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효봉 Jun 06. 2018

마침내 재미도, 의미도 없는 여행 : 여행 가지 말자

아이와 여행을 떠나는 모든 부모들에게




당신이 인생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말라.
지금까지 당신이 만들어 온 의식적
그리고 무의식적 선택으로 인해
지금의 당신이 있는 것이다.

- 바바라 홀 -



“엄마아~ 빨리 집에 가자아~~”

“아직 많이 남았잖아. 다 보고 가야지.”

“싫어! 얼른 집에 가자아~”

“넌 왜 그러니? 뭐든지 끝까지 해야지.”

“여기 재미없단 말이야!”

“자꾸 그러면 다시는 같이 안 온다?”

“엄마, 미워! 집에 가고 싶은데... 아빠 보고 싶다.”

“이 녀석이! 다음부터 여행가지 말자.”


국립중앙박물관. 이 크고 좋은 박물관에서 엄마와 아이는 실랑이를 벌입니다. 박물관이 지루한 아이는 자꾸 집에 가고 싶다고 하고요. 엄마는 끝까지 보면서 뭐라도 배웠으면 합니다. 서로 말이 안 통하니 결국 여행을 포기하고 맙니다. 아이는 한없이 재미있기만 바라고, 부모는 재미도 좋지만 의미도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이런 상황. 한 번쯤 겪어보셨나요?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1 아이가 기대하는 여행, 어른이 기대하는 여행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기대하는 여행과 어른들이 기대하는 여행이 다르다는 걸 말이죠. 

아이들은 즐겁고 신나고 재미있는 여행을 외치지만, 어른들은 여기에 의미가 더해져야 만족스럽거든요. 이런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 입장에선 걱정이 앞섭니다. ‘저렇게 재미있는 것만 하려고 해서 어쩌나?’하고 말이죠. 여행을 통해 뭔가 배우고 느껴야 성장할 텐데 주야장천 놀기만 해서 언제 ‘성장’이란 걸 할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지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하고요. 반면 아이는 재미있는 걸 하려는데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이 이해가 안 됩니다.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잔소리가 날아오고 툭하면 못 놀게 할 거라며 협박합니다. 서운해요.


저와 함께 여행하는 아이들이 제게 묻습니다. ‘오늘은 어디 가요?’ 박물관이라고 이야기하면 다들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어떻게 그렇게 싫은 티가 팍팍 나는지 신기합니다. 우리나라 박물관들이 아이들과 원수를 진 건지 그게 아니면 박물관은 재미없다고 책에 나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박물관은 탈락이고요. 무슨 역사 유적지나 문학관도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과학관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고, 놀이동산은 대환영이죠. 사실 어디를 가서 어떤 활동을 해도 재미만 있으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이 경우엔 아이가 만족하니 어른이 욕심만 조금 줄이면 되거든요. 그런데 재미는 없지만 의미는 있을 때 또는 재미도 의미도 없을 때 문제가 생깁니다. 아이는 재미없다는 걸 용서치 않습니다. ‘아니, 어떻게 재미없을 수가 있지?’하고는 다른 재미를 찾아 나섭니다. 그러다 어른들이 정한 테두리를 넘어서면 문제가 생기지요.



#2 재미와 의미 그리고 행복


사실 재미와 의미를 완전히 별개로 여기는 건 고정관념입니다. 재미와 의미는 분명 다른 개념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거든요. 재미의 대명사라 할 만한 컴퓨터 게임을 하다 지겨워지는 순간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하고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공부를 할 때는 끊임없이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하고 딴생각을 하게 됩니다.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의미를 찾게 되고, 의미를 추구하다 보면 재미를 찾게 되는 거죠. 만약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으면 행복감을 느끼는 거고요. 게임이 너무 재미있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까지 찾는다면? 드물긴 하지만 공부하면서 너무 재미있어 죽겠다면? 행복합니다. 


재미와 의미는 연결되어 있고 함께 느껴질 때 행복으로 이어집니다.


