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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보 Dec 10. 2019

세대 차이

올해에는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대학을 갓 졸업한 어린 친구들을 만날 일이 종종 있었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행을 좋아했다. 이들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시점은 방학도 휴가도 아닌 '저렴한 항공권이 나왔을 때'였다.


한 스타트업의 마케팅 담당자와 미팅을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치앙마이로 한 달 살기를 하러 떠난다고 했다. 지금이 항공권이 저렴한 시기란다. 이직 계획을 물었더니 다녀와서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동네에서 알고 지내는 취준생 한 명도 갑자기 몽골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입사 지원서를 내고 면접 준비하느라 바쁜 시기로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 물으니, 직항 노선이 추가되며 마침 티켓이 저렴해졌단다. 모임에서 알게 된 새내기 대학생 한 명은 반수를 고민하고 있었다. 수능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와중에 항공권이 특가에 나왔다며 며칠 뒤 오사카로 여행을 떠났다. 


어린 시절부터 해외여행을 경험한 Z세대들이 특히 여행에 적극적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여행 채널을 구독하다 보면 앳된 대학생들의 우정 여행, 퇴사하고 떠난 여행, 연인과 함께 한 여행 사진들이 넘쳐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을 나이이므로, 자신의 경제력 범위 안에서 기회가 생기면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어도 여행이 더 높은 순위에 놓이는 것을 보게 된다.


지금을 견디고, 바쁜 일정이 끝나고, 여유가 생겼을 때 여행을 계획했던 나의 시선으로는 이런 현상이 사실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 '꼭 지금이 아니어도 여행은 갈 수 있는 거잖아', '잠깐 콧바람 좀 쐬고 온다고 답답함이 해소되겠니'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어쩌면 앞으로 더 어린 00년대 생들과 사회에서 마주칠지도 모르는데, 지금부터 잔소리를 하면 그땐 정말 회복 불가능한 꼰대가 될 것 같아 입을 꾹 다문다.


나 역시도 윗세대의 무분별한 간섭과 조언은 불편했다. 왜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생략된 부모님의 잔소리, 상사의 꾸지람, 선배의 충고는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요즘 애들은 철이 없다는 윗세대의 생각과 기성세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젊은 세대의 생각이 부딪치는 순간이 세대 차이가 생기는 지점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 부당하다고 느끼는 순간 세대 차이는 갈등이 된다.


말로만 듣던 90년대 생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변화를 체감한다. 지금 상황에서 여행이 가당키나 한 결정이냐고 핀잔을 주면 갈등은 대물림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즉흥적으로 떠날 때마다 결정 잘 했다고 말해주며 쿨하게 굴지도 못하겠다. 그저 기회가 왔을 때 인생을 즐기는 너희들은 나와 참 다르구나 정도로 말을 아끼는 것이 우리 사이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길인 듯하다. 



나도 여행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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