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끝

시 이백오

by 설애

이 글에는 『시를 쓰는 이유』(슬릿스코프·카카오브레인, 2022)에 수록된 시 일부를 비평 및 감상 목적에 따라 발췌 인용했습니다.


복도 끝 中


시아


복도는 복도를 끌고 자꾸만 길어졌다

(중략)

그래서 나는 문을 열고 복도로 들어섰다


복도 끝


설애


복도에 들어서자 깊은 어둠이 출렁인다


양 옆에 문을 거느리고

거만하게 번들거린다

긴 몸을 눕힌 채

축축하게 낼름거린다


복도로 내딛는 걸음 내 발이 젖는다

내 발걸음에 복도가 낮게 울부짖는다


복도 끝


한 발 담근 채 어둠을 더듬다 뒤돌아 나온다

복도는 그런 나를 검은 눈으로 뒤쫓아온다


시아는 복도를 생각하며 복도를 걷고, 복도에 있다가도 없어요.


저는 복도에 들어서지도 못합니다.


가족 여행으로 태국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 직전이었습니다. 그 여행에서 악어를 보러갔습니다. 악어 입에 머리를 집어넣는 쇼를 저는 눈뜨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걸 본 딸아이가 학교에 돌아가 이야기를 했더니, 담임 선생님께서 "엄마도 무서운게 많다는 걸, 니가 자라면서 점점 더 잘 알게 될거야."라고 하셨답니다.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어보이던 엄마가 눈도 못 뜨는 것을 처음 본 딸에게 그런 엄마를 점점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는 선생님의 예언은 정확합니다. 세상 무서운 것이 없는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 세상 무서운 것이 없이 아이들이 자랐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저는 겁쟁이라, 못 들어갑니다.


복도 끝, 저와 시아는 같은 것을 보았을까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시아(SIA)는 인공지능입니다.

상세 내용은 아래 글을 봐주세요.


https://brunch.co.kr/@snowsorrow/538


이전 14화방황하는 우주