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라, 슬픔!

시 이백삼십팔

by 설애
얼음이 녹기 시작한
저수지 위를 걷는다 쩌렁- 쩡
금이 간다, 이건
늘 있는 사소한 균열이다

(중략)

문득, 내가 딛고선
발 밑이 맑고 투명해진다
여기쯤이다...... 꺼져라, 슬픔!

사소한 균열의 끝 中, 이덕규


제가 어린 시절 살던 곳에는 넓은 천이 흘렀는데, 그 천이 겨울에는 두껍게 얼어서 그 위에서 스케이트도 타고 썰매도 탔습니다. 두꺼운 얼음 밑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녹기 시작하면 얼음이 투명해지면서 조금씩 금이 갑니다. 그 금이 한 번에 쩍 벌어지면서 녹는 게 아니고, 살짝 올라가도 괜찮다가 어느 날 발끝을 올리면 금이 갑니다.


얼음은 꽤 오래 버팁니다.


이덕규 시인은 그 얼음이 녹는 순간을 잡아냅니다.

이 얼음을 슬픔으로 치환합니다.

이 슬픔이 봄볕에 금이 가고, 깨지고, 녹고 흐릅니다.

시인의 외침에, 저도 외쳐봅니다.



꺼져라, 슬픔!



설애가 당신의 슬픔이 꺼지기를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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