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피디와의 첫 만남.
500대 1을 뚫든 뭐든
공채 작가로 합격딱지 받으면 뭐하나.
나를 찾는 이가 아무도 없는데...!
첫 출근 날은 그야말로 좌절이었다.
미팅 나갔다가 그 누구에게도 선택 못받은 외톨이마냥
두 눈을 막고 두 귀를 막고
캄캄한 어둠속에 내 자신을 가둔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에 보살 같은 미소의 부장님이
A피디에게 가보라고 했다.
가면 일을 주실 거라고, 네가 할 일이 있을 거라고.
콩닥콩닥 나대는 심장 부여잡고
알려주신 곳으로 갔다.
문 밖에서도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릴만큼
뛰어난 목청을 자랑하는 피디였다.
나는 당당하게 문을 열었고,
저 앞에는 나와 함께 합격한 동기생들이 보였고
방향치, 길치인 내가 한번에 잘도 찾아왔구나~
뿌듯해하며, 최대한 공손한 척 인사를 하는데!!
A 피디가 나를 보자마자 이러더라.
예? 제 갈 길이요?
제가 갈 길은 여기인데요?
부장님께서 여기로 가면 된다고 하셨는데요?
여기 가면 제가 할 일이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요?
그 짧은 순간, 질문이 팝콘처럼 튀어나왔지만
나는 '어...어어....'
누가 내 성대에 풀 발랐나 싶을 만큼
순간적으로 가위에 눌린 건가 싶을 만큼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그냥 황당, 당황. 이게 뭐지? 싶었다.
그리고 내가 한 말은,
보살 미소 부장님께 가려면 다시 한층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다리가 엿가락이 된 것 같았다.
"부장님... 저 혹시 합격이 취소된 건가요?"
지금 생각해도 참 바보 같은 질문이었는데...
그 때 내 기분이 그냥 그랬다.
실은 내가 합격자 명단에 없었는데
실수로 연락을 해서 일이 이렇게 된 건가?
오늘도 부장님은 나를 다독다독 해주셨다.
그러면서 또 말씀하셨다.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공채작가로 합격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눈만 깜빡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웃사이더의 '외톨이'를 얼마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날도 나는 복권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