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오는 데가 없어

by 서효봉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는다.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 맛있게도 냠냠을 한 다음 커피를 마신다. 역시 사무실에선 믹스커피다. 종이컵에 믹스를 넣고 (근데 이게 믹스가 맞나?) 믹스 껍데기로 휘휘 젓는다. 점심 토크 시간이다. 뭐 누가 정한 건 아니지만 다들 그냥 편하게 아무 말이나 하는 시간. 화제는 전화기다. 요즘 애들이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해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고 거기에 양념으로 농담을 발라 후식처럼 천천히 즐긴다. 같이 일하는 친한 형이 말한다.



“나는 요즘 전화 오는 데가 없어.”

“네? 전에는 매일 아버지가 전화하셨잖아요?”


같이 일하다 보니 거의 날마다 만나는 형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늘 아버지와 통화하는 걸 보곤 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그런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네?


“아버지 전화기를 스마트폰으로 바꿔드렸는데 그러곤 전화가 안 와”

“왜요?”

“그걸로 전화 거는 법을 모르시거든.”


의외의 대답에 나는 순간적으로 내 귀를 의심했다. 전화 거는 법을 모르신다고? 근데 형도 나이가 40대이니 아버님 나이면 모르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가르쳐 드리면 되잖아요.”

“만날 때마다 매번 가르쳐 드리는데 어려우신가 봐. 그래서 원래대로 폴더 폰을 해드릴까 하니 그건 또 싫다고 하시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쓰다가 더 좋은 걸로 바꾸는 건 쉽지만, 좋은 걸 체험하고 나서 옛날에 쓰던 걸로 돌아가라고 하면 누구라도 싫겠지. 전화를 걸 수 없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요즘은 어른들도 다 스마트폰 쓰시니까 그러고 싶지는 않으실 거예요.”

“그렇겠지? 근데 전화도 못 하는 스마트폰이 스마트폰인가?”

“그러게요. 그래도 오는 전화는 받을 수 있잖아요. 혹시 반전 있는 거 아니에요? 형 안 보는데서 카카오톡하고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우리는 괜한 상상을 하며 잠시 웃었고, 이야기는 금방 다른 화제로 옮겨갔다. 토크 타임이 끝나고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잠시 내 스마트폰을 물끄러미 본다. 조금 슬퍼진다. 전화가 있지만 전화할 수 없는 사람과 전화가 있어도 전화가 오지 않는 사람. 소통 불가능한 슬픔에 한숨을 한 번 쉬고, 나는 일의 세계로 뛰어 나간다.


서글픔은 여전히 어디에나 있다.

이전 04화새벽의 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