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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Oct 19. 2022

1-4. [인문학의 해결책] 1X2의 법칙과 습관 윤리

동화로 읽는 법률 인문학

동화로 읽는 법률 인문학 시리즈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와 문화콘텐츠학 박사가 각각 법률과 인문학적 해결책을 고민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이야기 읽고 오기>

1. 우애가 독, 시댁과 시누이만 챙기는 백조왕자들

1-1. 배우자의 가족도 이혼사유가 될 수 있나요?

1-2. 남편이 시댁에 넘긴 돈, 돌려받을 방법이?

1-3. [변호사의 조언] 배우자의 가족으로 고민한다면



1-1. 우애가 독, 시댁과 시누이만 챙기는 백조왕자들

"결혼은 두 사람이 하지만 사실은 가족 간의 결합이다." 이런 말이 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곤 하지만 나와 피를 나눈 가족에게 잘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비슷합니다. 그런데 그 애틋한 감정을 몰라주는 배우자 때문에 속이 상합니다. 마찬가지로 결혼 후 자신의 가족들만 신경 쓰는 배우자에게 화가 나는 건 인지상정이기도 하지요.     


과연 이런 부부 갈등을 해결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1X2 법칙      


결혼 후 양가 가족으로 인한 갈등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1X2의 법칙이지요. 풀이하자면 1은 우선순위를 말합니다. 즉 자신의 친가에 뭔가 좋은 일을 하기 전, 첫 번째로 배우자와 배우자 가족이 먼저여야 한다... 는 뜻입니다.


X2(곱하기 2)는 친가에 해준 것 두 배를 배우자와 배우자 가족에게 베푸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명절 고향방문을 하게 되었다고 칩시다. 백조왕자는 처가 방문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배우자 집안에 관한 건 언제나 자신이 적당하다고 생각한 것에 X2를 합니다. 아래와 같이 말이죠.                          


백조부인 : 이번 명절에 어떻게 할 거야?

백조왕자 : 장인 장모님 봰지도 오래인데 먼저 뵙고, 그다음 우리 집에 갈까?

백조부인 : 그래도 돼? 나야 좋지. 그런데 며칠이나 묵고 오지?

백조왕자 : (하루 자고 오면 충분하겠지 X2 = 이틀!) 오래간만이니까 이틀 정도 묵으면 어때?

백조부인 : 그래도 돼? 그런데 당신 집도 가야 하니까 하룻밤 자고 오후에 출발하자. 그나저나 부모님 용돈은 얼마나 드리지?

백조왕자 : (장인 장모님 합쳐서 30만 원이면 충분하지 X2 = 60만 원!) 요즘 대출 갚느라 좀 빠듯하니까 우리 부모님은 30 정도 드리고, 장인 장모께는 60만 원 정도면 어때?  

백조부인 : 그러면 고맙지. 그런데 그냥 똑같이 맞추는 게 좋을 것 같아. 양가에 40 정도씩 드리면 어떨까?


먼저 생각하기와 X2의 법칙은 강력합니다. 배우자는 언제나 자신과 친가 가족이 먼저 배려받는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또한 자신이 생각하는 적당함에 X2를 해서 말하는 습관은 상대가 느낄 수 있는 서운함의 경계선을 훌쩍 뛰어넘기에 안전합니다.      


윤리도덕은 습관에서 나온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도덕을 학문으로 정립한 철학자입니다. 도덕과 관련한 그의 핵심 사상은 '중용'과 '습관'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중용이란 무조건 중간만 가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문제의 양극단에서 가장 지혜롭고 적당한 길을 찾는 태도입니다.      


그런데 지혜롭고 적당한 길이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여러 번 반복하면서 최선의 길을 찾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즉 그냥 '이 정도면 되겠지.'가 아니고 '이렇게 했을 때 저렇게 했을 때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고 경험해 본 뒤, 돌이켜 살펴보란 것'이죠. 즉 최선의 방법을 찾는 습관을 기르란 것입니다.      


윤리학을 뜻하는 ethics가 습관을 뜻하는 에토스(ethos)란 말에서 나온 이유입니다. 거창해 보이는 윤리와 도덕은 습관입니다. 습관을 통해 태도가 형성되고 이것이 가치관으로 이어집니다. 배우자를 먼저 배려하는 것, 배우자 집안에는 X2를 해서 넉넉히 베푸는 태도, 모두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대화주의 철학자로 비대면 온라인 시대에 다시금 조명받고 있는 마르틴 부버란 학자는 세상엔 단 두 가지의 관계만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나와 너', 다른 하나는 '나와 그것'입니다. '나와 그것'에서의 '그것'은 인격적 관계가 필요 없습니다. 나는 '그것'을 이용하거나 지배하거나 무시하면 됩니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나와 너'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나는 '너'가 아니므로 '너'의 말에 더 귀 기울여야 하고 배려하는, 인격적 존중이 필요합니다.      


백조왕자의 가장 큰 문제는 형제들에게 잘한 것이 아닙니다. 배우자를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나와 너'가 아닌, '나와 그것'으로 느끼도록 만든 데 있습니다.        


1X2의 법칙은 우스갯소리 같지만, 이러한 철학적 배경이 숨어있는 법칙입니다. 상대를 첫 번째로 배려함으로써 '나와 너'의 관계로 올려놓는 것, 두 번째로 X2를 함으로써 중용을 찾는 습관을 들이는 자세인 것이죠.

      

당신은, 혹은 당신 배우자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단지 윤리도덕에 다가가는 습관을 몰랐을 뿐입니다. 상대에게 너그러워지는 습관을 함께 들입시다. 그리고 백조왕자도, 또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누군가도 오늘 당장 이 법칙을 습관처럼 익혀 봅시다. 깜짝 놀랄 만큼의 평온과 사랑이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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