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초록
오전 10시. 자리에 앉아 집 안을 채울 음악을 틀어본다. 눈앞에 보이는 플리 중 내가 고른 플리의 제목은 <우리가 빛났던 계절을 기억할게>.
초록은 젊음이고 청춘이다. 여름의 햇볕은 뜨겁고 강렬한 열기를 뿜어내기 바쁘다. 나무는 저마다의 가지마다 초록의 잎들을 채워나간다. 여름 초입의 싱그러운 그것과는 다른 짙은 초록의 계절인 것이다.
어쩜 이렇게 빛날까. 어쩜 이렇게 밝을까.
기억의 서랍을 하나씩 열어본다. 내가 빛났던 계절을 찾아 이리저리 손을 뻗어본다. 기억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나의 청춘이 자리한 시절. 내가 빛났던 계절은 항상 그와 함께였다.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을 나의 청춘. 많이 아꼈고 많이 사랑했고 많이 슬퍼했던 그와의 추억과 언제나 함께였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그 시절의 모습과 하루하루의 기억은 어느새 어렴풋해졌지만 그때 우리의 빛남만큼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 모든 계절을 우린 짙은 초록으로 지냈다. 연둣빛의 싱그러움을 지닌 너와 내가 만나 짙은 초록으로 빛났을 우리. 서랍 깊숙이 숨겨놓았던 나의 초록을 오늘 오랜만에 꺼내보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엄마와 아빠도 초록의 계절이 있었겠지. 당신들도 싱그럽던 연둣빛을 띌 때가 있었겠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럴 땐 내가 좀 더 살가운 딸이었다면, 애교 많은 딸이었다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그랬다면 그들의 초록의 기억에 좀 더 빨리 가까워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기에. 매번 마음속으로만 궁금해하는 난 이참에 용기를 좀 더 내어보기로 한다. 그들의 짙은 초록의 시기에 대해 한 발자국 다가서고 싶다.
우린 각자의 마음에 초록을 담아두며 살아가고 있다. 그 시기를 향해 다가가고 있거나 혹은 이미 지나왔을 이들. 순서는 애초부터 크게 중요하지 않다. 초록이라는 건 기대감이 되어 그들의 마음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초록이라는 건 기억이 되어 그들의 마음 어딘가에 있을 것이기에. 가끔가다 나의 빛남이 그리울 때가 오면, 지나가는 청춘들을 보며 나의 그때를 겹쳐보고 싶을 때면 서랍 한 귀퉁이에 놓인 초록을 꺼내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빛남을 손에 쥐어보면 되는 것이다. 누구보다 짙었을, 빛났을 우리 청춘의 모습을...
더불어 나의 아이들 마음속에 담긴 초록이 될 무엇이 궁금해진다. 그들의 빛나는 계절이, 그들의 빛나는 시절이 오늘따라 참 궁금해진다. 그 계절을 우리가 함께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게 되는 오늘이다.
창밖에선 매미의 울음소리가 우렁차다. 햇볕은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고 언뜻 보이는 나무들의 초록 역시 환하다. 여름이다. 청춘이다. 그렇게 오늘의 계절이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