그럼, ‘재미와 의미’ 이건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사실 박물관이라고 해서 꼭 재미없고 의미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놀이동산이라고 꼭 재미만 있고 의미는 없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놀이동산에서도 얼마든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여행의 재미와 의미는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정해진 다기보다는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정해집니다. 박물관에서 자유이용권을 끊고 고대 유물들을 신나게 타고 다닌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는 타지 않고 기구들의 역사와 유래에 대한 설명만 보고 다닌다면 재미가 있을까요? 재미는 자기가 직접 하는데서 느껴집니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활동을 해야 재미있는 거지요. 그래야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거든요. 의미도 이와 비슷합니다. 공부하면서 얻는 지적 만족감, 봉사활동을 하면서 얻는 보람 같은 것도 결국 나의 존재감,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는 활동을 통해 얻는 겁니다. 결국 재미와 의미는 주인공이 되는 활동, 존재감을 느끼는 활동을 하면서 생기지요.


#3 주인공이 되는 순간



주인공이 되는 활동, 존재감을 느끼는 활동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아이가 이끄는 활동들을 하나씩 만드는 걸 추천합니다.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아이가 한 가지라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좋습니다. 박물관에서 표를 살 때도 아이가 할 수 있다면 기회를 주는 게 좋고요. 박물관을 어떤 식으로 둘러보고 어떤 활동을 해볼지도 같이 의논해보세요. 아이가 어릴 때는 박물관 전체를 다 둘러보기보단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그 부분만 자세히 알아보는 게 현명한 방법입니다. 다 보겠다고 욕심냈다가는 흥미만 떨어뜨리거든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으려면 절대 욕심부려선 안 됩니다. 


다음으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세요. 

아이가 혼자 하기 힘든 활동이라면 같이 하면서 방법을 알려주고 조금씩 같이 해보세요. 처음엔 의미보다는 재미에 집중해야 합니다. 재미를 붙이고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레 의미를 찾게 되거든요. 스스로 하는 활동이 늘어나고 할 줄 아는 게 많아지면 굳이 등 떠밀지 않아도 이건 어떻게 하는지 저건 무엇인지 물어볼 겁니다. 그때 대답해주면서 이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해보세요. 그 과정을 거쳐야 생각이 폭 넓어지고 의미 있었다고 느끼게 됩니다.     


#4 당신과 아이의 인생은 오직 한 번뿐 



TV에서 <꽃보다 청춘 : 아프리카 편>을 봤습니다. 네 명의 청춘들은 차를 타고 달리다 어떤 여행자들을 만납니다. 그 여행자들 가운데 혼자 여행 중이라는 금발의 여성이 있었는데요. 류준열은 그 여성이 혼자 여행하는 모습이 아주 멋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는 그녀에게서 휴대폰으로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해 받습니다. 그 메시지는 ‘YOLO’입니다. 이제 다들 잘 아시죠? 풀이하면 ‘You Only Live Once’인데 ‘당신의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라는 뜻이지요. 


그렇습니다. 인생은 한 번뿐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인생의 주인공은 우리 자신이어야 하고, 아이 인생의 주인공은 아이여야 합니다. 여행을 통해 아이가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세요. 그 속에서 재미도 의미도 느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더불어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어느 순간. 그 순간을 위해 다음 세 단계를 준비해 보세요.


1단계 : 순간을 알아차리고, 
2단계 : 그 순간의 선택에 집중하고, 
3단계 : 그 순간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아이와 내가 맞이하는 그 순간들을 하나씩 바꿔나갈 때 그렇게 여행은 교육이 되고, 아이는 성장할 겁니다. 


“엄마아~ 빨리 집에 가자아~~”

“지루하구나? 집에 가면 뭐 재미있는 거 있어?”

“아빠랑 놀려고”

“지금 엄마랑 놀까?”

“뭐하고 놀아?”

“보물찾기 어때? 여기 아주 아주 대단한 보물이 있대!”

“에이~ 보물? 무슨 보물?”

“여기 팸플릿에 있는 이거 찾을 수 있겠어?”

"뭐 그 정도야... 찾으면 뭐 줘?"

"그건 찾으면 알려줄게. 대신 티 나지 않게 조용히 찾아서 엄마한테 알려줘야 해."

"왜?"

"이건 비밀 작전이거든. 뛰거나 소리치면 실패! 은밀히~ 알지?"

"응! 엄마 어디 있을 거야?"




작가의 책

http://aladin.kr/p/xf1N6

이전 03화 다음 역은 아이와 고생하는 여행 : 이것도 못 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