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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Nov 23. 2024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의 방법론 : 귀납과 연역(1)


[귀납과 연역의 정의가 혼란스러운 이유]


귀납과 연역은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의미를 다르게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논리학과 과학 모두에 영향을 끼쳤고 각각 학문의 목적에 맞게 뜻을 다듬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논리학은 전제와 결론의 관계에, 과학은 개별적인 사실과 보편적 이론의 관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표준 국어대사전과 중고등학교 과정에서는 과학의 일반적인 정의를 따르는 편입니다.


논술은 언뜻 논리학의 정의를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논리학적 개념은 형식 구분에 치우쳐 글쓰기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서는 과학과 논리학의 주요 개념을 이용한  느슨한 정의를 사용해 논술에 적용하겠습니다.  


[귀납과 연역 이해하기]


아래 유진과 하나의 대화를 들어보겠습니다.

하나 : 백조 관찰하는구나! 관찰 주제는 뭐야?
유진 : 관찰 주제는 백조의 색깔.
하나 : 뭐라고? (백조가 이미 하얀 새란 뜻인데...) 관찰 노트 좀 보자. A백조는 하얗다. B백조는 하얗다. C백조는 하얗다...
유진 : 산 넘어 호수에 D백조가 왔다고 하니까, 이제 무슨 색인지 보러 가려고.
하나 : 지구는 둥그니까 온 세상 백조 다 보고 올 셈이야? 개별 자료가 많으니, 추리를 해보면 되잖아. 이미 본 백조들이 모두 하얗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백조는 하얗다는 걸 관찰했어. 이 개별 사실로 '모든 백조는 하얗다.'는 이론을 만드는 귀납법을 쓰는 거야.
유진 : 그러면 '모든 백조는 하얗다', 'D는 백조다.', 그러니까 'D는 하얗다.'는 추리가 가능하겠네.
하나 : 제법인데? 귀납법으로 만든 보편적 이론을 근거로 개별 사실을 알아내는 걸 연역법이라고 해.  
유진 : 대단해. 하나야. 넌 천재구나. 그래도 산 너머 호수에 가서 백조를 관찰해야겠어.
하나 : 이미 추리를 해서 답을 알아냈는데... 왜?
유진 : 가능성은 낮지만 검은 백조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나 : 귀납법의 단점을 알고 있으니 너야 말로 천재구나.

유진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귀엽게 생긴 깔때기를 받았습니다. 깔때기를 놓고 관찰 사실을 넓은 입구 안으로 털어 넣습니다. A는 하얗다, B, C...라는 개별 조각을 넣으면 '모든 백조는 하얗다.'는 하나의 새로운 이론이 만들어집니다.


귀납(INduction)의 어원은 개별 사실을 안에(IN) 넣어서 이론(결론)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이제 다른 깔때기를 거꾸로 놓습니다. 색깔을 알고 싶은 백조 D를, 귀납으로 만든 이론의 좁은 구멍 아래로 떨어트려 봅니다. 그러면 '모든 백조는 하얗다 → D는 백조이다 → D는 하얗다.'는 개별 사실이 떨어집니다. 귀납으로 만든 이론을 이용해 또 다른 지식으로 확장해 냈습니다.


연역(DEduction)은 이론을 아래(DE=Down)로 내려서 개별 사실을 알아낸다는 뜻입니다. 


귀납은 관찰을 근거로 '모든 백조는 하얗다.'를 추리했고, 연역은 그 이론을 근거로 'D는 하얗다.'라고 추리했습니다. 이처럼 추리를 강조하여 귀납추론, 연역추론이라고도 부릅니다.


과학은 귀납과 연역의 순환과정으로 지식을 생산, 확대합니다. 하지만 검은 백조가 발견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귀납으로 만든 이론은 무너지고, 이론을 활용한 연역도 쓸모 없어집니다.


과학은 확실해 보이지만, 예외가 발견되면 열심히 쌓아 올린 이론의 탑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정답을 찾는 진리 탐구는 이렇게 어렵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내가 모른다는 것만 안다.'라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귀납을 이용한 논술 쓰기]  


논술은 주장을 남에게 설득하는 글입니다. 꼭 설득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강한 주장] "무조건 목소리가 커야 돼. 목소리 큰 사람이 이겨!"
[욕설 위협] "이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전부 멍청이야."
[비난] "당연한 걸 설명해 줘야 하다니 기본도 모르는군."



