뜯어내고 새로 지붕도 만들었다. 겉은 유럽식으로 알록달록 페인트도 칠하니 제법 그럴듯한 하우스로 탈바꿈이 되었다. 그다음 해 1월부터 농장 하우스 지을 자리는 굴착기로 모두 밀어 버리고 하우스를 짓기 시작했다. 한 달여 만에 하우스는 완성이 되었다. 그 외에 이것저것 준비하니 두 달여 만에 거의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중간에 달팽이 교육도 받고 2012년 2월 28일 마지막 날에 드디어 달팽이를 분양받았다. 3월부터 본격적으로 달팽이농장이 시작된 것이다.
달팽이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 한지 불과 3개월 정도 만에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이다. 내가 추진력이 대단한 건지 뭔가에 홀리듯이 무모하게 밀어붙인 건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이것저것 따지고 고민하는 시간 대신 몸으로 먼저 실행에 옮기니 자연스레 가능해진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그때 이렇게 했으면 좀 더 좋았을 터라는 아쉬움은 조금 있다. 그것 또한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 아쉬움이 다시 밑거름 되어 나를 키워주었다. 짧은 시간 안에 달팽이농장이 오픈되었다. 정신없이 준비하고 달팽이까지 분양받고 나니 잠시 멍해진다. 이제 뭘 해야 하지……? 분양받은 달팽이는 총 6천 마리. 초기 구매한 양식 통은 5천 개. 그중 분양받은 달팽이는 1통에 20마리씩 하면 기껏해야 3백 통. 처음부터 달팽이 양식 통을 너무 많이 구매했나 보다. 지름 30cm 정도의 원형 양식 통 300개를 100여 평 되는 공간에 진열하고 나니 휑하다. 100여 평 난방도 걱정되어 아예 절반을 막아 나눠 버렸다. 그나저나 이제 언제 키워 언제 이 농장을 채워 나가야 하나 다시 또 막막해진다. 이 막막함 참 오랜만이다. 20대 졸업 후 사회에 나온듯한 기분이었다. 달팽이는 기본적으로 6개월가량을 키워야 다시 산란을 시작한다. 분양받은 달팽이에서 알을 산란 받아 부화시켜 키운다 해도 최소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 정도는 나중에 닥칠 일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그래 사업계획서도 세우지 않았나. 솔직히 회사 시절 배운 것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봤자 사실 보기 좋은 형식적 계획서일 뿐이다. 회사 시절 업무일로만 작성했던 업무보고, 업무분장, 업무 결과보고, 업무계획 등등 사실 이런 게 다 보고하기 위한 형식적인 것이 대부분이 아니었나. 보기 좋게 사업계획서 세우면 뭐하나 실행에 옮겨야 비로써 진정한 사업계획서가 되는 것이다. 그래 일단 어떻게든 판매를 해보자. 아니 어떻게든 판매를 해야 했다. 당장 생활비라도 벌어야 했다. 막막함도 잠시 그보단 당장 먹고살아야 할 생각을 하면 오래 고민하고 있을 시간도 없었다. 아니면 조금 가지고 있는 여윳돈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뭐부터 시작해야 하지? 일단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건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것이다. 달팽이농장 시작 전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다. 사실 이건 그때만 하더라도 블로그 활용도를 잘 알지 못하던 때였다. 훗날 이로 인하여 방송 출연을 십여 차례 이상하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단순히 달팽이농장을 시작하는 준비 단계부터 하던 것들을 기록처럼 남기기 위한 일기 형식에 불과했다. 그래도 블로그로 달팽이농장 시작하는 것을 알리고 시작한 지 4일 만에 감격스러운 첫 판매를 시작했다. 문제는 판매를 시작한다 해도 판매할 달팽이가 없었다. 아, 이를 어쩌나. 고민하다 다시 분양받은 농장을 통하여 달팽이를 구매하여 판매를 하기로 했다. 일단 조금만 있어도 가능한 애완용 달팽이 세트를 만들어 판매했다. 달팽이 2마리, 채집통, 먹이, 코코피트(바닥재), 달팽이 키우는 방법 안내서 등까지 세트로 만들었다. 당연히 판매가 많이 될 리는 없었지만, 블로그로 근근이 주문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어린이집, 건강원, 보양식 집 등 달팽이를 판매할 수 있을 만한 곳은 무작위로 홍보 글을 남겼다. 심지어 어린이집엔 무작위로 주소를 취합하여 전단지 형식으로 안내장을 만들어 백여 곳 넘게 우체국 우편을 발송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온라인으로 여기저기 홍보하며 판매를 하니 그래도 시작 첫 달에 569,000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다. 적은 매출일 수 있지만, 첫해 첫 달에 이 정도 성과면 굉장히 기특한 성과였다. 그 이후로도 조금씩 매출은 성장해 나아갔다. 이렇게 본격적인 달팽이 꿈이 펼쳐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