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땅에서 시작한 길 찾기

아이들과 함께 떠난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 2

by 서효봉

수하물 찾는 곳에서 배낭을 찾아 어깨에 메고 공항 출구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첫 목적지인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 가는 길을 물어보라고 했다.

첫날이고 첫 번째 길 찾기이니 솔선수범 할 인물이 필요했다.

아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두루미와 기린에게 임무를 맡겼다.


두루미와 기린은 이런 배낭여행을 몇 번 경험했던지라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어렵지 않게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 간단하게 공항버스 번호와 타는 곳을 알아냈다.

인포메이션 센터 직원이 적어준 종이를 손에 들고 앞장서서 출발했다.

때마침 바로 출발하는 공항버스가 있어 얼른 배낭을 짐칸에 넣고 버스에 우르르 올라탔다.

공항버스를 타고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까지 가는 동안 거의 말이 없었던

거북이는 버스에서 나오는 대만 방송을 관심 있게 봤다.

대만 방송에 자주 나오는 무협 드라마 같은 건데 양귀비가 나오는 내용이라고

거북이가 설명해줘서 나도 잠시 넋 놓고 봤다.

양귀비가 순간이동을 한다. 남자 주인공은 동네북처럼 맞고 다닌다.

참 지독하게도 재미없었다. 그래도 거북이와 교감하기 위해 열심히 봤다.

보다 보니 그들의 뿌리가 중국이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50분쯤.

예상보다 많이 늦은 시간이었다.

그놈의 비행기가 지연되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

아무래도 오늘 용산사와 화시지예 야시장을 가는 건 무리일 듯하다.

오늘 일정은 내일 가야 할 것 같다.


이지카드 발급기.jpg


그래서 일단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 MRT 역에 도착해

대만에서 사용할 교통카드인 '이지카드'를 미리 발급받았다.

이 카드만 있으면 대만에선 큰 문제없이 다닐 수 있다.

우선 가장 나이 많고 똘똘한 두루미와 기린에게

이지카드 발급받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리고는 두루미가 오리, 비둘기, 사슴, 거북이를 도와주고

기린은 호랑이, 원숭이, 다람쥐, 참새를 도와줘서 생각보다 빨리 끝냈다.


나는 그동안 내일 스펀으로 갈 기차를 예약하러 갔다.

이런... 줄이 너무 길었다. 예약이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 시간만 알아보고는 내일을 기약했다.

아이들에게 다음 목적지를 알려주러 갔다.

그런데 이지카드를 발급받는 기계 앞에

한국에서 온 젊은 대학생들이 어떻게 발급받는지 몰라 헤매고 있었다.

때마침 지나가는 나를 보고 어떻게 발급받는지

충전을 얼마를 해야 하는지 물어 와서 가르쳐주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기린이


“선생님 바쁘시네요~ 다른 사람도 알려줘야 되고~ 저희도 챙겨야 되고~”

“너희는 알아서 잘 하던데?”


그랬더니 옆에 있던 두루미가


“그런데 저희는 왜 100달러만 충전해요? 저 사람들은 300달러씩 하라고 했는데”

“너희는 충전하는 거 계속 연습해야지~”

“헐~~ 힘들게 사시네요~ 쌤~”

“그래~~ 쌤이 이렇게 힘든데 너희가 좀 더 도와줘야겠지?”


그렇게 이지카드를 획득한 아이들을 숙소가 있는 솽리엔 역으로 출발시켰다.

남자 아이들 모둠과 여자 아이들 모둠으로 나눴는데

역시 모둠별로 베테랑들이 있어 한 번에 척척 찾아갔다.

사실 유럽이나 일본의 지하철에 비하면

대만 지하철은 노선도 단순하고 쉬운 편이다.

그래도 첫 시작에 단번에 이렇게 쉽게 해내는 걸 보니 마음이 놓인다.

그렇게 솽리엔 역에 도착한 아이들.

이제 숙소까지 찾아 가는 일이 남았다.


솽리엔 역.jpg


그런데 지하철 출구를 나와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몰라 갈팡질팡 했다.

여기서 잘 선택해야 숙소에 무사히 갈 수 있어 나도 뒤에서 유심히 지켜봤다.

뜻밖에도 지나가던 대만인 커플이 우리 아이들을 보고는 무슨 문제 있냐며 물어본다.

결국 아이들은 그 커플의 인도로 호텔까지 손쉽게 찾아갔다.

아이들이야 구세주를 만난 듯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좀 아쉬웠다.

숙소까지 어려움을 겪으며 찾아가야

확실히 길 찾기 연습도 될 텐데 일단은 너무 싱겁게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숙소에 도착해 아이들 방 배정을 하고 다시 로비에 모였다.


오늘 예정된 용산사와 화시지예 야시장은

내일 가더라도 오늘 밤을 이렇게 그냥 보낼 순 없다.

그래서 숙소 바로 옆에 있는 닝샤 야시장으로 향했다.

다른 이름난 야시장보다 규모는 좀 작지만

야시장 분위기는 확실히 느낄 수 있을만한 곳이다.

갖가지 물건들과 대만의 다양한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서 있어 장관을 이룬다.

야시장답게 노란 불빛과 북적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동선을 알려준 다음 잠시 자유 시간을 줬다.

여자 아이들은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특히 비둘기와 사슴은 맛있는 게 많다고 이것 저것 골고루도 사 먹었다.

거북이는 기내식부터 속이 좀 안 좋았던 모양이다.

오늘 쉬고 내일 아침까지도 힘들어 보이면 약을 줘야겠다.

남자 아이들 몇몇은 성공하고 몇몇은 실패했다.

호랑이는 배가 고프진 않아 구경 정도만 했다고 한다.


야시장 구경을 끝내고 편의점에 들려 먹을 걸 좀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이번엔 애들이 여자 다섯, 남자 다섯이라 방 배정이 애매했다.

3인실 하나에 나머진 다 2인실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다람쥐와 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다람쥐 입장에서는 정말 ‘오 마이 갓!’ 이었다.


내가 이 일지를 쓰는 중간에 다람쥐가 방에 와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말로 이야기한다.


“선생님 저가 형들 있는 저쪽 방에서 자면 안돼요?”


나도 속삭이는 말로 귀에 대고 이야기한다.


“당연히~~ 안 되지~~!”


아쉽지만 첫날부터 약해질 순 없다.

일지를 쓴 아이들이 모두 자기들 방으로 돌아가고 다람쥐도 이제 잠들었다.

그렇게 첫날 타이베이 밤은 깊어간다.


아이들 모두 오늘 하루 고생 많았으리라.

다리도 아프고 처음 겪어보는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만난 아이들이지만 벌써 정이 들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잠시라도 푹 쉬고 내일은 본격적으로 대만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벌써 새벽 1시. 한국은 새벽 2시일 것이다.


오늘 일지는 여기까지다.


- 다음 편에 계속 -


* 이 이야기는 2015년 1월에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실명을 쓸 수 없어 동물별명으로 대신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배낭여행에 참여한 남자 아이는 호랑이, 참새, 기린, 원숭이, 다람쥐로 여자아이는 오리, 비둘기, 두루미, 사슴, 거북이로 표기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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