주장만 앞서고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설득력은 강한 주장이 아니라 강한 근거에서 나옵니다.  


설득력을 높이는 귀납적 논술법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세 가지 이상의 다양한 근거를 대자


유진은 이미 백조를 관찰했지만, 산너머 다른 백조도 더 관찰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더 많은 백조를 관찰하여 근거로 삼을수록 주장의 설득력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논술도 근거가 많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세 가지의 근거를 쓰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때 여러 근거가 있더라도 세 가지 카테고리로 근거를 나누어 제시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신조어 사용에 대한 논술을 다시 보겠습니다.

주장 : 신조어는 표준어의 한계를 보완하고 언어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우리말로서 가치가 있다.   

근거
  1. 언어는 사회적 약속인 동시에 시대의 반영이므로 신조어는 가치를 지닌다.
  2. 말은 생각의 표현이므로 표준어의 한계를 넘어, 자유롭고 창의적 사고를 가능케 한다.
  3. 다양한 조합과 재밌는 변용으로 우리말과 글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소통의 즐거움을 준다.  

깨달음 : 신조어는 시대의 반영, 창의적 사고, 대화와 소통을 촉진시키는 우수한 우리말인 만큼 즐겁고 자유롭게 사용할 때 우리 언어문화도 발전할 수 있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조어의 긍정적 요소(1. 시대 반영 2. 창의적 사고 3. 우리말과 글의 우수4. 소통 능력 5. 재미)를 근거로 제시하고 습니다. 그중에서 다양한 조합과 재밌는 변용이 가능해서 얻을 수 있는 '우수성, 소통, 재미'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세 가지로 깔끔하게 제시하였습니다. 


2. 수치를 활용하자


귀납은 확률과 관계가 있습니다. 호수에 100마리 백조가 있는데 99마리가 흰색이었다면, '이 호수의 모든 백조는 하얗다.'가 정답이 될 확률은 99% 이상이 된다는 뜻이니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논술을 쓸 때 '이 호수의 백조는 대체로 하얗다.'라는 것과 '... 99% 이상 하얗다.'는 느낌이 다릅니다. 숫자 쪽이 더 구체적이고 설득적입니다.



논술을 쓸 때 수치를 활용하면 강한 귀납적 설득력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대체로', '대개', '일반적으로', '대부분', '일부는'이란 말 대신 수치를 찾아서 쓰는 연습을 하면 좋습니다.

일부 국민은 통일의 필요성을 못느낀다. →  2024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치 않다는 응답이 35%에 달했다.  

한국인은 일반적으로 라면을 좋아한다. →  세계라면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연간 소비량 기준으로 세계 8위를 기록할 정도로 라면을 좋아한다.

그런데 논술 시험처럼 수치를 찾아서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어떨까요? 그럴 때에는 예상 주제를 미리 생각해 보고 관련된 수치를 외워서 활용하면 좋습니다. 객관적 설득력은 물론 구체적이고 잘 준비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3. 미괄식에 주의하자


귀납은 개별 사실을 앞에서 보여주고 뒤에서 주장이 드러나는 방식이므로 미괄식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괄식 글은 실제로는 드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글이 미괄식입니다.


[근거 1.] A나라는 귀족들의 부패로 역사에서 사라졌다.
[근거 2.] B나라는 지도자의 부패로 다른 나라에 흡수되었다.  
[근거 3.] C나라 역시 부패로 인해 최빈국이 되었다.

[결론/주장] 비극적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부패를 척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장을 앞부분에 내세운 두괄식에 비해, 미괄식은 차분히 근거를 댄 다음 결론을 짓기 때문에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주로 학식 있고 유명한 사람들이 쓰는 신문 칼럼에 종종 보이는 방식입니다.


논술은 주장을 밝히고 타당한 근거로 뒷받침하는 논증이 목적인 글입니다. 글을 다 읽은 결론 부분에 주장이 드러난다면 비효율적입니다. 주장을 선명하고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강력한 첫 문장을 사용하기도 어렵고, 독자는 주장을 파악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귀납적인 논리 전개로 쓰더라도, 논술은 주장. 근거. 깨달음의 두괄식 구성을 사용해야 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연역적 논술법칙에 대해 이어서 알아보겠습니다.

연역적 글쓰기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서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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