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즈노트 Aug 22. 2021

3. 세계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물의 정령_탈레스 편


[세상의 근본을 탐험한 최초의 철학자]


거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창가에 다가간 동하는 항아리를 든 노인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말싸움하는 모습을 봤어요. 동하는 그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봤어요.


이 세계는 물로 만들어져 있다!


노인이 소리치자, 레고 모양의 사람들은 깔깔거리며 비웃었어요. '저 노인은 미친 게 분명하구먼. 그럼 딱딱한 책상이나 항아리도 물로 만들어졌다는 건가? 토끼랑 우리 인간들도 물이고? 하하하'


노인은 갑자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어요. 그러자 태양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일식이 일어났어요. 주변이 캄캄해지자 사람들은 놀라서 흩어지기 시작했어요. "마술이다! 저 노인이 못된 마술을 부리고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놀라서 바닥에 넘어지면서 외쳤어요. "MSG를 불러! 어서 흑마법사 노인을 가둬야 해!"


동하 역시 노인의 마법에 놀랐어요. 그때 동하 옆에 있던 여자애가 말했어요.


저 노인은 마법사가 아냐. 탈레스란 분이지. 소크라테스 선생님보다 먼저 살았던 최초의 철학자란다. 세계는 물로 되어 있다고 믿고 있지.


그때 경찰특공대인 SWAT팀과 비슷한 무리가 밀어닥쳤어요. 다른 점은 SWAT가 아닌 MSG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는 것뿐이었어요. 탈레스가 흑마법사라고 생각한 누군가가 진짜로 신고를 한 모양이에요.



동하가 MSG가 뭐냐고 묻자, 여자애가 말했어요. MSG단은 무사고(考), 즉 없을 '무'와 생각을 뜻하는 '사고'가 합쳐진 단체라고 설명했어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을 하면서 깨달음을 얻기 시작하면 진짜 사람으로 변하게 되니까 생각을 못하게 해서 이 게임 세계에서 탈출을 못하게 감시하는 나쁜 감시자들이란 거예요.


"동하야 이제 네가 철학자를 도와야 할 차례란다."


플라톤 선생님이 동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어요. 동하는 무시무시한 MSG단에 어떻게 맞서란 건지 알 수 없었어요. 그때 여자애가 동하에게 말했어요.


"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 플라톤 선생님께 배우기도 했잖아. 생각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동하는 여자 아이와 함께 거리로 나갔어요. MSG는 총을 들고 방탄방패도 있었어요.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검은 헬멧을 쓰고 있었는데 그 안쪽으로 눈이 빨간 전등을 켠 것처럼 반짝였어요. 무시무시한 모습에 몸이 얼어붙었죠. 탈레스는 MSG에 의해 막 끌려갈 참이었어요.


동하는 도망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생각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말에 용기를 냈어요.


"여러분은 이 세계가 뭘로 만들어져 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많은 사람의 얼굴이 동하에게 향했어요. 인간과 다른 커다란 점처럼 찍힌 눈이 너무 무서웠지만 주먹을 꽉 쥐고 용기를 냈어요. 만약 세계가 물로 만들어져 있다고 주장한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을 테니 탈레스 선생님의 말씀을 일단 들어보자고 했어요. 그림자가 해를 삼켜버린 마법도 탈레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레고모양의 사람들은 동하의 커다란 외침에 조용해졌고 잠시 후, 체포는 나중에 해도 좋으니 일단 탈레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탈레스 선생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을 시작했어요.


[세계가 물로 이뤄진 이유]


동하 : 탈레스 선생님, 세계는 신이나 마법으로 만든 게 아니고, 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셨죠?


탈레스 : 그렇단다. 세계의 모든 사물은 책상이나 항아리처럼 모두 다르게 생겼지만 그걸 만들고 있는 것들을 쪼개고 쪼개고 쪼개서 관찰하다 보면 한 가지로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는 게 내 주장이지.


동하 : 그럼 그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탈레스 : 내 주장의 이유,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한 근거를 묻는 것이구나. 일단 물은 그냥 놔두면 액체지만 추운 날씨에선 얼음, 즉 고체가 된다. 즉 책상이나 항아리처럼 딱딱해지지. 반대로 물을 끓이면 수증기같은 기체가 되어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리지. 액체,고체, 기체의 성질을 모두 갖고있어 어떤 모습이든 될수있는게 물이야.


씨앗에 물을 주면 식물이 싹을 틔우며 생명이 생겨나지. 우리 인간이나 동물들도 물을 계속 마시지 않으면 생명을 잃고 죽어버린다. 따라서 물은 모든 생명을 이루는 근원인 것이지. 게다가 저 바다를 한번 보렴. 이 세계의 모든 땅은 바다라고 하는 물과 맞닿아 있단다. 세계는 물로 만들어진게 틀림없어.


동하 : 그래서 선생님은 세계는 물로 되어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군요.


탈레스 : 그렇단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세계는 신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마법을 믿는 사람들은 태양이 달에 가려지는 일식을 마법이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건 그냥 믿음일 뿐이야. 마법이나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일식조차 용이 태양을 삼키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이렇게 아무 때나 바뀌는 생각이나 믿음은 진리가 아냐.  사람들이 모이면 자기 생각이 맞다고 주장만 할 뿐 아무런 근거를 대지 못하지.


철학자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지는 진리를 주장하는 사람이란다. 그리고 그 주장엔 사람들이 이해할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지.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린 소중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란다.


동하 : 선생님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 세계가 물로 이뤄져 있다는 뜻이 뭔지 알겠어요. 물론 제가 과학시간에 배운 거랑은 다르지만 선생님은 생각을 해서 말씀하셨다는 게 좋았어요.


