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차 문제는 나였다, 아니 나일 수도 있다

《청순은 무슨, 청춘이 또 하루 지나갔다》

by 설야


그때 그 사람은 괜찮았다.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소개팅 상대들 중에선,
제법 괜찮은 축에 속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그 사람 앞에서 자꾸 ‘연기’를 하게 됐다.

말을 조심했고,
조금 더 똑똑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했고,
웃음 타이밍도 의식적으로 맞췄다.


“와 진짜요?”
“아 그건 저도 비슷했어요.”
“우와, 그건 멋있네요.”

나도 모르게 ‘칭찬 머신’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지금 나를 지워가며 앉아 있지?”

그 사람은 괜찮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아니었다.


한 번은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가 진짜 진심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그런데 내 쪽에서 대화가 자꾸 끊겼다.

왜냐고?
“상처받을까 봐 조심하느라”
아무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던 거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게 보였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불편해졌다.
관심 받는 그 순간이,
부담스러웠고 두려웠다.


그럴 때가 있다.
누군가가 괜찮아서 불편한 것.
좋은 사람이지만
지금의 내가 그걸 받아낼 준비가 안 된 것.


문제는 나였다.
아니, 나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하면서도
정작 좋은 사람이 오면
도망치고 마는 내가 있다.

그건 여전히,
내 안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좀 더 솔직해지려고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내가 그 좋은 사람에게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상태인지 먼저 묻는다.


그리고 그게 아니라면
그냥 조금 더 기다려보려고 한다.
나를 덜 연기할 수 있는 날까지.


#소개팅고백 #연애성찰 #내가문제일수도 #마음의속도 #연기말고진짜


이전 03화3회차 그날 이후, 나는 연락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