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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과 아이유만큼의 세대 차이

가을 아침, 양희은 vs 아이유

by 설애

지금도 내 애창곡인 [가을 아침]은 국민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노래다. 노래방에서 부르면 박자를 딱딱 맞춘다고 감탄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양희은 1991] 앨범에 실린 노래이며, 이 앨범에 실린 모든 노래를 좋아한다. 카세트테이프를 돌려가며 들었던 그 앨범의 수록곡은 아래와 같다. 그중에서도 [가을 아침]의 까닥거리게 되는 박자를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고, 가사의 일상성, 공감각적인 풍경 묘사를 좋아하기도 했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lshers/221599172113

어느 날, 초등학생이었던 딸아이(지금 고1)가 아이유의 [가을 아침]을 듣고 있길래,


원곡이 더 좋아


라고 들려주었다. 딸아이는 아이유의 곡이 원곡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며, 양희은의 원곡을 같이 들었다. 다행히 딸아이도 원곡을 좋아해 주었다.

아이유가 노래를 잘하고 원곡을 잘 살렸지만, 양희은의 목소리가 가진 힘을 이기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내 생각이고, 두 곡 모두 들어보시길 바란다.


같은 곡을 듣지만, 처음 그 곡을 듣었던 방식은 양희은과 아이유처럼 다르다. 나는 테이프를 뒤집어가며 들었고, 우리 딸은 스트리밍으로 듣는다. 그 사이에는 CD와 MP3가 있다.

저작권 정보:hayatikayhan

공테이프에 좋아하는 노래를 라디오에서 녹음하기 위해 기다리던, 신청곡을 들으려고 우체통에 사연을 넣던 아날로그 세대의 나

좋아하는 노래 발매일에 맞추어 노래를 바로 듣고, 택배가 오면 노래보다는 무슨 포카(포토카드, 잘 생긴 그 아이돌 사진이 랜덤으로 있어서 뽑기이다, 그러니 잘 뽑았는지, 혹시 희귀 카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다.)가 들었는지 더 관심 있는 지금의 딸

그 간극을 뛰어넘어,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딸과 같이 듣고 좋아하게 해 준 아이유에게 감사한다.


이 가을 아침에, [가을 아침]을 듣는다.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더하여, 딸과 오래도록 듣고 싶은 양희은님의 노래가 있다. 공부해라, 성실하라, 청소해라 하는 나의 잔소리를 들으며, 이제 다 커버린


나의 예쁜 딸에게 바친다.


https://youtu.be/MPzbTJN5wVc?si=CWZtrjRUj8sHPOJB


[노래 들어보기]

1. 양희은 원곡

https://youtu.be/8Yl_YHYy3iE?si=r8ER50avXQDCuhC3

2. 아이유 리메이크

https://youtu.be/ZDoH5dQ58ps?si=JEPBiAoqAEQU1xoU


[가사 전문]

가을 아침


양희은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렇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춰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할까 말까 음


눈 비비며 빼꼼히 창밖을 내다보니
삼삼오오 아이들은 재잘대며 학교 가고
산책 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음


딸각딸각 아침 짓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 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이
상큼하고 깨끗한 아침의 향기와
구수하게 밥 뜸 드는 냄새가 어우러진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응석만 부렸던 내게


파란 하늘 바라보며 커다란 숨을 쉬니
드높은 하늘처럼 내 마음 편해지네
텅 빈 하늘 언제 왔나
고추잠자리 하나가 잠 덜 깬 듯 엉성히
돌기만 비잉 비잉 음


토닥토닥 빨래하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둥기둥기 기타 치는 그 아들의 한가함이
심심하면 쳐대는 괘종시계 종소리와
시끄러운 조카들의 울음소리 어우러진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응석만 부렸던 내게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뜬구름 좇았던 내게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렇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춰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할까 말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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