탈레스 : 그러냐? 고맙구나. 너는 생각할 줄 아는 꼬마 철학자로구나. 자, 그러면 멋지게 물의 정령 아이템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마.


동하 : 물의 정령 아이템이요?




[논리와 논술의 기본 카드 : 주근깨(주장-근거-깨달음 카드]


동하가 '물의 정령 아이템이 뭘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탈레스 선생님이 항아리를 들어 올리더니 바닥에 물을 쏟았어요. 그때 항아리에 담긴 물이 거대한 폭포처럼 바뀌었어요. 탈레스 선생님과 동하, 그리고 여자아이는 거대한 물길에 휩쓸렸어요. 워터파크 슬라이드를 타듯이 재빠르게 사람들과 MSG단을 피해 순식간에 미끄러져 내려갔어요. 탈레스 선생님은 동하의 귀에 대고 소리쳤어요.


"이게 바로 물의 정령 아이템이란다! 껄껄껄!"


동하는 너무 놀랐지만 한편으론 무척 재밌기도 했어요. 그리고 잠시 후 깊은 숲에 도착했어요. 탈레스 선생님은 다시 항아리를 들어 올리자 넘실대던 물이 쏙~하고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어요. 동하가 놀라서 바라보자 탈레스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정말 멋진 아이템이지? 여긴 현실 세상이 아니고 게임 세계니까 이런 아이템 발동도 가능하단다. 물론 내가 살았던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강물의 흐름을 바꿔 왕이 강을 건널 수 있게 한적도 있지. 어쨌거나 너에게 선물로 이 아이템을 주고 싶다. 아마 이 게임 세계에선 꽤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거야."


동하는 얼떨결에 탈레스 선생님이 건네는 항아리를 받아 들었어요. 그리고 용기를 내서 물을 쏟아보았어요. 하지만 아까처럼 멋진 폭포로 변하진 않았어요. 탈레스 선생님이 다시 크게 웃었어요. 그리고 말씀했어요.


"참, 내가 까먹은 게 있구나. 아이템을 발동하려면 반드시 기본 발동 카드와 조합이 필요하단다."


탈레스 선생님이 건네준 기본 발동 카드를 봤어요. '주근깨 카드'라고 쓰여있었어요. 동하가 탈레스 선생님을 보자 말씀하셨어요.


"주근깨 카드는 모든 철학의 기본이 되는 원리를 담고 있지. 즉 주장과 주제를 먼저 파악하고, 근거와 이유를 댈 것, 그 결과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걸 뜻한단다. 그 때문에 내가 최초의 철학자라고 불리기도 하지. 이 카드에 대한 자세한 사용법은 뒷면을 읽어보렴."


말을 마친 탈레스 선생님은 또 다른 항아리를 꺼내 물을 타고 순식간에 사라졌어요. 동하는 카드의 뒷면을 여자 아이와 함께 읽기 시작했어요.



[탈레스의 가르침]


탈레스 : 소크라테스나 플라톤보다 먼저 살았던 철학자입니다. 기원전 6세기,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에  터키 지역인 밀레투스란 해안 지역에 살았어요.

아르케(근본 물질) : 이 세상은 다양한 물건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실제론 근본 물질이 있을 것이라고 탈레스는 생각했어요. 이러한 근본 물질을 아르케라고 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바로 그 근본 물질을 찾고 있어요. 원자나 에너지, 정보 등이 바로 아르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철학자 : 탈레스의 뛰어난 점은 '물'이라고 주장한 게 아니에요. 바로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진리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생각을 통해 답을 찾으려 했단 점이 위대한 것입니다. 그 이전까지 사람들은 세계가 신이 만들었다거나 마법이 만들었다든가 하는 터무니없는 믿음을 갖고 있었죠. 탈레스는 본인의 주장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고 깨달음을 얻는 '주근깨', 즉 철학과 논리, 논술의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최초의 철학자로 부릅니다.

일식과 물의 흐름 바꾸기 : 탈레스는 생각을 통해 일식이 일어나는 시기를 정확히 예측했어요. 또 크로이소스 왕이 힐라스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물길을 바꾸기도 했고, 풍년을 예측해서 올리브기름 짜는  기계를 잔뜩 사뒀다가 사람들에게 빌려줘서 큰돈을 벌기도 했습니다. 탈레스는 '주근깨'라는 철학의 기본 법칙을 활용해서 마법 같은 많은 일을 성공시킨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철학은 생각만 하는 게 아니고 실제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답니다.


[엄마 아빠를 위한 팁]


탈레스는 물, 헤라이클레이토스는 불, 이런 식의 지식을 부모님 모두 외우신 적이 있을 겁니다. 시험을 보기 위해 외웠던 지식들이죠. 하지만 탈레스가 최초의 철학자로 추앙받는 이유는 바로 논술이나 논리에 적용할 수 있는 철학적인 사고를 최초로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즉 주장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고 그 안에서 깨달음과 진리를 얻는 생각의 방법을 보여줬다는 것이지요.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도 탈레스의 물, 플라톤의 이데아라는 단편적인 지식보다 바로 철학자들의 생각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것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 방법은 아주 쉽습니다. 아이가 어떤 이야기를 하거나 주장을 했을 때, 따뜻한 목소리로 물어보는 거죠.


"오, 멋진 생각이네. 아빠한테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설명해 줄 수 있겠니?"


탈레스가 세계의 근원이 물이라고 말한 근거도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위대한 최초의 철학자로 기억되듯이 우리 아이들도 작은 철학자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아주 얼토당토 아닌 이야기도 아이가 나름의 근거와 이유를 대서 설명할 수 있다면 100점입니다. 절대 정답을 유도하지 말고 아이가 말하는 논리를 칭찬해주세요.

이전 03화 2.진짜 세계는 무엇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