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live Jul 02. 2021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입니다.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 존재를 밝힌다고 하죠.      


그가 부르는 나의 이름. 

내가 부르는 그의 이름.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부르며 꽃이 되고, 의미가 되고,

또 그 무엇이 되어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냐 아저씨 / 안톤 체호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