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이프] 내가 동화책을 쓴다면
잠잠 대왕이 다시 찾아온 것은 밤이었어요. 새책이와 본격적인 이야기를 만들 준비를 막 마쳤던 때였지요. 잠잠 대왕은 손에 한 줌의 잠이 오는 가루를 쥔 채 말했어요.
"아직... 아직이냐?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아무래도 나를 속이려나 보군."
동하가 말했어요.
"아이 참, 노크도 없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건 곤란하다고요. 엄마한테 들키면 잠잠 대왕님도 바로 이 닦고 자라고 하실 거예요."
"음. 그건 곤란하군. 좋아! 노크 없이 나타난 건 미안. 하지만 어떤 이야기인지는 대략이라도 말해줘야 내가 믿을 수 있겠지?"
"엄청 재밌는 이야긴데..."
"그런데?"
대왕의 호기심 어린 표정에 동하는 머리를 긁적였어요.
"그런데 어디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뭐라고?"
"줄거리니까 간단히 말해줘야 할텐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요."
"쳇. 할 수 없군. 마법의 이야기 지도를 줄 수밖에. 자, 여기에 있는 종이에 답을 채워 보렴. 네가 빈칸을 모두 채우면 나도 바로 알 수 있단다. 만약 마법의 이야기 지도를 보고 내가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면 바로 '좋아요' 하트 뿅뿅을 보내마."
잠잠 대왕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마치고는 사라졌어요. 동하는 종이를 보면서 투덜거렸어요.
"조금만 기다리면 될 텐데 왜 이런 종이까지 써야 하지?"
새책이가 동하 옆으로 와서 마법의 지도를 보면서 말했어요.
"와. 이거 정말 대단한데? 잠잠 대왕은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이야기 뼈대를 세우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어!"
"이야기의 뼈대라고?"
"응. 집을 지을 때 설계도에 따라 뼈대를 먼저 세우는 것처럼, 이야기도 뼈대를 먼저 만들어야 해. 잠잠 대왕이 준 지도에 빈칸만 채우면 자동으로 이야기 뼈대가 완성되는 셈이지. 그러면 줄거리도 자동으로 말할 수 있고 말야. 한마디로 엄청난 아이템이야."
"그런데 나만 알고 있으면 되지 왜 굳이 이야기의 뼈대를 써야 하는 거지?"
"이렇게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면, 첫째, 이야기를 쓰다가 엉뚱한 길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줘. 둘째, 이야기가 재밌을지 어떨지 작가 자신도 알 수 있고, 주변 독자들의 반응을 듣고 고쳐 쓰는 데 도움이 돼. 셋째, 이야기 책을 펴낼 때는 출판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쓰겠다는 계획을 말해야 하는 데 그런 때 유용하지."
"음. 말 그대로 집을 지을 때 사용하는 설계도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구나."
"맞아. 그럼 빈칸을 채워볼까?"
[이야기 공식 : 이야기의 뼈대를 만드는 법]
1단계 : 이야기를 3가지 부분으로 나눠본다.
2단계 :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간략히 정리해 본다.
3단계 : 집을 떠나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이야기 과정을 대략적으로 상상해 그려본다.
새책이 : 잠잠 대왕에게 받은 지도의 빈칸을 채우려면 이야기의 뼈대에 대해 알아야 하겠지? 이야기 뼈대는 몇 개로 이뤄졌을까?
동하 :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거라고 했지? 부족한 점은 문제가 되고 채워나가는 과정은 해결방법이 되니까... 문제와 해결, 2가지 부분?
새책이 : 오! 똑똑한 걸? 맞아. 이야기를 가장 간단하게 나타내면, '문제 -> 해결'이라고 볼 수 있어. 그렇다면 이야기는 문제와 해결이라는 2가지 부분이 뼈대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려면 풀이 과정이 필요하겠지? 그래서 '과정'을 넣어서 3가지 뼈대로 나눌 수 있어. 이걸 3막 구조라고 불러.
동하 : 헷갈리네. 뼈대가 두개도 되고 세개도 된다고? 학교에선 발단, 전개, 절정, 결말, 이렇게 4개로 나눈 걸 배우기도 했는데 말야.
새책이 : 맞아. 사실 이야기 구조는 나누기 나름이야.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세 가지로 나누는 것이라고 알아두면 좋아. 붕어빵에 비유해서 설명해 볼까?
