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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그까짓 것

시 열셋

by 설애

더위 그까짓 것


임인규

​지독한 탱 볕 측정온도는 38도씨
온몸에 땀이 줄줄 더위 그까짓 것
공사 현장 철근 위를 걸어봤니?
운동화 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온도
살이 익을 정도이다.
그래도 공사는 해야 하고 그래야 돈을 번다.

​섭씨 2000도 3000도를 오르내리는
용광로 앞에서 방열복입고
쇳물을 퍼 날라 보았는가?
더위 그까짓 것
그래도 쇳물은 부어야 하고
그래야 수도꼭지는 생산이 된다.

​수백 톤 강열 철판을 이어 부치는
조선소 배 위에서 용접을 하는 용접공들
더위 그까짓 것
그래도 용접을 해서 철판은 이어야 하고
그래야 제 날짜 맞추어 배는 완성된다.

​덥다고 에어컨 팍팍
덥다고 물속에 풍덩
더위를 더위로 피하는 그들
그들에게 더위 그까짓 것
견뎌야 하는 것이다.

​탱 볕에 지심 매던 아버지가 그랬듯이
탱 볕에 콩밭 매던 어머니가 그랬듯이
몸으로 때우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더위 그까짓 것
올 여름도 그렇게 간다.



소서, 작은 더위입니다.

더워도 해야 할 일 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세상이 굴러갑니다.

그러니 덥다고 투정할 수 없습니다.

더위 그까짓 것, 그죠?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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