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팔십이
질화로
오영해
촌스럽게 생긴 녀석이
꼴에 사랑을 아는구나
밤마다 가슴에 별을 품고
그리운 사람 곁에 따스함이 되어
어두운 바람 소리 귀기울이다
까맣게 타버린 가슴 하나
아침이면 비우고
물러나 그의 행복을 조용히 지켜보다
사람의 마을에 어둠이 내리면
그의 곁에 따스한 가슴이 된다.
촌스럽게 생긴 녀석이
꼴에 사랑을 하는구나.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에 나오는 저 구절은 명언이 되어 영혼을 때립니다.
너는 대체 누구를 위해 뜨거워봤느냐고 묻는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겨울을 따뜻하게 하는 질화로와 연탄의 시대는 저 멀리 지나갔습니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이런 시를 골라 내미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저는 겨울에 털실내화를 신고, 난로에서 귤껍질을 구워 달작지근한 냄새가 나던 그 교실이 가끔 그리워서 그럽니다. 시골에서 자라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교실에 난로가 있었습니다. 창으로 이어지던 은색 굴뚝과 검은 색 조개탄을 기억합니다.
촌스러운 질화로보다 못하고,
연탄처럼 뜨겁지 않았던
지난 삶은 고쳐 쓸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인생을 더 잘 살아야 할 뿐이지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