새책이 : 붕어빵은 머리-몸통-꼬리 3가지 부분으로 되어있지? 그것과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머리 부분에서는 주인공을 소개하고 문제가 발생하게 돼. 2막에 해당하는 몸통에는 그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알려주지. 그리고 3막인 마지막 꼬리 부분에서는 문제가 해결되는 거야.
동하 : 이렇게 그림으로 보니까 쉽게 이해가 되네.
새책이 : 아주 쉽지? 동화, 드라마, 영화 등 대부분의 이야기는 모두 3막 구조로 나눌 수 있단다.
동하 : 오호. 그렇구나. 3막을 이으면 하나의 줄거리 문장이 만들어지겠네?
새책이 : 맞아. 하나의 줄거리 문장은 아마도 이런 식으로 표현될 거야.
어떤 주인공이(1막) 어떻게(2막) 문제를 해결한다(3막).
동하 : 그런데 이렇게 뼈대 만들기나 줄거리 쓰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빨리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새책이 : 이야기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만드는 건 쉬워 보이지만 꼭 필요해. 우리도 영화를 보거나 이야기를 읽을 때 먼저 짧은 줄거리를 보고 볼지 말지를 선택하니까. 덧붙이자면 줄거리 문장 만들기는 '만약 내가 친구에게 이야기를 소개한다면 이렇게 할 거야.'라는 생각을 하면 더 쉬워.
예시 :
만약 내가 친구에게 뾰족 부리 오리 이야기를 소개한다면?
- 부리가 뾰족한 오리가(1막: 어떤 주인공이) 남들과 같이 넓적한 주둥이를 갖기 위해 모험을 하고(2막: 어떻게) 깨달음을 얻고 행복해지는 이야기(3막)라고 할 수 있어.
새책이 : 잘했어. 다른 이야기도 3막 구조를 생각하면서 빈칸을 채워 넣으면 완성! 모두 해볼까?
o 친구야, 이 이야기는
- (어떤 주인공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야.
[예시]
이 이야기는...
- 귀가 짧아 잘 못 듣는 토끼가 다른 토끼처럼 커다란 귀를 갖기 위한 모험 끝에, 남과 다르다는 건 나쁜 게 아니란 걸 깨닫는 이야기야.
- 백 년을 산 하루살이가 죽지 않고 오랜 우정을 쌓을 친구를 찾다가, 진정한 우정을 발견한다는 이야기야.
- 거북이 중에 최고로 빠르게 달리는 거북이가 토끼와 달리기 대결을 한 끝에, 겸손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이야기야.
- 뭉툭한 이빨의 상어가 자신도 진짜 상어라는 걸 증명하려고 노력하다가,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이야기야.
새책이 : 한 문장으로 정리한 줄거리가 잘 드러나는 그림을 그려보도록 해보자. 이 그림은 나중에 표지 그림으로 쓰면 좋겠지?
o 3막 구조 : 이야기는 1막에서 문제가 제시되고, 2막에서는 문제 해결의 과정, 3막에서는 해결되는 3막 구조임을 배웁니다.
o 로그라인 쓰기 : 한 문장으로 나타낸 줄거리 문장인 로그라인 쓰기를 연습합니다.
o 이야기의 구조적 이해 : 이야기는 집을 떠나 여행하고 성장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구조임을 깨닫습니다.
이야기나 글쓰기 교육이 어려운 이유는 창작의 과정 없이 암기하듯 이야기의 구조 등을 외우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창작 과정을 함께 하면서 구조 나누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고 '문제-과정-해결'이란 쉽고 간단한 논리로 되어있음을 습득합니다. 또한 이야기 3요소를 연결하면 하나의 줄거리 문장이 자연스럽게 완성됨을 깨닫게 됩니다.
이야기의 한 문장은 로그 라인이라고 부르며, 모든 콘텐츠를 기획, 창작하고 판매할 때 꼭 필요합니다. 더불어 이야기 줄거리 한 줄 쓰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창작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이야기를 요약하는 능력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밝혀낸 대로, 모든 민담과 신화 이야기의 목표는 주인공이 집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구조이며, 그 핵심은 변화를 통한 성장임을 깨닫게 됩니다. 책을 많이 읽고 이야기를 만들어 본 사람이 시련과 문제 상황을 귀찮게만 여기지 않는 이유입니다. 모든 문제 상황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토양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