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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시 쉰셋(1)

by 설애

마왕


괴테


바람 부는 이 늦은 밤에 누가 말을 달리는가?

그건 아이를 안은 아버지.

그 팔로 아들을 꼭 잡아,

품에 안전하게, 따뜻하게 안았네

"아가, 네 얼굴에 근심이 숨겨져 있구나."

"아버지, 아버지에게는 마왕이 안 보여요?

왕관을 쓴, 긴 옷자락을 날리는 마왕이 안 보여요?"

"아가, 그건 그저 안개의 한 자락일 뿐이라다."

"얘야, 나랑 함께 가자꾸나!

가서 아주 재미난 놀이를 함께 하자꾸나!

너무나 아름다운 꽃들이 해변에 피어 있단다

나의 어머니는 너에게 줄 예쁜 황금빛 옷도 있단다"

"아버지, 아버지, 들리지 않아요?

저 마왕이 내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쉬어라 아가야, 조용히 쉬어.

그건 그저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란다."

"얘야, 나와 함께 가자꾸나.

예쁜 내 딸들도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너와 함께 밤 강가로 갈 거야.

너를 위해 함께 춤추고 노래도 불러 줄 것이란다."

"아버지 아버지, 저기에 안 보여요?

마왕의 딸이 서있는 것이 안 보여요?"

"아가 우리 아가, 보인다, 아주 잘 보여.

그러나 그건 그저 시든 버들가지일 뿐이란다."

"얘야, 난 널 사랑한다. 네 아름다운 모습이 날 흥분시키는구나.

네가 나와 함께 가기를 원치 않는다면 난 폭력을 써야만 해."
"아버지 아버지, 마왕이 나를 만져요!

마왕이 나를 아프게 해요!"

온몸에 퍼지는 무서움을 쓸아 내리며 아버지는 더욱 빨리 말을 몬다.
아파서 신음하는 아이를 팔에 꼭 안고서. 있는 힘을 다해. 간절한 마음으로.
전속력으로 급하게 말을 몰아 마침내 의사의 집 앞에 닿는다.
그러나 아버지의 팔에 아이가 죽어있다.


제가 이전에 언급한 책, 꼬마 흡혈귀를 정주행 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 봤는데, 끝까지 못 읽었거든요.

총 20권인데, 9권에서 안톤이 숙제로 괴테의 마왕을 외우는 장면이 있습니다. 안톤이 이 시를 외우면서 개작도 해서 찾아와 보았는데, 괴테 시에 슈베르트가 작곡한 가곡이 있더라고요.

슈베르트 작곡, 괴테 작사인 대단한 곡입니다.

이것을 이동규 님께서 1인 다역으로 불러주셨네요.

이건 꼭 들어 보셔야 됩니다.

무슨 음악을 좋아하시든 간에, 짧은 시간에도 서사가 다 들어있어서 듣어보실 만합니다.


[마왕 가곡 듣기]

https://youtu.be/KLisfjdltLk?si=NCWopI2_Jfhh8P1u


저는 이런 순간이 너무 좋아요.
책이 시로, 시가 음악으로 이렇게 연결되어
제 세계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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