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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시 열다섯

by 설애

땡볕


손광세


7월이 오면

그리 크지 않는 도시의 변두리쯤

허름한 완행버스 대합실을

찾아가고 싶다.


죽이 다 된 캐러멜이랑

다리 모자라는 오징어랑

구레나룻 가게 주인의

남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겠지.


함지에 담긴 옥수수 몇 자루랑

자불자불 조는 할머니

눈부신 낮꿈을 만날 수 있겠지.


포플린 교복 다림질해 입고

고향 가는 차 시간을 묻는

흑백사진 속의 여학생

잔잔한 파도를 만날 수 있고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행려승의 밀짚모자에

살짝 앉아 쉬는

밀잠자리도 만날 수 있겠지.


웃옷을 벗어 던진 채

체인을 죄고 기름칠을 하는

자전거방 점원의

건강한 웃음이랑


오토바이 세워 놓고

백미러 들여다보며 여드름 짜는

교통 경찰관의

초록빛 선글라스를 만날지도 몰라.


7월이 오면

시멘트 뚫고 나온 왕바랭이랑

쏟아지는 땡볕아래

서 있고 싶다.



왕바랭이 아시는 분?

처음 만나는 단어라 찾아보았습니다.

악명 높은 잡초네요, 무려 세계 5위!

바랭이라는 잡초가 있고,

그중 큰 것이 "왕"바랭이입니다.

시멘트 사이로 자주 올라오는 풀이예요.

출처 :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세계 5위 잡초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한국 내 분포 현황입니다.

출처 :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왕바랭이를 알았으니,

이제는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시인의 말대로 어느 허름한 대합실 앞이거나,

시골 할머니 댁이던가,

혹은 바로 우리 집 앞 산책길에서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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